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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인간에게 손가락질 하다 - 7가지 본능에 관한 철학적 대화
장 프아수아 부베 외 7인 지음, 심재중 옮김 / 이끌리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인간이 동물보다 나을까요? 너무나 당연한 질문에 새삼스럽기까지 할 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품격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얘기할 때 동물에 빗대어 얘기합니다. 미련한 곰같다라든지, 교활하기가 여우같다라든지, 무식하기가 새대가리같다든지 하면서 말이죠. 

반대로 동물을 평가할 때 그들의 행동이 본능적이건 학습에 의해 체득된 것이건 간에 인간과 비슷하면 ‘기특하게’ 여깁니다. 침팬지가 도구를 쓰거나, 갈매기는 죽을 때까지 1부1처제를 유지할 때 말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동물들을 인간의 잣대를 가지고 재단할 만큼 똑똑한 존재이고, 동물들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하등 동물에 불과할까요?

이 책은 게으름, 탐식, 음욕, 분노, 시기, 인색, 교만의 7가지 범주에서 동물과 인간을 행위를 비교합니다. 원숭이가 인간에게 손가락질을 할 만큼 영특한 행위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편, 인간들이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인간의 기준으로 동물의 행위를 판단하는 행위를 비판합니다. 또한 인간과 동물의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을 비판합니다.

음식에 집착하는 이들을 보면 어떻습니까? 미련하다거나 무식하다거나 짐승처럼 보이나요? 원숭이들도 음식에 집착합니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먹기 위해 막대기를 쓰기도 하고, 샌들을 만들어 신기도 하며, 이가 안 좋으면 음식을 갈아먹기까지 합니다. 

인간은 어떤가요? 맛있게 먹기 위해 요리라는 미명하에 음식에 온갖 행위를 곁들이지 않나요? 스스로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인이 만드는 푸에그라는 또 어떻고요? 인간은 자신이 ‘미식가’라는 것을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가 자랑인가요? 잔인하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동물의 사냥은 잔인한가요? 하지만, 동물은 생존 이외의 쾌락을 위해 먹잇감을 색다른 방법으로 요리하지는 않습니다.

섹스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독교에서는 임신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행위는 죄악이라죠? 그렇다면,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쾌락을 위해 성행위를 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죄악투성이에 회개할 거리가 끊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반면, 원숭이들은 임신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행위를 쾌락보다는 주로 ‘친교’의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를 알지 못하는 인간들은 원숭이를 음탕한 동물로 규정해버립니다.

이 외에 인간이 규정한 몇 가지 죄악의 테두리에서 동물에게 가진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저자들은 그에 반박되는 내용들을 풀어내어 결국에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런데 저자들은 왜 하필 선(善)의 범주가 아닌 악(惡)의 범주에서 동물과 인간을 비교했을까요?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 비해 월등한 존재임에는 분명합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마치 말만 못하지 인간과 똑같은 지성체로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말을 하고 못하고는 진화 수준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감히 말도 못하는 동물들을 몇몇 본능에 기인한 ‘기특한 행위’때문에 동급으로 놓을 수는 없습니다. 저자들은 지성에서는 동물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인간이, 정작 행위에서는 동물과 별반차이 나지 않는 현상에 대해 한 마디 따끔하게 충고를 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퍽 흥미있고, 반성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입니다만, 곳곳에 보이는 번역의 미숙함은 읽기의 즐거움을 많이 반감시킵니다. 역자가 생태학이나 철학에 소양이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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