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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이승과 저승 사이에 위치한 신비로운 공간 '까멜리아 싸롱'에서 펼쳐지는 49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
까멜리아 싸롱은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망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그들을 맞이하는 마담 여순자와 직원들(마두열, 지원우, 유이수 그리고 고양이 바리)의 따뜻한 환대가 기다리고 있어요.
읽으면서 비슷한 소재인 '도깨비'에서 저승사자가 차 끓여주던 방도 생각나고, '호텔 델루나'도 생각납니다.
좀 유치한데??? 이러면서 읽다가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뭐지.... 잠시 후 오열 😭
청소 노동자 박복희, 백화점 직원 설진아, 경비원 구창수, 구청장 후보의 아들 안지호 등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죽음을 맞게 되고 까멜리아 싸롱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치유하게 되죠.
고수리 작가는 『까멜리아 싸롱』이 첫 장편소설인데 KBS 인간극장 취재 작가, 휴먼 다큐 작가 등을 거쳤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따스합니다.
『까멜리아 싸롱』은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 속에서 행복과 삶의 의지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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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호박은 상처로부터 만들어졌거든. 상처 입은 나무의 진액이 흘러 억겁의 시간 동안 굳어서 만들어진 화석이라네. 말하자면 나무의 눈물이 보석이 된 셈이지. 나무와 흙과 생명과 죽음과 시간이 응고된 이 귀한 눈물방울이 나는 못 견디게 아름답다네. 이상하지. 곁에 두고 있자면 강건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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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질세. 나는 그래서 좋은 거야. 상처와 고통과 고뇌와 미련과 회한 같은, 온갖 것이 뒤엉켜 굳어버린 왜곡된 이야기라서. 사람에게서 진정 읽고 싶은 건 그런 인생이거든.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쏟아지는 눈물 같은 마음이랄까.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때론 사실 아닌 진실이 될 몹시 뜨겁고도 강인한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네. 그런 눈물 같은 이야기들을 후련히 쏟아내고 떠난다면, 우리 존재는 끝내 사라져 버린대도 아름답지 않을까.
111.
갈 데가 없었습니다. 그 날, 제 배낭에는 벽돌 열 장과 유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바다에 빠져 죽어버릴 작정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겨울 바다를 마주하니까, 살아야겠다, 나는 살아야겠다 싶지 않겠습니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들 하던데, 바다도 그랬습니다. 멀리서 봤을 땐 잔잔하게 반짝였는데, 막상 가까이 가보니 너무너무 무섭더군요. 부서지는 파도 앞에 서서 내가 아주 하찮은 존재란 걸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까지 온 아주 하찮은 제가 너무 불쌍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덩달아 괜한 오기까지 생기지 않겠습니까? 나는 나를 죽이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나를 지키고 싶었거든요. 결국 그날 죽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163.
복희야, 시간이 잘도 간다. 깜박, 눈 감았다 뜨면은 세월이 휘 가버린다. 사는 게 힘들지. 힘들어도 복희야. 따순 데 맘 붙이고 살다 보면 또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세상에 미운 것도 싫은 것도 섭섭한 것도 좀 깜박깜박, 까먹어 버리면서 니는 그래 살아라.
254.
사람이 그저 행복하려고만 사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없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 받는 무언가가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 아닐까. 행복하려고만 같이 있는 게 아니라, 불행해진다 해도 같이 있어주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있기에 애써 살아보는 것 아닐까요? 보고 있자면 걱정스럽고 애처롭고 애틋하고,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이지만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 존재합니다. 때론 인정과 연민도 인간만이 나눌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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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다해 #서평 을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