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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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술꾼. 매력적인 여성주당들이 나와 반가웠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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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대륙기 1 블랙 로맨스 클럽
은림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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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미가 밥을 지어 먹이고

다른 한 어미가 옷을 지어 입힌

두 계집아이가 있었다.

하나는 공주의 피가 흐르고

다른 하나는 천것의 피가 흘렀지만

누가 봐도 꼭 닮은 아이들이었다.

 

서미와 무화.

 

상단의 배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두 아이는 자라서

남편의 반역죄로 유폐되었던 녹옥공주가 낳은 아비 없는 딸 서미는

왕실이 인정한 반공주라는 신분으로,

그녀의 벗 무화는 그 사이 왼팔을 쓸 수 없는 시녀가 되어

그들이 어릴 적 살던 고래등걸로 돌아온다.

 

그러나 고귀하고 우아한 자태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아이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이를 지켜주고자 했던 아이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아니 태어난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장기말이 되어 누군가 깔아놓은 길을 걷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놀랍도록 하나의 인물에 집중되어 있다.

노래하는 나무의 옥인, 탑 속의 예언하는 새,

생명의 씨앗을 삼킨 용 그리고 모두가 부르기조차 꺼려하는 존재

그 모두가 무화에 대한 편애와 견줄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서미가 그토록 소망하고 지켰던 삶에 전혀 흥미가 없는 무화는

그 자리를 가볍게 버리고 떠난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여자가 아닌 한 명의 온전한 무인으로 살아가며

중성적인 생활을 하지만

그 주변에는 날파리처럼 꼬여드는 엄청난 출신의 남성들과

이형의 존재들은 무화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외향적으로는 결코 평탄치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지만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전혀 동정이 가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그럴수록 그 옆의 초라한 서미라는 존재가 눈에 밟힐 수 밖에 없다.

 

홍등가에 팔려갔다 흉측한 팔병신이 되어

충격으로 정신줄이 오락가락한 게 안쓰러워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 그 자리를 대신 살아줬더니만

어느날 보니 고장난 팔은 멀쩡히 움직이고

자기 것이 아니라고 떠넘겼던 기억마저 되찾은 무화를 바라보는 서미의 심장은 내려 앉았을 것이다.

 

왜 나는 공주가 아닌 거야? 걔랑 나랑 뭐가 달라서!

 

아무리 그 아이를 닮으려고 발버둥쳐도

비슷해 보이는 외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결국 자신은 가짜였다.

 

무화를 중심으로 세계를 구하는 전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그나마도 존재가 사라졌던 서미는

종국에 어릴 적과 마찬가지로 무화대신 험한 꼴을 당하다

어둠으로 끌려들어간다.

 

그리고 책을 덮고도 한동안 서미가 안쓰러운 존재로 남을 것 같다...

 

결국은 핏줄이라는 건가요? 운명이란 이미 다 정해졌고 우리 같은 천것들에겐 기회조차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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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녕
로리 프랭클 지음, 황근하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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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샘은

자신이 개발한 매칭프로그램으로 단번에

그토록 소원하던 자신의 반쪽 메러디스를 만난다.

둘은 급속도로 너무도 완벽하게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를 알아가는 짧은 사이

메러디스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샘의 사랑은 상실감에 너무도 힘겨워한다.

 

유아기에 일찍 엄마를 잃고

별다른 친척도 없이 아빠와 단둘이 퍼석하게 살아온 샘은

애착관계과 남달랐던 손녀와 할머니의 사이를 잘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녀가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모습에 자신의 능력을 살려(마침 백수라 시간이 왕창 많음) 

할머니와의 작별인사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할머니지만 할머니가 아닌 존재.

살아있지만 진짜 살아있지는 않은 존재.

하지만 할머니처럼 말하고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친근하며

손녀와 손녀의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하는 그 존재에

메러디스는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또 한번 놀라운 발상을 하게 된다ㅇㅂㅇ!!!

이 기술에 감명받은 메러디스는 그녀의 사촌과 함께 쿵짝쿵짝해서

이 놀라운 기술을 여러사람에게 널리 알리는 리포즈살롱사업을 벌이는데

...이거 괜찮을까...

역시 리포즈의 매커니즘의 이해부족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사업은 이런 저런 인권 어쩌구 불법 어쩌구의 소통에 휘말리게 되지만

고객들이 그럭저럭 활용방법에 적응하며

리포즈 행위 이외에 살롱을 방문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산사람들 간의 유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들이 이별을 지연시키고

점점 더 죽은 자들을 놓아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메러디스 역시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가상의 할머니를 삭제할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던 와중에

그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메러디스를 위해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샘 자신을 위한 완벽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영상 속 그녀는 리포즈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고

샘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기때문에 걱정을 한다.

그리고 샘에게 메일을 보낸다.

 

샘은 결국 아버지 말씀처럼

긴긴 세월 인간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원시적인 애도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의 사랑은 없지만 샘의 주변에는

메러디스가 곁에 두고 간 사람들이 있다.

메러디스의 부모님과 대가족,

아래층 할머니(곧 떠날 테지만)와 그녀의 여러 자식들,

그리고 리포즈 살롱 공동체.

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쌓여 그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길...

 

.

.

.

하지만 샘과 메러디스가 할머니의 가상 시물레이션을 만들고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을 보는 첫 느낌은

얼마 전에 본 외신을 보며 했던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사지가 마비되어 휠체어에 탄 사람과 함께 등장한 발표자가

이제 곧 인간의 머리(Head)를 이식할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이었다.

리포즈를 이용하기 위해

병원에서 부모들이 짧은 인생을 마치게 될 아이들에게

메일을 쓰라고 울며 호소하는 이야기 역시 맥을 같이 하는데

뭔가 인류 역사상 획기적인 것이더라도

모든 사람, 모든 상황에 안성맞춤일 수는 없으며

잘못된 이해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인간적인 면에서, 혹은 감성적인 면에서

할 수 있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에

딱히 정답은 없음을 보여주면서도

나라면 어땠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온통 죽음으로 둘러쌓인 러브스토리였다.

 

 

 

 

 

p.52:12 “할머니라면 이건 다 일상용품이고 하셨을걸. 할머니는 좋은 자기를 특별한 날에만 쓰려고 아껴두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셨을 거야. 특별한 날은 그렇게 자주 오지 않으니까.”

 

p.202:12 “그건 사랑에 빠지는 거랑 같아. 자기의 옛날 삶이 사라졌어. 그냥 훅......사라졌어. 이런 일이 자기한테 일어났고, 자기는 겉보기에는 똑같아 보이고, 생활도 여러 가지 면에서 똑같은 것 같아.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직장에 가고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그대로야. 하지만 자기는 완전히, 전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달라졌어. 새사람이 되었다고.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거지. 그러니 그 사실을 만방에 소리쳐 알리고 싶은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남들이 어떻게 알겠어?”

 

p.382:10 “아파해. 울어. 던지고 걷어차. 죽을 것처럼 괴로워해. 친구들과 가족들과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엉망진창인 기분을 더 느껴. 그래야 끝이 나는 거다, . 아주 저차원적인 기술이지. 네게는 동료가 아주 많단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이렇게 애도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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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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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의 화성.

그곳은 각 컬러별로 신분이 나뉜 계급사회이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깔 1빠는 빨강,

후레쉬맨 같은 전대물 대장색은 무조건 빨강,

화성은 붉으니까 빨강이 메인컬러아님? 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고대로부터 인간은 금덩이를 좋아하였다네

최상층 골드로 시작하여 레드로 끝나는 피라미드 계급 중에

우리의 주인공 대로우의 컬러는 레드다.

그것도 바닥오브바닥 로우레드.

상위 컬러들의 지배하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땅속 광물을 채취하며

화성개척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젊고 예쁜 사랑스런 아내가 금지된 노래를 불러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계기로

대로우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레드컬러들이 통제된 구역안에서 엄격한 행동의 규제를 받고 있었던 것이

모두 그들의 거짓정보에 놀아난 것일뿐

상위계급들을 위한 세뇌된 일개미들의 삶이었다는 것을 안 그는

아내가 꿈꾸던 레드들의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비밀 조직의 일원이 된다.

생과사의 고비를 넘기며

진품감정사도 깜박 속을 만한 짝퉁골드로 변신한 대로우는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하여 골드들의 엘리트사관학교, 기관 잠입에 성공한다.

사실 그곳은 배부른 돼지들의 옥석가리기 게임.

여태까지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골드들을

평등한 조건의 제로베이스에서 등급을 재편성하는 전쟁터였다.

 

광물만 죽어라 캐던 광부 대로우는

머리가 똑똑하진 않다고 하나 직감이 놀랍도록 뛰어나고

체력도 응용력도 엄청 좋은데다 얼굴도 잘생겼다고 한다. 자기말로는.

그리고 어딜가나 추종자가 따르는데

자기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어디서 감히 오리발을…ㅡㅡ

이런 음흉한 자기감상만 뺀다면

대로우의 몽환적인 시선이 신선한 소설이다.

각 성을 중심으로 팀별로 정복전쟁을 펼쳐나가는 모습은

마치 꿈 속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가 처음 맞닥뜨리는 살육의 순간이나

피와 살이 튀는 각개전투도 흐릿한 잔상으로 남는다.

신체부위 하나를 무딘칼로 절단해도

~그렇구나~뭐를 자르는구나~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달까.

 

초반에 레드컬러의 삶이나

대로우의 아내의 죽음의 연계성 같은 걸 찾는데

방황하는 시간을 조금 보낸다면

원시부족사회의 진화를 보는 듯한

기관에서의 대로우의 영웅적 전투서사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화성에 가서 살게 되는 날이 와도

옥석을 가리는 방법은 원초적일 수 밖에 없는가와

가뜩이나 전투나 계급진화과정이 원시적인데

여기서 활용하는 비유들이 지금에도 너무 고전적이라

마치 과거와 미래 사이가 증발된 것처럼

~혀 미래사회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번 편에 기관을 졸업하면서 원시사회와도 영원히 안녕일 듯하니

골드백치인 대로우에게 있어 기관에서의 참혹한 체험이

앞으로 다가올 컬쳐쇼크보다 평화롭게 기억되길 바라며

다음 권에서는 새로운 계급사회의 미래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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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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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과 책소개글에서 <한국이 싫어서>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얼핏 스치는 봤을 때는 왠지 웃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찜찜하고 뒷목 땡기는 이야기들이라는

이번에도 엄청 웃긴 얘긴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하아- 한숨이_-

-알렙은 작은 인터넷 여론조작 업체였다.

이 조직은 이 일이 아니었으면 애저녁에 감방에 들어앉았거나

소외받는 계층 이하의 삶을 살고 있을 법한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정신세계를 갖춘 세 청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쇼핑몰 등에서 댓글로 인터넷마케팅을 하던 이들은

점차 여행, 레스토랑, 블로그 포스트에서 소설 같은 가상사연으로 인기몰이를 하다

** 전자 의뢰로 관련 회사를 다룬 영화관련 일을 맡게 되면서

-알렙의 크리에이티브한 제안에 흥미를 가진

이상한 조직의 눈에 띄게 된다.

소설은 팀-알렙의 멤버 중 한 명이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하는 이야기와

-알렙의 이야기가 일의 진행상황에 맞춰 교차되어 내용이 전개된다.

국정원 사람으로 추정되는 그 이상한 조직의 인물에게

거액의 성과금을 제시받고

진보적 성향을 띈 보수적인 카페에 침투해

회원들을 교란시켜 결국엔 카페를 와해시키는 업무를 받는다.

그 동안 팀-알렙의 여론몰이 성과 과정이

실례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이야기들이

기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알렙의 멤버들은 번 돈을 엉뚱한데 골고루 퍼나르며

이상한 조직 사람들과 멤버쉽을 돈독히 쌓아간다.

정치인도 조직도 뭣도 아닌 그늘 속 어딘가의 누군가

돈으로 마음만 먹으면 여론몰이든 뭐든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고

스스로 거미지옥에 걸어 들어오는 젊은이들을

얼마든지 일회성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

모두 루머라고 믿고 싶었던,

설마했던 사건이 진짜로 판명되었던 것처럼

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이 불길한 가상의 이야기가 상상으로 끝날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을 모티브로 썼다는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얼마되지 않은 뉴스에 강남구 댓글부대가 올라와서

이것도 뭐 돌고돌는 물레방아 이야기인가 싶다.

전에도 있던 일이고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라 더욱 씁쓸한 소재의 이야기였다.

p.95:12 삼궁은 자신이 미지의 섬에 막 도착한 모험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하나하나가 고유의 질서와 법칙을 지닌 생태계다. 그 세계들은 태어나고 성장하며, 진화하고 죽는다. 어떤 것들은 아름답고 어떤 것들은 위대하다. 어떤 섬의 숲은 산불에도 잘 버틴다.

그러나 모든 세계에는, 그 자신만의 약점이 있다. 작고 가늘지만 세계 전체를 떠받치는 중대한 고리가. 별 생각 없이 풀어놓은 쥐 몇 마리가 토착 동물들을 전부 굶어죽게 만들 수도 있고, 그 쥐를 잡으려고 뿌린 소독약이 섬의 나무를 몽땅 말라 죽일 수도 있다.

p.147:24 그런데 멍청한 놈들이 그런 열광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않고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느니, 뭘 포기한 세대라느니 하면서 오히려 기를 꺽어놔. 아주 악질적인 사고방식이야. 조금만 부추기면 에베레스트도 오를 수 있는 애들한테 동네 뒷산 오르는 주제에 무슨 엄살이냐라고 비아냥거리고, ‘힘드니까 등산이다라며 멸시하고. 자기들 인생 하나 성공하지 못한 종자들이, 자라나는 애들 미래를 발목 잡고 있어. 다 붙잡아서 감옥에 쳐넣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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