권오길 교수의 구석구석 우리 몸 산책
권오길 지음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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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먹거리에 대한 소재와 건강에 대한 소재는 누구나 한번쯤은 마우스를 클릭하고 싶은 마음을 자아내는 인기있는 소재거리입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먹어서 즐거운 음식과 먹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블로그에 정보를 남깁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에 비해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고,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건강하면서 오래 살고픈 욕망이 반영된 현대인들의 또 하나의 유형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토록 즐겁고,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에 비해 정작 그 영양소를 흡수하는 우리 몸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아니,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민감해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게 몸을 움직이고, 생활합니다. 하지만,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신체와 관련된 사실들의 원리를 하나하나 읽어가노라면 퍽 새삼스럽습니다. 저자는 책의 제목대로 우리 몸을 그야말로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그리고, 입에서부터 항문사이에 있는 각종 장기들, 순환기, 소화기, 신경계 등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한편, 인간의 출생과 죽음까지 다룹니다.

  저자는 이 책을 중고등학생 수준으로 썼다고 밝힙니다. 그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되도록 한글을 쓰는 한편,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어와 영어를 병기하며 안간힘을 씁니다만, 우리 인체라는 게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워낙 복잡하여 저자의 의도대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이 책을 보면 오히려 쉽게 느껴질 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 배경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보면 제법 난해합니다. 저자가 사람이 소리를 듣는 과정을 설명한 대목을 보겠습니다.

   
  “다시 음파 전달을 간단히 보면, 음파 → 고막 → 청소골(이소골) → 달팽이관(난원창 → 전정계 → 고실계 → 기저막 → 코르티기관) → 청신경 → 대뇌에 다다른다. 이렇듯 소리 전달과정도 아주 복잡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나마도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소골에서 소리가 몇 배로 증폭되는 지, 고막의 구조는 어떠한 지, 달팽이관의 유모 세포는 어떠한 원리로 신호를 전달하는 지 그리고, 전기 신호는 어떤 경로를 거쳐 뇌로 전달되는 지 등이 생략되었습니다. 물론 저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겁니다.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에 조금 더 신경을 쓰려다 보면, 분량이 이 책의 서너 배가 되어도 다 풀어내지 못할 터인데, 교양의 깊이와 분량을 감안해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어려운 소재를 보다 쉽게 풀어낸 저자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죽음’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언급하면서, 삶과 관련된 ‘생식과 발생’은 19쪽을 할애한 반면, 죽음과 관련된 ‘노화와 죽음’은 달랑 3쪽만 할애하였습니다. 이미 우리라는 존재가 세상에 던져진 상태에서 어떻게 발생되었는 지를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죽음을 맞이하는 지를 알아보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19:3의 비율은 죽음의 의미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저자의 다음 저서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보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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