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의 다리 A Bridge of Children's Books - 책으로 희망을 노래한 옐라 레프만의 삶
옐라 레프만 지음, 강선아 옮김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부제 : 책으로 희망을 노래한 옐라 레프만의 삶

 

처음 봤을 때 동화책이라고 착각했던 것은 아이가 새를 타고 날아가는 모습에서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 겹쳐 보였기 때문인가보다. 하지만 1946년 국제 아동 도서전 포스터로 쓰였던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을 펼친 채 하늘을 나는 아이 밑으로 세계각국 혹은 동화 속 인물들이 행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책을 읽던 아이가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하는 것 같은 이 그림의 모습이 옐라 레프만이 그리던 어린이 책의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지 않았을까-

엘라 레프만은 뮌헨에 국제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하고 어린이 잠자리 공모전(날아댕기는 곤충아니고 잠 드는 자리임), 어린이 자화상 전시회를 개최, 나아가 아동문학의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만드는 놀라운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ㅇㅂㅇ!!!

이 책은 옐라 레프만이 전후 독일 어린이들을 위해, 나아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헌신한 9년간의 기록을 담은 내용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이룩한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경쾌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자꾸 코끝이 시큰시큰한 것이냐..._-

유대인인 옐라 레프만은 독일에서 활동하던 언론/출판, 정치가였지만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 영국으로 망명한다. 악의 손길이 뻗치기 전 서둘러 독일을 떠나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가 정치계에 있었기 때문에 누린 정보의 혜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독일에 남겨진 많은 유대인들의 비참한 상황을 생각하면 등줄기가 간질거리며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미점령군은 그녀에게 독일(서독) 여성아동문제 고문으로 와 줄 것을 제안한다. 길고 긴 전쟁은 끝났지만 나치의 만행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유대인인 그녀가 그 끔찍한 상흔이 남겨진 독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전국 각지를 돌며 겨우 살아남은 지식인들을 만나 의견을 수집하며 지금은 여성보다 아이들이, 빵보다 책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다.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책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정답은 책이었고 어린이였다.

그녀는 하루 빨리 황폐한 아이들의 삶에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했다.

곧바로 국제 어린이 도서전을 기획했지만 군대식 행정서류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고 정부와 점령군의 지원은 미비했다. 의 호의는 있었으나 돈까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탓에 책을 수급하는데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그녀는 세계 각국에 책을 요청하는 도움의 편지를 띄운다.

p.54:5 만일 그 전쟁이 정말로 끝났다면, 그리고 우리가 평화로운 공존을 믿는다면, 그 평화의 메세지를 전달할 최초의 전령은 어린이 책이 될 것이다.

놀랍게도 6개월 전만해도 전쟁을 치뤘던 20개국 중 19개 국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 중 한 나라는 거절의 편지를 보내왔는데 두 번이나 독일에게 침략당했던 나라였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편지를 썼다. 세 번째 침략을 빌미로 삼은 정말 잔인한 협박이 아닐 수 없었지만 맘씨 착한 벨기에는 지원을 약속했고 가장 훌륭한 컬렉션을 보내왔다.

국제 어린이 도서관 설립도 위의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하는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따라다녔다. 하필이면 왜 독일인가,인 것이다. 최초의 국제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하고자 하는데 찬성하지만 하필 왜 그곳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독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된다. 그러던 중 난항을 겪는 국제 어린이 도서관 설립의 지원을 요청하는 루즈벨트 여사의 칼럼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미국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뮌헨에 국제 어린이 도서관이 설립된다.

p.144:9 유럽의 다른 어린이들뿐 아니라 독일 어린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음식뿐 아니라 책도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아이들이 다시 어린 나치와 파시스트로 자라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전쟁 직후라는, 그것도 전 유럽을 강타한 아주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나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전인류애적 이야기이다. 이 책의 거의 모든 일화들은 현시점에서 보기엔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기적에 가까운 일투성이다. 내가 벨기에 정부였다면 과연 저 두 번째 편지를 받고 아, 그래요?하며 책을 바리바리 싸 보냈을까 싶은 것이다. 지금 내 머리 위로 아무리 수많은 물음표가 슝슝슝 떠다닐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현실로 이루어 졌으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 너무도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전쟁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침략국이라는 사실은 잠시 접어둔 채 적국의 아이들을 위해 수년간 나치가 가리고 있던 세상을 다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을 모으는 과정은 경이롭다. 전쟁의 폐허를 그렸지만 그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냥 눈이 부셔 눈물이 났다고 하기엔 코끝이 너무 시큰한 옐라 레프만의 기록들이었다.

시간 아깝게 쓰잘데기없이 책은 뭐하러 읽느냐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래서 책을 읽습니다, 권하고 싶은 책이다ㅡㅅ-bbb

 




지금은 북캐슬로 이름이 바뀐

국제어린이도서관 홈페이지 외국어 주의 http://www.ijb.de/en/home.html

[나미북스 블로그]

옐라 레프만, 그녀는 누구인가? http://blog.naver.com/womenpub/220248533718

옐라 레프만이 설립한 국제어린이도서관! http://blog.naver.com/womenpub/220218142254

 


 

) 책말미에 독일어린이들에게 평화가 옴과 동시에 한국어린이들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스치듯 지나간다.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꼬레아. 레어템도 이런 국가적 레어템은 없을 우리나라. 그 옛날 북한에 소를 보낼 것이 아니라 책을 보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그랬으면 책을 집어던지며 배고픈 인민들이 쳐들어 왔을라나…ㅡ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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