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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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런던의 광고디자이너로 마흔을 앞두고 있는 사라는

스페인에서 함께 건너온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딱딱해진 직장 분위기와

일이 바빠진 남친과의 서먹서먹한 관계까지

그녀의 심리는 팍팍한 상태다.

최근들어 몸상태까지 나빠진 그녀는

결국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자료를 분실하는데 더불어 발표도중 쓰러지기까지 한다.

그 중에 최악은 남친과의 대화시도 중 이별통보를 받는 것도 모자라

남친이 지난 2년간 바람을 피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무작정 친구의 집으로 피신한 그녀에게 고향집의 파산소식까지 들려온다.

그런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그녀 앞에

그녀를 입양하겠다는 이가 나타난다.

말하는 고양이 시빌이 고양이세계의 지혜를 전수해주시겠단다.

사라는 고양이의 가르침에 따라

인생에서 필요한 자세를 새로 습득해나간다.

모든 수업은 단순한 모토의 체험학습으로

처음엔 모든 것이 인간인 자신에게 불가능해 보인다.

나는 안돼라고 일단 저항해보지만

결국 모든 수업을 클리어해 나감으로써

남친과의 괴로운 기억, 형제간의 불화, 이웃에 대한 오해와

직장에서의 관계 등을 회복해 나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라가 점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키울수록

고양이의 목소리는 점점 들리지 않게 되고

이제 더 이상 스승이 아닌

그저 곁에서 조용히 온기를 나눠주는 반려묘의 존재가 되어간다.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게다가 현재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

전혀 다른 시각, 마음가짐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사라의 바람이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문제에만 바빠

타국까지 함께 해준 남친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들,

고향의 가족들을 챙기지 않은 시간들,

그 시간동안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그들을 눈치 채지 못했던

사라에게 더 이상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단한번의 기회가 온 것일 수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하고 싶어도 현재 놓을 수 없는 것들이 가로막고 있어 망설이기 쉽다.

뭔가 스토리텔링 자계서 같은 느낌의 책이고

외국사람이라 그런지 정서적으로 잘 맞지 않는 사고관도 있지만

한번쯤 저런 식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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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 -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르는 리더의 조건
나가마쓰 시게히사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3.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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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더가 아니다.

그렇다면 리더형 인간인가.

그건 더더욱 아니다.

작은 모임의 허울뿐인 감투에도 거부감이 있는 내가

누군가를 이끈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하기도 싫다.

이 책의 독자타겟은 리더다.

한명의 부하직원일지라도 사람을 부리는 CEO,

소위 사장님을 위한 책이다.

리더를 위한 책인데 평생을 일개미로 살아 온데다

미래의 꿈이 사장님도 아닌 내가 읽어서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한 책이다.

하지만 사장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내 입장에서 사뭇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매력적인 사장을 고르는 눈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이란 본인의 위치에 따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이 바뀌기도 하고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생물이다보니

초심을 잃고 방황하는 사장들이 나타난다.

저자 역시 사업초창기에는 인맥을 쌓기위해

모임을 쫓아다니며 무조건 명함을 긁어모으고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전한다.

그러다 직원의 따끔한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고

안에서 밖으로를 실천하게 된다.

익명의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주변을 희생시키는 것은 어리석다.

자신의 제일 가까운 본업, 손님, 동료를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능력의 한계를 인식한다.

 

저자는 창업 이래 스카우트 없이

현재의 구성원을 재배치해서 일류를 만들어왔다고 한다.

요식업을 시작으로 현재 강의나 출판 쪽으로 영역을 넓혔지만

요식업 직원들이 다른 분야의 일도 겸업하고 있는 점도 새롭다.

세 곳의 지점 중앙에 사무실을 놓고

급여문제는 차치하고

서로서로 인력을 용이하게 돌려쓰는 것도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 같아 보인다.

직원의 재능을 발견하고 밟지 않으며 역량을 끌어올리는 사장이야말로

직원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보던 자계서나

인생역전 회고록에서 보는 것과 같이

주체자의 사상이나 행동이 단순, 명쾌하며

그에 따라 거창한 이론이다 새로울 것은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나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 옆에 슬며시 미뤄놨던 것들을 새삼 부각시켰을 뿐이다.

보통 그런 것들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말하면 입만 아픈 것들이지만

입이 아파도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굳이 입 아프게 얘기하는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기 분수를 알고 과한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장.

거기다 사장이 자신의 기분은 자신이 알아서 조절할 줄 알고

자기사람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해주길 바라는

직원들이 사장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 베스트가 예상되는 책이다.

 

 

p.55:14 리더가 말하는 저 친구는 안 되겠어라는 말은 나에게는 남을 행동하게 하는 재능이 없어라며 자신의 역량 부족을 시인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게다가 직원이 일을 안 한다’, ‘쓸 만한 녀석이 안 들어온다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리더는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있는지도 모르는 무식한 리더다.

 

p.158:2 한창 위기에 몰린 사람에게 위기는 기회야라고 속 편한 소리를 했다간 눈치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사람이 위기에 처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하등 도움 안 되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했다가는 미움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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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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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걸까...

고요한 밤의 눈이라는 제목을 보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아직 가을의 초입인 날씨 탓만은 아닌 듯 싶다.

가을치고 나는 너무도 추운 계절을 지내고 있으니

충분히 눈을 상상할 수 있었을텐데도

나는 눈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고요한 밤에 소리없이 내리는 눈이 아침에 일어나면 온 세상을 뒤덮는 일처럼

어딘가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눈들에 의해 세상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지 모른다.

 

비밀스러운 인물들의 은밀한 정신과 상담의였던 언니가 사라지자

언니의 흔적을 찾아 그 자리를 대신하는 쌍둥이 그림자동생 D.

병원에서 깨어나자 지난 15년의 기억이 사라진 X.

X의 감시원이자 그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맡은 Y.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년의 보스 B.

창작지원금으로 겨우겨우 연명하는 안 팔리는 작가 Z.

 

이 이야기는 스파이들의 이야기이며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이지도 않고 누군지 알아서도 안 될 어느 윗분들에 의해

움직이는 스파이들의 자아찾기 운동같은 느낌이다.

그저 시키는대로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은 필요치 않은 일에

점점 자신의 생각이란 걸 하고 싶어진 그들은 도서관을 찾는다.

자신이 찾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면 절대 찾을 수 없고

미로 속을 헤매다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곳.

그리고 각자 그들 사이에 떠도는 신기루 같은 책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p.144:6 그들에게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는 삶, 시간에 쫓기도 돈 앞에 망설이는 삶을 살게 하는 이유는 상상을 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눈앞만 바라보고, 내일만 생각하고 심지어 오늘이 가장 걱정인 삶. 그래야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그들의 가장 큰 무기는 사색이다. 사색은 시간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여서 내면에 관한 대화를 해서는 안된다.

 

p.146:5소설을 읽는 것은 무엇보다 재밌어. 그런데 그 재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재미하고는 좀 달라. 너무 재밌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어. 어떤 작가들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고민하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어. 그런 작가들은 본능적으로 문학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할 것인가를 알아. 게다가 작가와 독자는 스파이들의 암호보다 더 복잡한 코드로 소통하지. 그들의 연대는 그들이 직접 스스로를 드러낼 때까지는 알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 볼 수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파이가 되어있고

그것을 의식할 수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는 세상.

승자의 기록만이 남지만

패자의 기록 또한 어딘가에 은밀하게 남겨지고

소수의 깨달은 사람이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세상에 많고 많은 음모론이 있지만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장르로 받아들일 위험도 있다.

게다가 X의 기억이 사라지게 된 이유나

철통보안이라던 병원은 왜 그리 허술하고

사라진 D의 언니는 도대체 언제 찾을거냐며...ㅡㅡ

진실을 감추고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답게

여러 가지 단서와 암시를 흘려주지만

정확한 연결고리나 명쾌한 설명 없이 추측만이 모호하게 남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패자의 서의 정체와

스파이의 탄생에 다소 멍해진다.

 

p.310:1 기꺼이 패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패자의 서는 정해져 있는 책이 아니다. 이미 쓰여져 있는 책이 아니다. 어떤 책이 패자의 서가 될지 모른다. 패자의 서는 앞으로 쓰여질 책, 우리 모두가 쓰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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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집 1
매슈 토머스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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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이민자 가정의 어린 에일린은

가난한 아버지와 알코올중독 어머니와 우울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자신이 꿈꾸는 가정을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가난으로 대학대신 간호사가 된 에일린은 친구의 소개로 과학도인 에드와 결혼한다.

뉴욕 변두리에 자리를 잡고 남편은 대학교수가 되고 아이도 낳았다.

세 들어 살던 다세대건물을 매입해서 자기집이 생겼지만

여기는 에일린이 생각하는 진정한 자신의 집이 아니다.

에일린의 미래의 집은 이 변두리 이민자 동네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누구나 꿈꾸는 멋진 동네의 누구나 보면 부러워할만한 멋진 집을 꿈꾼다.

그러나 그녀의 재정현실은 너무 멀다.

그런 때에 남편에게 학장직 제안이 들어오고 에일린은 더 많은 월급을 원하지만

이전에 제약회사 연구직도 거절했던 에드는

이번에도 연구와 학생들 직접 가르치는 일의 중요성을 이유로 거절한다.

그녀는 자신의 꿈에 동참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남편에게 실망한다.

이후 남편은 점점 자기만의 강박세계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사에 대해서도 격렬하게 반대하며 저항한다.

그러나 에일린은 홀로 집을 보러 다닌다.

집을 둘러볼수록 자신이 꿈꾸던 집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만

그녀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드디어 예산은 초과되지만 다소 무리하면 살 수 있는 집을 찾았다.

그 집은 크고 멋졌지만 침수피해를 입은 집으로

보수할 곳이 많은 집이었지만 그녀는 이사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새로운 집에 적응할 새도 없이

멋진 집에 대한 집착을 불태우던 욕망아줌마 에일린의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남편 에드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이다.

물에 잠겼던 그 집은 방치될 것이다.

그동안 남편의 이상행동과 그녀를 실망하게 했던 일들이

모두 질병에 의한 자기방어적인 행동들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언제부터였을까.

남편은 신경전문이니 본인의 질병에 대해 일찍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숨기고 부정하고 아무도 몰래 오래토록 버티려했지만

에드는 진단 후 급속하게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한다.

에일린은 홀로 남편을 돌보는 한편 간호사일도 계속해나간다.

그러다 곧 힘에 부치는 일이 발생하고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철부지 아들은 아버지의 발병 후 대학으로 도망쳤는데

집에 돌아온 후에도 아들은 아버지를 방치해

아버지가 쓰러져 이가 부러졌음에도 제대로 돌볼 생각이 없다.

에일린은 쓸모없는 아들대신 도우미를 고용해서

오래도록 남편을 곁에서 돌보려고 했지만

결국엔 자신의 곁에서 남편을 데려갈까 그토록 두려워했던 요양원에 에드를 보내게 된다.

 

p.353:23 그녀는 면회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하는 일은 퇴근 후 남편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냥 그녀 하루의 일과였다. 그녀는 에드가 있어야 할 자리인 집 대신 그곳에 그들과 있지만,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음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그의 방을 미로 한가운데 놓아도 그녀는 매일 밤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그녀는 그 결혼에서 떠나가는 여자가 되지 않을 것이고, 그 결혼은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병원 사람들이 그를 그저 바보 늙은이로 보더라도 그녀가 생각하는 남편은 쇠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그들에게 굴러떨어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지만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들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가 횡설수설한다고, 장애인이라고, 멍청이라고 생각해도 그냥 내버려둘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늘 그들보다 잘 알테니까.

 

이 이야기는 195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는

한 여성의 가족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몇 십 년에 걸친 그녀의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에드에게 놓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줄은 놓았지만 에일린이 자신의 것임을 주장하던 에드의 무의식과

욕망아줌마 에일린의 집착도 내려놓게 만든 남편에 대한 이해의 모습은

위대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남편이 떠난 후에도 매일같이 남편이 있던 요양원에 가는 에일린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

옆자리 환자가 전하던 이제 그만이라는 말이 부러웠다.

 

그에 비해 늦둥이 아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그것만 빼면 그야말로 찐따의 표본으로

감동도 깨달음도 없는 이도저도 아닌 짐짝 같은 캐릭터인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가 30대의 젊은 남성이라는 것을 알고

소설을 읽으며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던 인물에 대해 다소 수긍이 갔다.

어린시절 존경했지만 아픈 아버지는 싫었던 이 아들은

아버지가 떠난 후 끊임없이 발병의 공포 속에 살게 되는데

어느 날 미래의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며 모든 회한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자식들이여,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들지 말자_-

 

p.487:24 그는 아버지가 그를 사랑했던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함으로써 아버지를 기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 앞에서 약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무방비 상태가 되고 쓸모없어지고 측은해진다면, 기억을 잃고, 소변을 못 가리고, 집으로 오는 길을 잃게 된다면, 그럼 그렇게 되라고 하자. 아이가 그 상황을 잘 대응하지 못한다 해도 글쎄, 아이들이란 그런 것 아닐까. 아이들은 너무 자주 외출했고, 너무 늦게까지 밖에 있었고, 상처 주는 말을 했고, 해야 할 일을 잊었고, 부모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세월이 오래 흐른 후에야 아이들은 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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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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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오랜만에 오밤중에 이불킥 할 일이 생겨

머리가 아프니 몸도 아픈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때에 온 책이 직장인 시인 김기택의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이다.

아니, 이 삭막한 시기에 시라니!!

게다가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라니ㅇㅂㅇ!!

도대체 내가 돈을 주고 마지막으로 시집을 사 본지가 언제인지...

나의 꽉 막힌 정신을 정화시켜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겨 본다.

그런데 대박반전...

요즘 내 정줄이 둥둥 떠 있어서 그런 건지

원래 요즘 시들이 그런 건지 너무 어렵다...ㅎㄷㄷㄷ

시는 짧지만

쓰는 데 엄청 많은 시간이 든다는 작가의 말처럼

시는 짧지만

읽는 데 나 역시 엄청 많은 시간이 든다...

은유와 상징, 중의적 표현을 헤아리기에

나는 아직 시 읽기가 너무 힘들다.

읽으면서 직감적으로 작가의 말을 깨닫거나

어떤 감상이 떠오르는 시도 있지만

진짜 그건 일부분인 몇 편뿐...-_-

분명 이것은 한글이고 분명 읽고는 있는데

간혹 읽으면서 뭐라고? 뭐라는 거지? 싶은 시를 만나면

가벼운 패식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일단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정직하게 시를 읽어 내려간 후

냉큼 이어지는 작가의 말을 펼친다ㅋㅋㅋ

시와는 상관없는 듯 한 뜬금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신기하게도 마지막에 가선

그게 다 시와 연관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는 걸 알게 된다.

앞서 시를 읽었어도 잘 연결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편안한 이야기만으로도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인 책이었다.

 

 

p.113 김혜숙,죽은 줄도 모르고부분

죽은 줄도 모르고 그는/ 황급히 일어난다/ 텅 빈 가슴 위에/ 점잖게 넥타이를 매고/ 메마른 머리칼에/ 반듯하게 기름을 바르고/ 구데기들이 기어나오는 내장 속에/ 우유를 쏟아붓고/ 죽은 발가죽 위에/ 소가죽 구두를 씌우고/ 묘비들이 즐비한 거리를/ 바람처럼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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