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뿌리가 자라는 시기라고 생각해. 어떤 땅에서 자라났는지, 그때의 기후가 어떠했는지에 따라서 뿌리의 생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 씨앗으로서는 아무리 자기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토양이 척박해서 양분이 부족하면 그 뿌리가 어떻게 굵고 단단하게 땅 아래로 뻗어나갈 수 있겠어. 뿌리가 작고 연하고 약하면 그에 맞게 줄기도 작고 연해질 수밖에 없겠지. 그게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 아무리 애를 써도 이미 그 시기가 지나면 뿌리는 더 자라지 않는 것 같아.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어려워. 늘 뿌리 뽑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P98

그래, 어떤 사람들에게 집은 안전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도망쳐야만 살 수 있는 폭력의 공간이기도 하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집으로 꼭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 P104

솔직함도 마음이 강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태도인 것 같아 - P109

변화를 거부하며 사는 것이 겁이 많고 불안이 많은 나에게는 안전한 선택지였으니까. - P110

중요한 것들은 배울 수가 없나봐. 미리 대비할 수가 없나봐 - P122

동물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사는데도 저렇게 아름답구나.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될 만큼 완전하구나.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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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사면 사람 만나야 하고, 사람 만나면 술 마셔야 되고, 술 마시면 실수하고, 실수하면 후회하게 되리란걸 알았지만, 그런 패턴조차 내가 사회적인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땐 내 몸이 마음에 들었다. - P10

내가 살아 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가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 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별안간 뺨 위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 P44

고요는 오존층처럼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투명한 막 같은 거였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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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나에게서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봤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힘이 있는 존재, 누군가에게 끌려가거나 수동적인 위치에 처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애의 힘을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 P27

유나에게 느꼈던 선망은 내 오래된 열등감의 다른 말이었다. 나는 유나를 증오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33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 - P61

나는 나의 불행과 그것에 대해 토로하지 않고 견디는 내 모습이 어른스러움의 증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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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벽에 구멍을 뚫는 방법 - P238

드러내지 않는 것, 아낄 것이 있는 작가는 그만큼 다른 것도 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지 싶다. - P248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중요한 질문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어떤 고민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심지어 더 다급해지기도 했다는 걸,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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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문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우리 마음에는 빈공간이 생긴다. 옛날 사람들의 문장이 우리 이야기가 되고, 나의 삶이 내 것이 되는 정갈한 자리가.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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