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평점 :
그것은 몇 날 며칠을 조용히 기다렸다.
발가벗겨진 채 입천장에 고리가 꾀여
아파트에 매달린 여성의 시체.
그리고 그 옆에 남겨진 조악한 필체의 쪽지.
그리고 한 신문배달부의 발견으로 드디어 시작되었다.
날카로운 총기와 함께 흐릿한 비웃음을 날리며
사무실보다 현장을 좋아하는 데스크 와타세와
열혈형사라기보다 공명심에 휩싸인 신참형사 고테가와가
현장으로 출동한다.
누군가에게 처참히 살해당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피해자.
사건현장이라고도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범인이 남겨 놓은 것은
증거에 쓸 만한 것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발견현장과
마치 인간을 개구리와 동일선상에 올려놓은듯한 쪽지의 내용뿐.
앞의 사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듯 떠들어대기 좋아하는 언론마저
원초적인 공포를 감지한 듯 몸을 사리는 느낌이다.
심신미약 범죄자의 가능성을 엿본 와타세는
저명한 정신과 교수의 고견을 들으러 찾아간다.
언론에 흘러든 설은 그것을 기정사실화 시킴으로써
개구리남자라는 정신이상자를 탄생시키며
시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수많은 주민들의 우리동네 정신이상자 제보가 쏟아지고
사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고테가와는
치과에서 일하는 정신장애자 가쓰오와
음악치료사로 활동하는 그의 보호감찰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아이가
개구리 관찰일기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현장에 다다른다.
매달다/ 으깨다/ 해부하다/ 태우다/ 고하다로 이어지는
개구리 남자의 행보는 고하다에 이르기 전까지 완벽하다.
일치감치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에도
개구리남자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유아적인 특성을 보이는 연쇄살인의 잔혹함보다
시민들을 공포와 대혼란에 빠뜨리게 한 것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뭐 때문에 죽었어,
나 혹은 우리 가족은 아니니까 괜찮아,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진
하나의 놀이에 의한 묻지마 살인에 시민들은 집단패닉에 빠진다.
사건보다 사회현상에 집중되며 이야기의 분위기가 바뀐다.
생명의 위협 앞에 폭도가 된 시민들에 의해
도시전체는 무정부상태가 되어버린다.
연쇄살인을 파헤치고 범인을 찾는 것보다
이제는 읽는 내내 사람의 마음이 신경 쓰인다.
과연 이 해답 없는 극도의 혼란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이란 어찌이리 쉽게 헤집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망가진 사람의 마음은 누구의 탓인가.
공명심의 어두운 뒷면을 처절하게 체험한 고테가와의 앞날이 걱정된다.
그리고 역시 테스크에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와타세의 혜안은 무섭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