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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오랜만에 오밤중에 이불킥 할 일이 생겨
머리가 아프니 몸도 아픈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때에 온 책이 직장인 시인 김기택의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이다.
아니, 이 삭막한 시기에 시라니!!
게다가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라니ㅇㅂㅇ!!
도대체 내가 돈을 주고 마지막으로 시집을 사 본지가 언제인지...
나의 꽉 막힌 정신을 정화시켜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겨 본다.
그런데 대박반전...
요즘 내 정줄이 둥둥 떠 있어서 그런 건지
원래 요즘 시들이 그런 건지 너무 어렵다...ㅎㄷㄷㄷ
시는 짧지만
쓰는 데 엄청 많은 시간이 든다는 작가의 말처럼
시는 짧지만
읽는 데 나 역시 엄청 많은 시간이 든다...
은유와 상징, 중의적 표현을 헤아리기에
나는 아직 시 읽기가 너무 힘들다.
읽으면서 직감적으로 작가의 말을 깨닫거나
어떤 감상이 떠오르는 시도 있지만
진짜 그건 일부분인 몇 편뿐...-_-
분명 이것은 한글이고 분명 읽고는 있는데
간혹 읽으면서 뭐라고? 뭐라는 거지? 싶은 시를 만나면
가벼운 패식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일단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정직하게 시를 읽어 내려간 후
냉큼 이어지는 작가의 말을 펼친다ㅋㅋㅋ
시와는 상관없는 듯 한 뜬금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신기하게도 마지막에 가선
그게 다 시와 연관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는 걸 알게 된다.
앞서 시를 읽었어도 잘 연결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편안한 이야기만으로도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인 책이었다.
p.113 김혜숙,「죽은 줄도 모르고」부분
죽은 줄도 모르고 그는/ 황급히 일어난다/ 텅 빈 가슴 위에/ 점잖게 넥타이를 매고/ 메마른 머리칼에/ 반듯하게 기름을 바르고/ 구데기들이 기어나오는 내장 속에/ 우유를 쏟아붓고/ 죽은 발가죽 위에/ 소가죽 구두를 씌우고/ 묘비들이 즐비한 거리를/ 바람처럼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