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 스틱!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개정증보판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엘도라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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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위해 책장에서 책을 꺼냈을 때, 책 안에는 수 많은 밑줄과 메모 그리고 포스트 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에 한창 빠져 공부하고 있었을 때 강의에 활용할 요량으로 오랜 시간 붙잡고 매달려 있었는데, 그 때의 그 흔적들이었다. 서점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사람의 뇌리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의 힘>이라는 강력한 키워드.


히스 형제인 칩과 댄이 쓴 <스틱>은 스위치에 이어 두 번째로 익은 책으로 이 형제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을 잠시 적어보자면<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 세스 고딘과 <마케팅의 천재 맥스>를 쓴 제프콕스 등이 있는데 이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니 어떤 공통점들이 느껴진다. (말콤 글래드웰도 있었군) 깊이도 깊이지만 차별화 된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통해 발견될 수 있음이 새삼스럽다.


어떤 메시지는 사람의 기억에 잘 남고 어떤 메시지를 금새 잊혀지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한 이 책은 스틱의 비밀을 6가지 원칙을 설명하면서 정말로 잘 잊혀지지 않는 풍부한 사례들을 많이 담아 내고 있다. 당장 지금 내가 만들고자 하는 강의의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지만이 책의 특성들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음을 히스 형제들은 독자들에게 말한다.


6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단순성 : 단순해야 통한다

 2 의외성 : 상식으로 상식을 부숴라

 3 구체성 : 삶은 구체적이다

 4 신뢰성 : 믿게 만들어라

 5 감성 : 각별하게 여기게 하라

 6 스토리 :스토리로 말하라.



책은 아주 쉽게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책 속에 이어지는 사례들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어찌 이런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감탄은 보너스. 핵심원칙에 대한 전제를 규정하고 그 설명에 대한 적확하고 구체적인 사례들은 저자들의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와 함께 몰입도를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예외 혹은 미처 생각지 못한 사고의 전환은 한 쪽에 편중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전개를 이루고 있어 책에 대한 만족도는 너무 높다. (위에서 언급한 저자들이 대개 이런 전개패턴을 따른다)


국내에서의 자기계발서 시장은 자기의 생각만을 설파조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데 반해 새로 출간되는 해외의 자기계발서들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입증을 위해 충분한 실험결과와 수많은 사례들을 제시하는데 그 탁월함이 있다는 조르바님의 주장은 <스틱>이라는 책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스토리라는 단어가 광고,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등에 씌이기 시작하면서 스토리는 유행처럼 번졌다. 나 역시 스토리가 갖는 매력과 그 힘에 빠졌었다. 스토리 자체가 힘을 갖고 있는 것은 맞으나 모든 스토리가 머리 속에 꽂히는 것이 아님을 칩스 형제가 쓴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이해되었다. 스토리는 머리 속에 기억에 잘 남게 하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유튜브의 광고를 볼 때마다 광고기획자들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매번 부러워하고 서비스 디자이너들이 내놓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볼 때마다 그들의 통찰력 있는 관찰이 놀라웠다. 그것들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세상 사람들의 머리속에 가장 잘 기억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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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 - 트로이 전쟁에서 마케도니아의 정복까지
김진경 지음 / 안티쿠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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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미노아 왕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테네의 해상장악과 스파르타의 집권 그리고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으로 이어지는 마케도니아까지, 시간의 연대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 책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은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혀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저자의 전문성과 대중에게 쉽게 다가기 위한 균형적 노력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수업에서 배웠던 문학에 대한 배경 이해가 훨씬 높아졌음은 물론 더 이상 <그리스>라는 키워드가 낯으며 오히려 친숙해졌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은 후의 유익이다.


역사의 흐름이다보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들을 조망하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데,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사건에 대한 전문학자들의 서로 다른 비판적인 시각들을 기술한 대목에서 저자가 얼마나 그리스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이 갖는 의미와 시대의 영향 그리고 정치/경제와 전쟁이 미치는 문학의 영향 등에 대한 균형적인 내용을 같이 다루는데 있어서 전혀 산발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서 강한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책의 유익을 떠나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었던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문학수업 때 들었던, 발음도 안되는 외계어에 가까운 인물명들이 이제는 친숙해졌고 몇명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는 이름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스에 대한 이해도가 완전히 높아졌다. 정규수업 때보다 더 뿌듯함이 드는 건 왜일까? ^^)


어떤 대목에서는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같이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고 어떤 때는 수업을 리뷰하는 복습하는 느낌이 들어 또 다른 책읽는 재미가 느껴졌었다. 

(특히 <6장 서양정신의 기원, 그리스 고전>편은 문학수업의 복습 차원으로 문학을 잘 정리해 준 장이다) '그리스는 참으로 매력적인 나라였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오히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그들보다 더 퇴보되어가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특히 p216에 기술된 내용 중, 2500년 전에는 당시 권력자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는데, 현대 그리스에서는 작품마저 상영할 수 없는 조치가 취해졌다는 사실이 언급된다. 비단 그리스 뿐만 아니라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스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읽은 목적도 있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책 마지막에 기술된 것처럼 인류는 강자와 약자사이에서 벌어지는 시기와 질투, 약탈로 나타나는 전쟁을 통해 발전되어 왔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때마침 소설 <제노사이드>라는 소설을 같이 읽고 있었는데, 두 책 모두가 인류가 가진 전쟁에 대한 잔혹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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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아주 인상적인 몇몇 대목이 있었는데 내 것으로 만들어 두고 싶어 따로 정리해 본다.


1. 국방력에 대한 그리스인 대처 (p219)

현대인이 국방력으로 무시무시한 대량살상무기를 건조하는데 비해, 아테네 인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인류 문명의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파르테논 신전을 창조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다.

(이 대목에서 일본과 조선의 대비되는 사례가 떠올랐는데, 똑같은 철을 어떤 나라는 우수한 종을 만들었고 다른 나라는 도(칼)를 만들었다. 그렇게 환경과 민족성에 따라 국가는 달리 변화/발달해 간다)


2. 페리클레스의 추도연설 (p222)

펠로폰네스 전쟁 중에 행한 전물자의 넋을 달래는 추도연설문에 기술된 문장하나하나가 참으로 주옥같았다. 몇 천년 전에 씌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글귀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리스인들의 문화와 정신이 얼마나 멋졌는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3. 도편추방과 대중참여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도편추방과 인민재판식으로 전쟁에 패한 장군들을 광적인 흥분상태에서 판결하여 처형한 대중민주주의의 위험과 부정은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마녀재판식의 여론호도를 행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시사하는 것 같다.


4. 아테네인들의 위대함

스파르타와의 경쟁관계 그리고 페르시아의 위협으로 시작되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부분에서 그리스인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위대한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부러웠다. 멋진 민족이다. 그리스놈들. 


5.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주는 비국

소크라테스가 죽게 된 원인을 소크라테스가 가진 오기와 대중민주주의 경망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적고있는데 이런 해석이 신선하고 상당한 설득력으로 다가왔다. 이 대목에서 제갈량의 견제와 자신의 오기가 맞물려 죽게된 관우의 처지가 오버랩되었다. 또한 가장 위대한 세기에 행해진 가장 위대한 사상가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별다른 파문이 없었다는 것. 그 자체야 말로 소크라테스의 비극이자 아테네의 비극이라는 저자의 지적에 격한 공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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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 3부작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주효숙 옮김 / 까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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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에 '이탈리아에서 4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라고 적혀 있는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책은 철저한 조사와 관찰사료를 통해 로마인들이 살았던 생활상들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데 그 매력이 있는데 그 모습이 VJ특공대와 같아 머리 속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대면대면한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읽다보니 술술 잘 읽혀지는 비법이 가득했다. <고대 그리스인의 영광과 몰락>에 이어 두 번째 읽게 된 역사책인데 우리 유니컨들의 지력을 헤아려 적절한 도서를 선정했음에 대한 선생님의 역량과 지혜에 고마움과 놀라움이 함께 느껴졌다.


책을 읽다보면 너무나 상세하게 펼쳐지는 설명에 대해 지은이의 상상력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세밀하고도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통해 그대로 복원해 냈음을 바로 알게 된다. 심지어 묘사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까지도.


새벽녘, 6시를 시작으로 책은 시작한다. 30분, 1시간 단위로 여러 주제로 진행되는 저자의 이야기는  자정이 되어 하루가 마감할 때까지 전개되는데 시간의 흐름을 사용한 전개방식이 몰입에 많은 도움을 준다. 본토에서 40만부가 팔린 이유가 있었다.


저자 알베르토는 책의 서문에 자신의 의도를 확실하게 명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유적과 유물로만 남아 있는 고대 로마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라고.


로마 사회가 어떤 모습이었는가에 대한 흥미롭게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다.

 - 계급과 신분에 따른 로마인들의 주거형태의 분석.

 - 로마인들의 식습관과 음식문화 그리고 시장.

 - 거대 제국의 경제를 돌아가게 만드는 노예제도의 분석.

 - 로마하면 떠오르는 콜로세움의 진실.

 - 거대 도시의 위생시설, 화장실과 공중목욕탕.

 - 로마인의 섹스와 성적탐구.


고대 로마라 하면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2,000년 이상 전의 시간인데 (일부는) 그들이 살아갔던 모습이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오히려 그들이 먼저 만든 삶의 방식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도. 특히 가장 놀랐던 사실은 로마의 공동 화장실과 공중목욕탕이었다. 가끔 즐겨하는 게임으로 도시운영을 주제로 하는 게임이 하나 있다. 그 게임에서 보면 혐오시설 즉, 오염물처리와 상수원은 꽤나 복잡하고 골치아프기도 하며 그것들은 주거인들의 보건과 위생 그리고 삶의 만족까지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고대 도시 로마에서는 생각보다 지혜롭게 잘 처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삶에 대한 철학과 지혜가 담긴 거대 제국이 왜 노예제도라는 비인간적인 제도에 대해서는 전혀 발전이 없을까에 대한 의문도 일었지만 저자는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가 하는 일들을 모두 노예가 처리하고 있었음을 고발하는데 그런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대체재가 없다면 노예제도의 붕괴는 가당치도 않은 사회의 요소임을 말하고 있었다. 새로운 인식이 펼쳐지는 대목이다.


책을 읽다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여러 언어에 대한 어원이 나오는데 그 부분도 흥미롭다. 화폐를 의미하는 모네타(moneta)라든지 Place를 말하는 뜻의 팔라초(palazzo), 1월부터 12월까지 월 명칭의 유래, 계산기를 뜻하는 단어의 유래인 돌맹이 Calculi 등등. (나중에 네이밍을 할 때 유용해 쓸만해 보인다. ^^)


시대에 따른 노예제도를 이해하는 만큼 도움이 된 또 다른 하나는 종교에 관대한 로마인의 시각인데, 로마는 기본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거대한 영토를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를 취하는 것이 제국의 운영형태인데 이것은 반란과 긴장을 피하는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효율적인 통치의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노예제도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성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남성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와 섹스를 할 때는 반드시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상대여야 하고 절대 수동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룰이 재미나게 읽힌다. 그리스의 지식인들이 취했던 미소년 동성애와의 섹스도 자연스럽게 로마에 들어왔다는 것. 그리고 로대 로마에서도 이미 성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놀랍기도 하다.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접한 책이지만, 이런 식으로도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신기하다.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지식을 전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의 생활상을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모습에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들도 자신의 선조에 대한 오해와 착각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을 뒤로하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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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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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영국사>읽고 난 소감을 묻는다면 영국인이 아닌 프랑스 사람이 쓴 이 역사서는 길고 긴 영국의 시간 흐름을 거시적이면서도 세부 사건들을 꼼꼼히 기록한 역사서라고 답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이 스토리텔링이 느껴지는 이야기적 흐름이 느껴진 역사서였다면 <고대 로마의 24시간>은 현대적인 컨셉력과 센스로 편집된 TV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었다. 이 두 편의 역사 서적과 달리 모루아의 <영국사>는 사건의 흐름을 역사서가 가지는 전통적인 특성으로 상세하기 기술한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읽혔고 그렇게 느껴졌다.


우리는 왜 영국인 스스로 쓴 영국사가 아닌 프랑스인이 쓴 영국사를 읽게 되었을까? 어찌하여 이웃나라인 사람이 쓴 역사서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 화두가 책장을 펼치기 전에 든 첫번째 궁금증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의 서문에 아래와 같이 적혀있다. 앙드레 모루아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프랑스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책을 집필했으며

프랑스의 대표적작가이자 지성인이 영국인에게 바치는 정중한 헌사다라고.


책을 읽어보면, 혹은 영국사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국과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교류와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터인데 이웃나라간에 이런 지적인 교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가진 정식적 풍요로움에 대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잠깐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없다라는 책은 이와는 비교될 수 없지. 저자의 의식수준부터가...)


책은 영국의 기원인 켈트인의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이후 프랑스계 왕조-튜더왕조-스튜어트-하노버 왕조-전후시대로 이어진다. 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 시대의 특징과 양상을 같이 서술하느라 흐름이 길다. 하지만 이 흐름은 단락, 단락으로 분할하여 이야기하는 호흡의 힘으로 주의력의 실종을 막아준다. (이 부분은 굉장히 마음에 든 편집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기억되는 점은 영국은 섬나라가 가진 지형적 특성과 기후의 환경이 영국인들의 독특한 기질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대륙으로 이어진 유럽이라는 문화권에 속하면서 큰 시대적 흐름에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는 것이 영국의 특징이자 힘이다. 왕을 위주로 한 군주정치가 오랜시간 지속되지 않고 그 어떤 국가보다도 의회정치를 먼저 확립할 수 있게한 그 힘이 놀랍다. (아이러니하게 왕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는 영국의 왕실이 계속 존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느껴진다)


고대와 중세시절에 재임했던 왕들의 성격과 그 시대의 사건들을 모루아는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전혀 사료답지 않게 읽혀진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게 저자의 힘인 것 같다. 또 다른 힘은 책은 자세하게 기술하면서도 전체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 시대에 나타난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곁들이는 것도 모루아는 잊지 않고 있다.


책의 분량이 워낙 방대해 축제 마감일을 지키지도 못했을 뿐더러 후반부의 마지막 100여 페이지는 속독으로 읽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나중에 자세히 읽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또 다른 책으로 건너갈 것을 알고 있기에 차라리 속독으로라도 지금 읽어두자라는 생각을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학, 과학, 인문, 예술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영국의 역사를 다뤄야 했기에 개인적인 호기심이 있는 특정 부분에 대한 호기심은 덜 채워졌다. (이것은 개인적인 아쉬움이지 전혀 이 책에 대한 평은 될 수 없다)

  - 블러드 메리의 잔혹사에 대한 이야기

  - 세익스피어가 보여준 문학사 이야기

  -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대표되는 식민지 건설의 스토리

  - 독일의 공습에도 꿋꿋히 버티며 저항했던 2차 세계대전 스토리

 

내 생애에 있어 다른 나라에 대해 제대로 된 역사서를 읽은 것은 영국이 처음이었는데 그 처음이 이런 품격있는 책이었음이란 사실은 값진 행운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든 또 하나의 유익을 꼽아보자면 나의 지력을 자극한 적절한 난이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웨이트를 하면서 내 근육을 더 단련하기 위해 항상 들던 무게보다 조금 더 높은 무게로 자극하는 트레이닝 방법을 하는데 모루아의 <영국사>는 그 경험을 떠오르게 했다. 적당히 난이도가 있으면서 적절한 속도로 따라갈 수 있는 그런 책. (이게 선생님이 이야기 한 독서법 중 하나였다보다)


<문학수업>은 수업과 시험을 통한 지식의 확장이 일었다면 <역사수업>은 책을 통한 지식의 확장이 일었다. 문학과 역사편의 수업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지식의 확장이라는 순수한 즐거움이 함께 한 시간이었다. 진심으로 역사수업의 유익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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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글쓰기 강의 -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에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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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그룹창에 <하버드 글쓰기>라는 책의 유용성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책의 1/3 정도를 보고 있었던 때였다. 하지만 독자와의 소통을 제외한 나머지 후반부를 읽을 때는 처음에 느낀 유익성은 온데간데 없고 지루함과 싸워야 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글쓰기>는 시들해졌던 모닝페이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라는 강한 결심을 다시 해주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나만의 글쓰기 활동 로켓을 쏘아올리게 하는 결실을 만들어 주었다.나의 결심을 상기시켜준 강력한 한 문장은, <이 모든 글쓰기 행위는 배워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버드 글쓰기>는 <아티스트 웨이>, <뼛속까지 써라>를 비롯한 다른 글쓰기 책보다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적혀져 있다. 심지어 짜증이 날정도로 자세하게 연습과제까지 적혀져 있다. 선생님이 이야기 하는 예술적 자아라는 부분을 <아티스트 웨이>나 <뼛속까지 써라>에서 말하는 것처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반드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이야기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말한 두 책보다 더 자세하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준다는 점이 다르다. <하버드 글쓰기>가 J형 언어로 이야기 하고 있다면 <아티스트 웨이>와 <뼛속까지 써라>는 P형 언어로 이야기 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버드 글쓰기>의 초반은 예술적 자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왜 필요한지 그리고 예술적 자아의 글쓰기 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예술적 자아를 전반부에 이야기 했으니 후반부에는 비평적 자아가 나올 것 같았지만 <하버드 글쓰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역량과 독자와의 소통, 의무적 글쓰기 등등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독자와의 소통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이 부분은 글쓰기 수업에서 느꼈던 <컨셉력>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픈 말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이 모든 것은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고 대상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특히나 책 출간을 목적으로 두었다면 더욱 더 말할 것도 없고.


세 권의 글쓰기 책에는 글쓰기를 단 번에 잘 할 수 있는 마법의 주문같은 것은 담겨있지 않다. 모닝페이지든 프리라이팅이건 어떻게 부르건 간에 꾸준히 글을 쓰면서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첫번째이자 시작이며 그것을 독자를 고려하고 생각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해라. 그것이 내가 배운 핵심적인 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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