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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모노 에디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알베르 카뮈 지음, 김예령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서평
"오늘, 엄마가 죽었다" 이방인을 읽지 않았어도 이 유명한 첫 문장을 아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뫼르소는 엄마의 부고를 들은 사람 답지 않게 시종일관 태연하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을 거부하고, 밀크커피를 마시고, 잠을 잔다. 장례를 마친 후에도 그저 피곤하다는 생각 뿐이다. 그리고 다음 날 마리를 만나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본다.
이러한 행동은 뫼르소가 우발적으로 아랍인을 죽여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재판의 주요한 쟁점이 된다. 검사는 뫼르소가 엄마의 장례식 때 울지 않았다는 점, 엄마의 죽음 다음 날에 방탕하게 놀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뫼르소를 냉혈한으로 만들고, 검사는 우발적인 살인이 아닌 계획살인으로 몰아간다.
사실 뫼르소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다. 마리의 사랑하냐는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하고, 아랍인을 죽인 것을 후회하냐는 물음에 지긋지긋하다고 대답한다. 정말 지옥에서 올라 온 주둥아리가 따로 없다.🙄
카뮈는 서문에서 이에 대해 뫼르소가 술책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에 처해진다고 말한다. 뫼르소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나 삶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하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카뮈는 거짓말을 한다는 건 사실을 말하지 않는 다는 것 뿐만 아니라, 있는 것 이상을, 사람의 마음에 관하여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까지도 포함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하는 일이지만 뫼르소는 절대 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이 뫼르소를 "이방인"으로 만들고, 사람들이 그를 배척하게끔 만든다.
사회는 이렇게 관례나 규범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병적으로 배척한다. 둥글지 않고 어딘가 모난 구석이 있어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을 두고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사회에서 허용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죄로 사형을 당하는 것이다. 만약 예심 판사의 물음에 뉘우치는 감정을 보이고, 검사의 물음에 약간의 거짓말을 더했더라면 절대 사형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의외였던 점은 삶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이다. 상사가 파리 근무를 권유했을 때 뫼르소는 알제에서 사는 것에 만족하기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 무슨 질문, 행동을 하던 간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이 살고 싶었음을, 다시 살 준비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그가 삶에 체념하고 순응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뫼르소가 말했듯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 것은 한순간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내가 보기에 뫼르소는 개인이 삶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에 재빠르게 포기하고 순응한다. 그래서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가정들을 생각해 보는 뫼르소가 낯설었다. 시종일관 냉담한 태도를 보였던 뫼르소지만, 그가 삶에 대한 열정이 없거나 허무를 느낀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에게 두 번째 기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는 앞서 보여주었던 삶에 대한 체념, 순응과는 다르다. 오히려 뫼르소는 충분히 삶에 대해 숙고하고,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세상의 애정 어린 무관심을 비로소 체감하게 된다. 나는 뫼르소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삶을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살던 태도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듣던 이방인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솔직히 한 번에 이해하기엔 어려운 책이다. 많은 해석들이 실존주의나 삶의 부조리에 대해 얘기하는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서문을 통해 이방인을 반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이해한거 맞겠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열광하고,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어렴풋이 체감이 된다.
🔖가장 사소하면서도 그 무엇보다 오래가는 기쁨을 안겨 주었던,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내게 속하지 않는 삶의 갖가지 추억들이 나를 엄습했다. 여름의 냄새들, 내가 좋아하던 거리, 저녁의 어떤 하늘빛, 마리의 웃음과 그녀의 원피스들...그러자 지금 이곳에서 내가 치르고 있는이 모든 일의부질없음에 대한 느낌이 목까지 차올라 왔다.(p.147)
🔖그처럼 죽음에 가까이 이르러서 엄마는 자신이 자유롭게 해방되어 있으며, 따라서 다시 모든 것을 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무에게도, 진정 아무에게도 엄마에 관해 울 권리가 없다. 그리고 나는, 나 또한 엄마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다시 살 준비가 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는 기호들과 별들로 가득한 밤 앞에 서서 처음으로 세상의 애정 어린 무심함을 향해 나 자신을 열었다. 세상이 그처럼 나와 닮았다는 것을, 요컨대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나는 내가 행복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무리되길. 나 자신이 혼자라는 걸 보다 덜 느낄 수 있길. (p.171)
⭐️출판사 열린책들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