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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의 방 - 우리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
베로니카 오킨 지음, 김병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평점 :

저는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에 대해서는 꽤 자신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기억들의 방>을 읽으면서, 저의 기억들에 대해 이전 같은 자신감을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그것이 나와 관련되어 있고,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더더욱이요.
모든 전기적 기억은 어느 정도는 거짓이다.
변화의 불가피성, 계속 진행되는 사건과 경험들에 기인하는 변화하는 네트워크,
인간들의 자기 서사화 충동 때문에 그렇다. (p.285)
<오래된 기억들의 방>은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신경학자인 베로니카 오킨의 첫 대중서로, 저자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에 대한 경험과 통찰에 기반하여 기억과 관련된 뇌과학적 연구 결과와 그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전해줍니다. 책의 구성은 감각, 장소, 시간, 스트레스 등과 기억의 관계를 말하는 '1부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자기 인식, 자아 감각, 서사, 트라우마 등과 기억의 관계를 통해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2부, 기억은 어떻게 우리를 형성하는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각, 경험, 기억, 육감, 의식, 자각 등의 개념들이나 '감각이 없이는 기억도 없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 '기억 없는 의식은 없다' 등 평소에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진행되는 책이라 그런지 부분마다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분야이다 보니 의미를 이해했는가 혹은 제대로 파악했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자신이 없네요.(책 내용 요약은 책 소개나 다른 분들의 서평을 참고해 주시길..) 하지만 글 자체 혹은 번역이 깔끔하고 그리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서 대중을 많이 배려한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문학작품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아마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과학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시는 분들이라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일 듯합니다.
이런 종류의 과학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전에는 몰랐던 수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이 한참 남아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우리에게 너무 당연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들이 '사실'이라고 밝혀진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나, 이전에는 틀린 것으로 여겨졌다는 것에도요. 그래서 장담할 수 없는 건 비단 기억뿐만 아니라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 역시 포함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내가 아는 것과 옳다고 생각하거나 믿는 것에 조금은 더 틈을 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