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나인경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멀지 않은 미래, 사람들은 두뇌에 박힌 ID칩을 통해 기억을 데이터 메모리로 변환하여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원하는 대로 기억을 반환받거나, 혹은 원치 않은 기억을 소거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유니언워크' 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블루진프로젝트'라는 비인간적인 실험 덕분에 얻어진 결과물이다.

'유니언워크'는 고아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자행했고, 두 주인공인 '안'과 '정한' 모두 피해자이다. '안'은 그 실험으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끊임없이 기억 소거를 하고 있다. 반면에 '정한'은 '안'을 찾고자 기억반환을 받고 있지만 정작 돌아오는 기억은 아무것도 없다.

🏷'안'은 작중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억만을 빼고 모든 것을 소거해 달라 요청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억은 무엇일까? 더 나아가 내가 "나'로 존재하려면 어떤 기억을 가져야 하는 걸까? 이 소설이 SF소설이지만 묘하게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 답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내가 누구인지 정의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안'과 '정한'은 자기 자신과 유리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안과 정한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삶을 살아가기보단 남의 인생얘기를 티비에서 보듯이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의 밀도는 두 가지 변화를 거치며 급격하게 올라간다. 안은 '유니언워크'가 해킹을 당해 정체불명의 문자를 받고 차례차례 호수와 정한을 기억할때부터. 정한은 자신의 기억 데이터를 테스터 챗봇에 씌우고 가상의 안과 대화를 나누면서부터이다.

이때부턴 과학소설 답지 않게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정한이 챗봇을 테스트하면서 나누는 대화나 유니언워크사의 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내용은 이게 SF소설이 맞구나🫢!를 깨닫게 해준다.(상당히 자세하고 전문적이다!)

🏷그래도 이 책은 여전히 인간의 마음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맞다. 나를 '나'로 존재하지 못하게 하는 초 거대기업의 음모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항상 "사랑"이었다. 블루진 프로젝트에서도 안과 정한의 감정이 연구에 차질을 일으켰고, 소설 마지막 또한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기대하면서 끝이 난다.

서로에 대한 기억은 이제 흐릿하게 흔적만 남았음에도, 끊임없이 서로를 찾고자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낭만적이다. 동시에 클라우드 기술이나 챗봇 기술에 대한 지식이 하드SF 만큼이나 상세해서 SF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SF와 낭만이 어우러진 소설을 보고 싶다면 추천!


🔖먼 미래에서 기다릴게.
너를 기억하는 나를 기억해 줘. (p.42)

🔖사람의 마음이란 그 자신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고요. 알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대화는 무한하고 매 순간 시나리오 밖으로 이탈하죠. 출발점은 정할 수 있어도 도착지가 어디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화를 학습한 AI도 답을 못 내고 헤매게 만드는 게 사람과 나누는 대화예요.(p.69)

🔖"내가 사라져도 내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
고. 몸을 잃은 기억은 아득한 우주를 영원히 떠돌게 된다고 했어. 나는 떠돌지 않을 거야. 어떤 형태로든 너에게 갈게. 먼 길을 돌고 돌아도 결국은 너에게 닿을 수 있도록. 네가 누구인지 잊지 않도록 기억을 보낼 거야. 그러니까 너는 내 신호를 알아봐 줘."(p.146)

*출판사 허블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