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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
아키야 린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평점 :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간호사, 우즈키 사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간호사 우즈키는 '미련'을 본다.
p.10
언제부터인가 나는 환자의 가슴 속에 남은 미련을 보게 되었다. 이걸 일종의 능력이라 해야 할지. 여기 있을 리 없는 사람과 있을 수 없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나혼자만 그 대상을 보는 것 같다. 진짜 내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질 수도 없고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내가 일방적으로 볼 뿐 '미련'은 나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환자이 가슴에 박히거나 마음에 걸리는 대상이 입체적인 그림이 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난다. 또한 '미련'은 환자가 죽음을 의식할 때 나타나는 듯 싶다. 그런데 만약 내가 '미련'을 해소하게 되면 환자가 가슴에 박힌 응어리를 하나라도 더 없애고 편안하게 투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 깊이 남은 ‘미련’이라는 감정이 사람의 형태로 나타나 환자 근처에서 맴돈다.
우즈키는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환자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매일같이 죽음과 마주하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눈을 감기 전, 꼭 하고 싶었던 말, 전하고 싶었던 마음, 정리하지 못한 감정들이 조용히 피어난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애틋하게 그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우즈키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작가인 아키야 린코는 실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간호사 우즈키가 환자의 손을 잡고 마음을 듣는 장면들이 마치 보는 것 처럼 잘 묘사되어 있으며 우즈키의 따스한 마음을 통해 '죽음을 앞둔 사람도 여전히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마지막에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누군가의 마지막에 함께 있을 수 있겠는가?’
병에 걸린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알고 보면 삶을 더 따뜻하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조금 더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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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진심으로 서평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