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밸런스 - 하버드 의대가 밝혀낸 젊고 건강한 사람의 비밀
네고로 히데유키 지음, 이연희 옮김 / 스토리3.0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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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공부가 되는 책을 만났다.

너무 많이 등장하는 긴 이름의 낯선 호르몬 무리들이

내 앞길을 막는 것 만큼

평소 나의 생활습관을 돌아보며 읽다보니

글밥은 얼마 안되지만 읽는데 오래두고 읽게되는 책이다.

 

평소에 호르몬은커녕 안티에이징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호르몬 밸런스>라는 어마어마한 제목의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문구들 중 하나 때문이다.

 

- 병명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린다

-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 잔병치레가 늘어 매일 약을 복용한다

- 잠들기가 어렵고 중간에 자주 깬다

 

잠만보인 나는 한번 잠들면 중간에 깨는 일은 없지만

피곤을 끼고 산지는 반평생이 되었다.

특히 계절이 바뀔 때는 삭신이 쑤시고

땅속에서 누가 내 발목을 잡아끄는 것처럼 몸이 무겁다.

어릴 때는 이렇게 까닭없이 아픈 걸 보면

젊은 나이에 뭔가 병이 있나 싶어 병원에서 검사도 해봤지만

모든 수치가 아슬아슬하게 건강에 가깝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은 아니지만 정상이라는데 나는 왜 아픈 것인가...;;;

원인불명이라며 포도당 장사나 하던 의사들에 비하면

이 책은 당연하지만 몰랐던 해설을 해주었다.

 

아마도 의사들은 나에게 날 밤 새지 마라,

잠 잘 잘고 삼시세끼 꼭 챙겨먹어라 얘기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내둥하는 잔소리마냥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을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내 증상을 완화시켜주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알려주어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뭘 하라고는 하는데 의미를 찾지 못하니 귀찮을 따름이다.

 

우리 몸에는 백가지가 넘는 호르몬이 있는데

가위바위보가 하나를 이기면 하나에 지는 것처럼

무조건 좋은 녀석도 무조건 나쁜 녀석도 없다.

그래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낮에 생성되는 호르몬을 만들어야

밤에 생성되는 호르몬을 만들 수 있고

그것들이 돌고 돌아 순환을 해야 균형이 유지된다는

단순한 원리를 납득하고서야

체내 시계라는 녀석에게 비위를 잘 맞춰야겠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지구 자전에 따라 24시간 주기로 해가 뜨고 지는 것에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는 몸뚱아리인 것을 알고나니

내가 지구인이라는 걸 실감했던 시간이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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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사라 앤더슨 지음, 심연희 옮김 / 그래픽노블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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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민간인사찰의혹만화등장ㅋㅋㅋ

분명 뉴욕사람이라 했는데

이사람 하는 짓이나 사고방식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사라의 낙서 북이라는 시리즈명이나

작가의 자전적 에피라는 이야기를 몰랐을 때

순수하게 그림만 보고

주인공이 더벅머리 남자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림이 털털하다.

여자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성별모호 그림체처럼

과연 그녀의 일상에피 역시 모든 허례허식을 내려놓은듯ㅋㅋㅋ

 

민증이 나와 법적으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학교에 등교하고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쓰는 동안엔

어른아님 유예기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고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드리는 입장이 되어서도

스스로 어른이라는 자각을 하기는 힘들다.

하루하루가 낯설고 아직도 사는 게 어색한데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술 먹는 어린이가 된 어른이들은 아직도 사춘기라네...ㅎㅎㅎ

 

 

음악합네, 그림그립네, 외국어합네 하면 사람들이 너무 쉽게 하는 한번 해보라는 말.

'싫어'에 완전 공감ㅋㅋㅋ

 

 

, 내가 예쁜 노트에 좀 많이 약해-

수백권은 아니지만 나도 저런 거 수십권은 있다...oTL

 

 

 

 

이건 뭐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늘상 있는 일.

잠이 많아서 평생 이럴 거 같은데ㅋㅋㅋ;;

 

 

어쨌거나 모든 계획의 끝은 잠...

하루가 어찌나 빨리 가는지 원ㅡㅅ-aaa

 

 

아직도 받는 거에 익숙하질 않아...ㅎㄷㄷㄷㄷ

 

 

 

에잇, 어른 하지 말자ㅡ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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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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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니체가 철학자라는 걸 알 정도로 그 이름이 익숙하다.

그러나 그 유명한 철학자의 사상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사상 근처에 가본 적도 없고

그저 그 바닥에선 극단적인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고

말년엔 광기에 휩싸였다는 것 정도를 풍문으로 알 뿐이다.

 

나에겐 아직 미지의 인물이었던 니체를 너무너무 싫어해서

너무 싫어한 나머지 그의 사상을 깨부수듯 파고들어

기어이 자신이 싫어하는 인물의 사상을 가지고 책을 쓴 사람이 있다.

싸우는 철학자라는 저자는

시종일관 니체에게 삐딱한 시선을 던지며

과연 그 이름에 걸맞게 지금 나한테 시비거는거야?’ 싶은 말투로 독자들을 조롱한다.

 

니체는 약자는 착한 사람이며

나아가 착한 사람은 가축무리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니체가 말하는 약자란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아니다.

약자란 착한 사람 탈을 쓴 이기적인 인간이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 공동체에 숨어들어 거짓을 말하고

타인을 멸시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무리들이다.

 

w.80:5 착한 사람은 약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자들, “어쩔 수 없잖아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은 약하니까 모든 것이 용서되리라 믿는 교활하고 비열한 무리들이다.

 

w.118:10 특히 착한 사람이라고 자칭하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해로운 파리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들은 전혀 악의 없이 쏘아대고, 전혀 악의 없이 거짓말을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3, 귀향

 

강자란 만족을 아는 자,

자신을 관철하는 사람으로

항상 비판받기에 익숙하고 적에게 물러서지 않기 때문에

점점 레벨업이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니체의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니체의 본모습은 강자보다는 약자에 속한 인물로 보인다.

저자 또한 니체 스스로 착한사람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과격하게 착한사람을 규탄한 것처럼 보인다고 평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특히 저자가 편집자에게 쓴 편지)

저자 역시 본인이 니체와 닮은 사람이기 때문에 니체를 증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저자는 니체를 엄청 미워하면서도

자신은 그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십년간이나 니체를 연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니체의 인용문구들을 보면

니체의 주장은 편협하고 과격해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직관적이다.

다소 신경을 긁는 표현도 있지만

한번쯤 니체의 착한 사람 공격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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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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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에서 두둥실 우아하게 떠다니는 백조도

물에 뜨기위해 미친 듯이 목숨을 건 물장구를 치듯이

부유한 집이든 가난한 집이든

평온하고 행복해보이는 모든 집에도

그 이면에는 각자의 말 못할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뜻에서

모든 가족은 막장을 겪는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공기빵빵튜브를 끼고 있다면

굳이 스스로 막장에 뛰어들 필요가 있나 싶은 것이 사실이다.

막장이란 굴러들어오는 것이지

끌어들이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런데 여기 굳이 셀프막장을 설계한 튜브 낀 인간이 하나 있다.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나

11층을 사용하는 규모의 부자가족이 있다.

대대로 의사집안이지만 의술보단 사업수완이 좋아 성공한 아버지.

재력가집안의 우아하고 품위있게 갤러리를 운영하는 어머니.

늘상 잘난 언니에게 치여 다소 삐뚫어지긴했으나

본인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는 둘째.

우월한 유전자를 선택받아

앞으로 부모의 재력과 위치를 전부 물려받을 첫째.

 

부모가 깔아준 꽃길을 얌전히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 첫째가

어느 아침 조용한 밥상머리에서 충격발언을 한다.

난데없는 성적취향고백과 함께

그와 관련해서 동영상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

가족들은 돈 있고 품위 있는 집답게

각자의 스타일대로 조용히 일을 해결하려한다.

그러면서 가족들 개개인이

집안에서 본인의 위치와 가족들의 관계들을 풀어놓으면서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이 가족의 균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집에 살고는 있지만

서로 가족이라는 유대감은 없고

대외적 이미지와 돈으로 엮인 관계로 살고 있을 뿐이다.

그 중 하나가 뒤늦게나마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고자 벌인 소동이라는데...

그러기엔 지능이 의심될 정도로 너무 대책없이 지른 게 아닌가싶어 황당한데

거기에 이어지는 가족들의 어설픈 대처와

사건 당사자들의 어이없는 낙관론에 놀라고

아직은 미정남의 사죄방법에는 어이를 상실하고야 마는데...

...

뭔가 나만 웃어야할 데서 웃지못한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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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2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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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

새로 나온 책 목록에서 이 사진을 발견했다.

증명사진보다 작은 표지사진을 보고 끌리듯 제목을 검색했다.

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남자의 사진은

흑백사진을 주로 찍는 피터 후자1987년 작품으로

원제가 <절정에 달한 남자Orgasmic Man>라고 한다.

보는 이에 따라 고통으로도 절정으로도 달리보이는 이 남자는

<리틀 라이프>에 있어 통칭 우는 남자이다.

작가 본인이 이 사진을 표지로 강력히 추천한 만큼

소설 속 인물 주드의 현신이 나타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그가 삽화를 견디는 표정이 저렇지 않았을까.

제이비가 주드 몰래 그린 사진 속 모습이지 않았을까.

 

나를 책으로 끌어들인 사진 속 남자.

그리고 사진 속 남자라고 생각되는 그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에

나는 1권을 다 읽기도 전에

내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1천 페이지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허공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도입부가 더디 읽히는 듯싶더니

읽는 동안 점점 이야기의 흐름을 끊기 힘들어졌다.

 

 

 

대학 1년 어린 시절 인생의 친구들을 만난 네 친구.

부유한 두 흑인친구와 빈곤한 두 백인친구의 조합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려깊음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룬다.

뛰어난 미적재능을 가졌지만 아직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제이비.

인종차별이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부를 소유한 부모의 자식으로 열등의식이 있는 맬컴.

장애가 있던 형이 죽고 부모와 소원한 알바하는 배우지망생 윌럼.

잘생기고 머리가 좋은 자의식과 비밀투성이 법학도 주드.

가족은 있는지, 왜 몸이 불편한지,

대학 이전의 삶이 어떠했는지 궁금하지만

친구들은 주드가 불편해하는 이야기는 피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다.

 

고아인 주드는 어린 시절 학대와 폭행을 당하던 수도원에서 탈출하지만

호의에 굶주려 있는 그의 선택은 번번히 끔찍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제는 그 어떤 작은 호의도 믿을 수 없는,

목적이 있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이고 언제 등을 돌릴지를 기다리는 그에게

대학 입학 이후 완전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마치 작은 동물을 보호해주는 듯한 친구들과

그에게 한없는 호의를 가진 헤럴드 교수부부 그리고

그를 존경하는 의사친구와 그 외 다른 친구들.

하지만 자신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걸 그는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추하다고 여기고

자신이 과거를 숨기고 모든 이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유리벽이 깨지는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그의 팔뚝에는 날카로운 상처들이 늘어만 간다.

 

 

w.1-248:20 공정함은 행복한 사람들, 애매모호함보다는 정확함에 의해 정의되는 삶을 살 정도로 행운인 사람들을 위한 개념이야.

하지만 옳고 그름은-불행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성처 입은 사람들, 겁에 질린 사람들을 위한 개념이지.

 

 

서른 살에 헤럴드의 아들로 입양되어 가족이 생기고

우정 이상의 헌신으로 그 곁을 지켜주는 윌럼이 있지만

지나온 끔찍한 과거의 악몽들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10, 20년 세월이 흐를수록 그 어둠들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주드의 정신을 집어삼키고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사과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럼에도 항상 주드의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있어

그가 삶을 마감하지 않도록 다함께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작은 행복에도 불안해지는,

미소지으려 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곳곳에 배치된 우울한 암시들에

소설을 읽는 내내 아슬아슬하고

가슴이 간질간질한 불안한 느낌이 든다.

 

w.2-422:10 주드가 내게 어떤 존재가 될지는 절대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날 어떻게 떠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내 모든 희망과 애원과 암시와 위협과 마법 같은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난 알고 있었어.

 

어린 아들을 잃고 주드를 입양해 무한한 사랑을 베풀지만

주드의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원인도 모르고 늘 주드에게 상처입고 밀어내기만 당했던 불쌍한 성자아빠 헤럴드의 말처럼

우리 역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늦게 찾아온 그의 마지막 순간에,

그의 힘겹고 경이로운 인생에 놀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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