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 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톰 골드 지음, 김경주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아니, 이토록 가슴이 답답한 것은

마치 찹쌀떡을 꼭꼭 씹어먹었는데도

목구멍에 턱하니 들러붙은 기분이로구나



가드의 골리앗은 블레셋의 병사이다.

밤하늘의 달빛에 비친 조약돌을

들여다 볼 정도로 감수성 넘치며

정찰보다는 행정업무를 좋아한다.


하지만 골리앗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270센치미터의 거인은 덩치에 맞게 칼솜씨도 좋고

당연히 싸움도 엄청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

골리앗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골리앗은

갑옷에 창을 들고

방패지기 꼬마를 앞세우고

적군의 기지 앞에 선다.





영문도 모른 채

아침저녁으로 적진을 향해

황제의 전언을 외치는

싸움을 돋우는 자가 된 것이다.


골리앗은 부대에서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로

검을 다루지 못하지만

그의 생각이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그의 외형이 적진을 위협하는 전사처럼 꾸미기에 적합했을 뿐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성질을 돋구는데

적진이 쳐들어 오지도 않고

상대가 떨어져 나가길 바라는

장군 네 놈의 머리 속이 궁금하다

쫄다구를 앞세워 세상 편하게 살려는

이 날도둑 넘 같으니라고ㅡㅅ-^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상사를 잘못 만나면

아랫것들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사람들은 외형적인 것만 보고도

그 사람에게 선입견이나 바라는 기대치가 생긴다.

흔한 예로 학기 초 담임선생의 귀찮음의 산물로

학급에서 제일 덩치 큰 아이를

체육부장으로 지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제가 던진 공에 제 발을 찍는

치명적은 몸치일 거라는 가정은 전혀 안하는게지_-aa

그리고 살다보면 그런 선입견이나 기대치 때문에

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휩쓸려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여기저기 끌려다니다

너덜너덜해지고 더 이상 그 쓸모가 사라지고 나서야 버린진다.

골리앗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산채로 버려진 것에 가깝지만

.

.

.

뭡니까 이거ㅡ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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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명절을 전후로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클라이언트가 하나 있다.

마치 내가 자기 머리속이라도 들어갔다 나오길 바라는 것 같다.

내 머리속에 있는 이미지를 본인이 직접 형상화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남의 머리속에 있는 걸 어찌 안단 말인가.

세부변경사항 같은 업무지시사항에 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하고

앵무새처럼 예쁘게 편집해주세요만 반복해대는데 미춰~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이게 말이야 방구야라고 소리내어 말할 뻔했_-;;

 

이럴 때 내가 상대방의 생각을 꿰뚫어보는 능력자라면

아니아니 그러면 이 몸이 너무 정신적으로 피폐해 질 것 같으니까

반대로 클라이언트가 그런 브릴리언트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직접해, GEAI라는

소박한 이 내 마음이 전해지는면 좋겠는데하고 상상해본다ㅡ~-

 

 

 

1980년대 브릴리언트라는 새로운 인류가 출현한다.

브릴리언트의 개념이 전혀 낮설지만은 않은데

그것이 전혀 새로운 인류가 아니니 때문에 배경도 현재로 상정한 듯 싶다.

자폐아 중 드물게 특정분야에 천재라는 기준을 뛰어넘는

천부적 재능이 나타나는 현상을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자폐증상을 제외하고 정상적인 범주의 생활능력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브릴리언트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따지면 굳이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현재에도 천재라 불리우는 수많은 이들이나 혹은 은둔자 중

몇몇은 자신의 능력을 다 보여주지 않고 적당히 드러내고 적당히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쿠퍼는 사람을 패턴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있는 브릴리언트지만

일반인인 공정국 사람들 사이에 섞여 생활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곳은 정부소속 단체로

사회를 위협하는 브릴리언트를 색출한다는 명분아래

정부에 반하는 이들을 자체적으로 처단하는 특수권력조직이다.

능력자이면서 능력자를 처단하는 일은

일반인과 능력자 모두에게 인정받기 힘든 위치에 있지만

쿠퍼는 그 일을 좋아하진 않아도

자신이 국가를 위하여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공명심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1급 브릴리언트임을 확신하게 되면서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블릴리언트 아카데미에 강제로 들어갈 위기에 처한다.

그곳은 아이와 부모를 단절시키고

끊임없이 경쟁하며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인격체로 만든다.

능력자들의 단결을 막고 정부가 부리기 쉬운 노동력으로 세뇌시키는

인력양성소라는 것을 아는 쿠퍼는

어떻게든 딸의 아카데미 입학을 막고 싶은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카데미 출신 지도자 테러조직이

엄청난 사상자를 내는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쿠퍼는 딸을 아카데미에 보내지 않기 위해

상사와 무간도 구두계약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자신이 이번 테러의 주범이 되어 공정국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테러조직에 호의를 얻어 잠입하여 테로조직의 수장을 처리한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처럼

절친한 동료와 자신의 팀원들도 모르게 상사와의 11 밀약이다.

쿠퍼의 상사가 그를 배신하면

그는 테러범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상사의 입장에선 쿠퍼가 적을 처단해 주면 좋은 일이고

실패해도 그만인 일

그럼에도 쿠퍼는 자신을 내던져 가족을 지키고자 떠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과연 스파이라던가 비밀요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행복은 어찌되는 것인가.

국가와 가족의 안녕을 위하여 희생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당사자의 안녕과 행복은 어찌되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매일이 혹독한 상황에 처하고도

일이 잘못되면 온갖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처참한 죽음.

일이 잘 되도 목표달성 그리고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인 것을

상대방이 아무리 나쁜 놈이고 의도가 어찌되었든 남을 속이고 뒷끝이 좋을 리가 없다.

 

그래도 쿠퍼는 자신의 공명심에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도주를 하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범죄적 재능에 눈 뜨고

일반인이라면 부담스러워할 능력도 포용해 줄

능력있는 여성도 만났으니 다행이랄까

그가 벌인 일의 후폭풍은 잠시 접어두자ㅡㅅ-aaa

 

 

 

p.451:13 쿠퍼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그리고 다시 담배를 치우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줄곧 이 순간을 기다리고 계획해 왔음에도, 쿠퍼는 감정적인 충격에 휘청거렸다.

쿠퍼는 지금 여기에 그가 그 자신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가 여태까지 그 모든일을 하고도 밤에 편히 잠들 수 있는 이유였다.

스미스는 그가 평생에 걸쳐 싸워 온 모든 것이었다. 그는 단지 살인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인간의 형태를 한 재앙이었다. 쓰나미, 지진, 혹은 상수도에 터진 오물 폭탄이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신념 외에 다른 무엇도 믿지 않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자기 뜻대로 바꾸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남자. 그가 와이오밍의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맨발로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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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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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쓰쿠모 신사 거리 상가에는 사람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상점이 하나 있다.

오래된 건물의 눈에 띄지 않는 외관으로 신경써서 걷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 곳엔 우연히 지나는 발길을 붙잡는 작은 간판이 걸려있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원래는 [추억의 시계를 수리합니다]라는 간판글씨 중 계計 자가 떨어져나간 것을 그냥 둔 것인데 그 바뀐 의미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상상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저 오래된 간판의 글자가 하나 떨어져 나간 것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혹시 지나간 과거의 기억을 바꿀 수 있기를 소원해보는 것이다. 혹시?


형과의 아픈 기억을 안고 할아버지의 시계방으로 돌아온 슈지와 사랑에 배신당하고 비록 가짜였지만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할머니의 미용실로 숨어들었던 아카리.

이 둘은 전편에서 시계방을 찾아오는 이들의 소중한 추억을 되찾아 주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아픔을 서로 보듬어주며 치유해나간다. 그렇게 썸을 타는거야 마는거야하며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주시더니 결국 둘이 사귀는 것을 공표하며 시작해주시는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사실 전편을 읽는 내내 애매한 분위기에 뭔가 불편한 느낌을 받았었다. 흥미로운 소재에 그리 재미가 없지도 않았는데 그렇다고 썩- 좋지만는 않은 묘한 감상만이 남았더랬다.

그런데 이번 편을 읽으니 전편에서 느꼈던 어색함과 모호함을 상당부분 정리해줘서 좀 편안해진 느낌이었달까ㅡㅅ-a


쓰쿠모 신사 거리는 상점가 사람들에게는 번화했던 거리의 추억이 깃든 정든 장소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미 다이치라는 수상한 청년이 쓰쿠모 신사 거리와 슈지의 곁을 뱅뱅돌고는 있었지만 아카리가 쓰쿠모 신사 거리로 돌아 온 순간 그곳은 이승과 저승, 현실과 기억의 모호한 경계지역으로 변화한다. 쓰쿠모 신사 거리 곳곳에서 혹은 신사 안에서 아카리는 종종 그들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동생의 기억에는 없지만 언니의 기억에는 소중히 간직된 추억, 동네 이곳저곳을 주인이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찾아 헤메는 죽은 개 등 이제는 아카리 본인은 뭔가 이상한 걸 봤다는 자각조차 희미한 일이 되어버렸다.


전편에 아롱아롱 초석을 다진 덕분에 이번 이야기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수월하다. 시계수리 기술만큼이나 관찰력이 좋은 탐정이자 온화한 얼굴마담 슈지는 아카리가 곁에 있음으로 많이 편안해진 모습니다. 아카리는 다이치의 존재가 늘상 의심스럽긴 하지만 쓰쿠모 신의 가호가 함께 하는 기분이다. 아직 서로에 대한 진심을 전하는 것이 서툰 두 사람이지만 타인의 추억의 시간을 아픈 기억에서 행복한 기억으로 수리하는 데 있어서 만큼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니 곧 다른 에피소드들과 함께 알콩달콩하게 돌아오리라 믿는다.


  





)

다이치의 존재는 궁금하긴 하지만

과연 내 예상이 맞을지 반전이 준비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는 한편으로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이 시리즈가 끝날 것 같아서 그냥 이대로 묻어두고 싶기도하고 하여튼 내적갈등의 인물이로다




p.306:2 치카야 -> 치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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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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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라고 하면 왠지 유럽 선진국의 대표적 나라이며 급진적인 사회제도, 자유와 낭만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주요 몇몇 관광지역을 제외하면 외국인의 출입자체가 위험한 도시라고 한다. 더욱이 굴링굴링한 말과 함께 심각한 인종차별주의, 관공소의 우월주의와 뺑뺑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나선 돈 싸들고 황제관광은 할지언정 굳이 차별받기 위해 제 발로 그 나라에 살고 싶진 않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급진적인 사회제도가 필요한데에는 그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일까. 난민도 아닌 삼바가 밑도 끝도 없이 프랑스란 나라에 꽂혀 떠나는 모습이 죽는 줄도 모르고 불 속으로 날아드는 나방같다는 생각을 했다.

 

삼바는 오래 전 프랑스로 떠난 삼촌을 찾아간다. 작지만 우아한 몸짓의 삼촌은 그를 반겨주고 돌봐주었지만 마냥 기쁠 수 는 없었을 것이다. 그간의 성실함으로 이제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겨우 장기체류증을 몸에 품고 살게 되었는데 느닷없이 폭탄이 날아들었으니 말이다. 불법체류자를 숨겨주는 치명적인 대가를 생각했을 때 차라리 조카를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삼바 시세, 1980 2 16일생, 바마코, 말리.

프랑스 입국, 1999 1 10.

체류증 신청, 2009 2 1.


그러나 저 안일한 접수증을 보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삼바의 고단한 삶에 삐딱선을 타고 만다.

10년간 프랑스를 위하여 더럽고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고 세금도 꼬박꼬박냈다. 하지만 그것이 체류증을 얻기 위한 정부의 지시나 무료봉사는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난 10년간 너무 안일했던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체류를 인정하는 직종분류가 되어있고 어느 정부나 모든 일에 절차와 서류란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삼바와 삼바의 삼촌이 한 것이라곤 10년간 그저 일만 한 것 아닌가- 체류증을 얻기 위한 시도나 절차를 알아보는 등의 주변의 도움을 구해 본 적이나 있었던가 말이다.


결국 10년만에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잠시 말리에 다녀오고자 처음 체류증을 신청하게 된다. 이무슨 강심장이란 말인가숨어지내도 모자를 판국에 나 여깄어요~ 한 것도 모자라 답변이 늦어진다고 제 발로 경찰청에 찾아간다. 자발적으로 번호표를 뽑아들고 장시간 대기까지 한 삼바는 체포되고 강제추방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보호단체의 도움으로 강제추방을 면한 대신 자발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자발적이래ㅎㅎㅎ


p.108:3 <삼바 시세 씨가 연고가 없지 않은 말리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p.108:11 프랑스 당국은 그가 유치소를 떠나게 내버려 뒀다. 그가 순순히 여행사로 가서 말리행 비행기 표를 살 거라고 믿으며.

프랑스 당국은 정말이지 순진했다. 강제 추방을 면한 그가 기쁜 마음으로 말리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그는 다음에 또 걸릴 때까지 조금 더 남아 있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설사 남는 것이 이젠 정말 불법이라 하더라도.


삼바가 비웃은 정부의 코미디 같은 판결이었다. 크나큰 위험을 감수하며 알게 된 체류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삼바는 진정한 불법체류자가 되기로 한다.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그는 다른 사람의 이름아래 자신을 숨겨야 했다. 삼바는 점점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삶에 익숙해지는 사이 삼바 시세는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가족도 친구도 사랑도 종국에는 자기 자신까지 잃어가며 오로지 증오의 땅 프랑스에서 버티는 것만이 살아가는 목적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우리네 부모세대들의 사연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상상해본다.

하루가 멀다하고 커다란 항공가방을 메고 우리동네 시골버스에 오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부디 한국이라는 나라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어렵사리 찾아 온 그들에게 부디 증오의 나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p.210:12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사연이 없는 법이다.


p.285:1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당신들이 무시하고 내친 사람들에게 쌓인 슬픔이 당신들의 나라를 가득 메우고, 당신들의 행복을 오염시킬 거라고. 그들의 떠도는 영혼이 당신들 주변에서 배회하는 것을 느끼게 될 거라고.

당신들도 오래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세상은 오직 하나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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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의 다리 A Bridge of Children's Books - 책으로 희망을 노래한 옐라 레프만의 삶
옐라 레프만 지음, 강선아 옮김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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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책으로 희망을 노래한 옐라 레프만의 삶

 

처음 봤을 때 동화책이라고 착각했던 것은 아이가 새를 타고 날아가는 모습에서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 겹쳐 보였기 때문인가보다. 하지만 1946년 국제 아동 도서전 포스터로 쓰였던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을 펼친 채 하늘을 나는 아이 밑으로 세계각국 혹은 동화 속 인물들이 행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책을 읽던 아이가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하는 것 같은 이 그림의 모습이 옐라 레프만이 그리던 어린이 책의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지 않았을까-

엘라 레프만은 뮌헨에 국제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하고 어린이 잠자리 공모전(날아댕기는 곤충아니고 잠 드는 자리임), 어린이 자화상 전시회를 개최, 나아가 아동문학의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만드는 놀라운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ㅇㅂㅇ!!!

이 책은 옐라 레프만이 전후 독일 어린이들을 위해, 나아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헌신한 9년간의 기록을 담은 내용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이룩한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경쾌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자꾸 코끝이 시큰시큰한 것이냐..._-

유대인인 옐라 레프만은 독일에서 활동하던 언론/출판, 정치가였지만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 영국으로 망명한다. 악의 손길이 뻗치기 전 서둘러 독일을 떠나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가 정치계에 있었기 때문에 누린 정보의 혜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독일에 남겨진 많은 유대인들의 비참한 상황을 생각하면 등줄기가 간질거리며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미점령군은 그녀에게 독일(서독) 여성아동문제 고문으로 와 줄 것을 제안한다. 길고 긴 전쟁은 끝났지만 나치의 만행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유대인인 그녀가 그 끔찍한 상흔이 남겨진 독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전국 각지를 돌며 겨우 살아남은 지식인들을 만나 의견을 수집하며 지금은 여성보다 아이들이, 빵보다 책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다.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책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정답은 책이었고 어린이였다.

그녀는 하루 빨리 황폐한 아이들의 삶에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했다.

곧바로 국제 어린이 도서전을 기획했지만 군대식 행정서류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고 정부와 점령군의 지원은 미비했다. 의 호의는 있었으나 돈까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탓에 책을 수급하는데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그녀는 세계 각국에 책을 요청하는 도움의 편지를 띄운다.

p.54:5 만일 그 전쟁이 정말로 끝났다면, 그리고 우리가 평화로운 공존을 믿는다면, 그 평화의 메세지를 전달할 최초의 전령은 어린이 책이 될 것이다.

놀랍게도 6개월 전만해도 전쟁을 치뤘던 20개국 중 19개 국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 중 한 나라는 거절의 편지를 보내왔는데 두 번이나 독일에게 침략당했던 나라였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편지를 썼다. 세 번째 침략을 빌미로 삼은 정말 잔인한 협박이 아닐 수 없었지만 맘씨 착한 벨기에는 지원을 약속했고 가장 훌륭한 컬렉션을 보내왔다.

국제 어린이 도서관 설립도 위의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하는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따라다녔다. 하필이면 왜 독일인가,인 것이다. 최초의 국제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하고자 하는데 찬성하지만 하필 왜 그곳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독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된다. 그러던 중 난항을 겪는 국제 어린이 도서관 설립의 지원을 요청하는 루즈벨트 여사의 칼럼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미국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뮌헨에 국제 어린이 도서관이 설립된다.

p.144:9 유럽의 다른 어린이들뿐 아니라 독일 어린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음식뿐 아니라 책도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아이들이 다시 어린 나치와 파시스트로 자라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전쟁 직후라는, 그것도 전 유럽을 강타한 아주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나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전인류애적 이야기이다. 이 책의 거의 모든 일화들은 현시점에서 보기엔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기적에 가까운 일투성이다. 내가 벨기에 정부였다면 과연 저 두 번째 편지를 받고 아, 그래요?하며 책을 바리바리 싸 보냈을까 싶은 것이다. 지금 내 머리 위로 아무리 수많은 물음표가 슝슝슝 떠다닐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현실로 이루어 졌으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 너무도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전쟁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침략국이라는 사실은 잠시 접어둔 채 적국의 아이들을 위해 수년간 나치가 가리고 있던 세상을 다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을 모으는 과정은 경이롭다. 전쟁의 폐허를 그렸지만 그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냥 눈이 부셔 눈물이 났다고 하기엔 코끝이 너무 시큰한 옐라 레프만의 기록들이었다.

시간 아깝게 쓰잘데기없이 책은 뭐하러 읽느냐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래서 책을 읽습니다, 권하고 싶은 책이다ㅡㅅ-bbb

 




지금은 북캐슬로 이름이 바뀐

국제어린이도서관 홈페이지 외국어 주의 http://www.ijb.de/en/home.html

[나미북스 블로그]

옐라 레프만, 그녀는 누구인가? http://blog.naver.com/womenpub/220248533718

옐라 레프만이 설립한 국제어린이도서관! http://blog.naver.com/womenpub/220218142254

 


 

) 책말미에 독일어린이들에게 평화가 옴과 동시에 한국어린이들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스치듯 지나간다.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꼬레아. 레어템도 이런 국가적 레어템은 없을 우리나라. 그 옛날 북한에 소를 보낼 것이 아니라 책을 보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그랬으면 책을 집어던지며 배고픈 인민들이 쳐들어 왔을라나…ㅡ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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