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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 - 흔들리는 선생님을 위한 70개의 길라잡이
엄재민 지음 / 책장속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이미 '선생님은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라는 프롤로그에서부터 눈물이 나는 책.
아 아니, 이미 벌써 제목에서부터...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라니...
직업란에 '교사' 두 글자를 쓰는 모든 사람들은 지난 7월 19일을 잊지 못한다.
그 날 우리는 마음이 무너졌다.
내가 그 날 제일 놀랐던 것은
첫째, 선생님이기 이전에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런 뉴스 꼭지 하나 없었다는 것 (그 다음날 밤 9시가 되어서야 보도가 되기 시작했다.)
둘째, 교사의 죽음을 보는 교사인 나는 사실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는 것...
정도에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이미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과, 학부모와 모든 일을 교사에게 미루는 관리자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교육청이라는 일상을 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울해졌다. 급속히 우울해졌다.
스물 다섯살 꽃다운 그녀는 나보다는 나의 제자와 나이가 가깝고, 나 역시 숱하게 많은 제자들을 교대에 보냈다.
그리고 나 포함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교직에 있는 사람들이다.
교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들이다. 특히 서울교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SKY를 가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런 인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대를 택한 것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세상은 교사가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교사인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현실화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진짜 많이 울었다.
25년차의 선생님께서 7월 이후의 아픔을 통해,
우리들에게 힘내라고, 당신들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교사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이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 같다.
1.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
2. 학교라는 직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3. 교사의 기본은 수업에서부터
4. 함께 가는 파트너 - 학생과 학부모
이렇게 크게 4꼭지를 가지고 학교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지, 어떤 직장인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선배 교사의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곳 저곳에 잔뜩 플래그잇을 붙여놓았다.
교무실, 아주 가까이에 두고 자주 볼 책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공교육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믿기에 (지금 이 문장을 쓰면서도 여전히 아프다) 아직 교단에 서 계시는 선생님들,
당신들은 정말로 괜찮은 교사입니다.
우리 잘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p.9. 사회에서도 워라밸이 당연해졌고,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하면 안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사회에서 원하는 교사에 대한 기대치 간에 차이가 자리했습니다. 타 직종보다 교사에게는 유독 높은 사회적 기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있었습니다. 교사가 받아들이는 세상과 교사를 바라보는 세상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 것이죠. 게다가 교사에 대한 높은 직업 선호도 또한 교사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움켜쥐었습니다. 방학도 있고 연금도 빵빵한데,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교사 내부와 외부의 온도가 현실과 기대치 사이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현 사태의 원인이 있습니다. 학부모로서의 권리는 당연하지만 교사의 권리는 당연하지 않고, 학생의 학습권은 존중하지만 교사의 수업권은 존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극히 일부인 이기적인 학부모들의 그릇된 행태는 현재 사회를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교권 추락에 대한 위기 의식은 교사들 스스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나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p.14. 학생의 권리, 학부모의 권리, 교사의 권리 모두가 소중합니다. 누구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육 3주체 모두가 믿음으로 함께 가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교육은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