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귤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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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제작 청귤을 비롯한 단편들과

중편 그랑 주떼로 엮인 소설집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안 정보일 뿐

나는 원래 손에 잡힌 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읽기 때문에

사실은 읽으면서 연작이나 옴니버스인줄 알았다.

의외로 이런 때 뜻밖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삼촌이 데려 온 외국인부인 로레나의 존재와

어릴 적 뇌수막염을 앓았던 ’,

그로인해 소아사시로 어릴 적 외톨이로 지내다

결국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겉도는 존재인 의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서 잘 버무려져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을 떠나 인도로 날아갔지만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괴로워한다던가

외국인남편의 고향을 찾아갔다가

죽은 형제에 대한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

발레를 하기에 축복받은 발등을 가졌으나

전혀 춤을 추지 못하는 강사 등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행복해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쌍해보이지도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

 

앞날에 서광이 비칠 것 같지 않은

팍팍한 일상임에도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불행의 잣대가 되어줄

잘난 사람 하나, 부러운 사람 하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막상 현실에서 그런 존재가 있다한들

살기 바쁜 세상에 신경 쓰며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소설에선 의외로 만나기 힘든 캐릭터라 반갑다.

불행을 불행이라 느끼지 못하고

기승전결 없이 살아가고 있는

내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를

과장없이 옮겨놓은 듯한 덤덤한 매력이 있다.

 

 

w.36:2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지 못해서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해서, 그래서 이야기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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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도 괜찮아 - 치열한 세상에서 유연하게 사는 법
임주하 외 지음, Grace J(정하나) 그림 / 별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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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치열한 세상에서 유연하게 사는 법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세 여자가 말하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짧은 꼭지들엔

딱히 이 글을 누가 썼다는 표식이 없다.

하지만 내면은 숨길 수 없는 법.

더욱이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라면 더욱 더.

저자소개에 나온 짧은 정보만으로도

대충 감이 오는 글들이 있는 걸 보고

새삼 글에도 얼굴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장르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어쨌거나 모두 출판 쪽에 한발을 담고 있는

사회인친구들로 보이는데

각자의 글이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나온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평일엔 주말만 돌아오길 바라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기껏 잡은 약속이 귀찮아지는 마음.

사실 알고 보면 약속을 잡은 그날이

쉴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일은 쉬는 날이지만 몸은 쉴 수 없는 현실에

점점 약속보단 집에서 딩굴거리게 된다.

주변사람들은 모두 저만치 앞서 간 거 같고

나만 뒤쳐졌다는 생각에 애를 태우지만

언젠가 같은 도달점에 이른다고 했을 때

내 속도가 조금 느릴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들 보기에 게을러 보일지라도

이 모든 건 자기페이스를 맞출 뿐이다.

인생을 마라톤완주에 자주 비유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옆 사람이 빨리 달린다고 쫓아 달리다 보면

반드시 본인의 페이스를 무너뜨리게 된다.

한발 앞서가자고 중도에 포기하느니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나의 길을 걷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늦은 거라면 늦었다늦었다 채근하지 말고

능력껏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남들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것.

상처받은 게으름뱅이들의 나아갈 길이다.

 

22:13 “모든 노력을 다하고 나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집착을 없애는 게 체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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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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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언저리의 혼자 사는 여성 두 명이 있다.

전처와의 아이에게 휘둘리는 남편과

이혼 전 별거 중인 유미코.

늦은 나이에 재취업이 걱정이긴 하지만

이제 막 직장을 때려치운 카에데.

이 둘은 옆집이웃이다.

수수한 유미코와 화려한 카에데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둘 줄 아는 친구사이이다.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들어주지만

궁금한 점이 있어도 그 이상 파고들지 않는다.

서로의 방식이 이해가 안가도

굳이 꼬투리를 잡지 않는다.

마침 백수타임이 겹친 두 사람은

아무데로나 떠나고 싶은 카에데의 바람으로

유미코 남편 포획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실 유미코의 남편은 유미코도 떠나고

전처의 딸에게 너무 휘둘린 나머지

모든 걸 내팽게치고 몇 달 째 증발상태인데

그 어머니로부터 고향섬에 있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은 것.

아무것도 없는 섬에 남편을 찾으러 온 여성과

화려하고 예쁜 여성의 조합은 낯선 것이었다.

섬사람들의 곁눈질로 시작된 여행.

게다가 시어머니의 호의로 가게 된 숙소는 최악.

나이도 어린 게 어디 이런 미틴뇬 소리가 절로 나오는

구세대 자기만족 막무가내 모자가 들러붙는다.

아무리 자기집이지만 손님에게 빌려준 집에 쳐들어가서

놀러온 사람들한데 늦잠잔다 게으르네 어쩌네,

여자는 결혼은 한번 해봐야한다는 둥

결혼을 했으면 남편에게 헌신해야한다 둥

자기가 할 동네일과 애를 떠넘기기도 하고

아이 잘못을 핑계로 유미코를 매도하기도 한다.

듣기 싫으면 상대를 하지 말든가 숙소를 옮기면 될 것을

둘 다 아무소리 안하고 참으며 버티는 게 참 일본인스럽다 싶다.

미틴뇬이 그런 또라이가 된 사정이 있다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고 이쪽은 좀 내버려뒀음 싶다.

이해하고 싶으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음 좋겠다.

자기만족은 자기만 하는 거라는 거_-

어쨌거나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결국 유미코의 남편은 포획되었다.

어느 것 하나 자기의지로 결정하지 못하고

옆 사람에게 의지하는 어리광쟁이,

그것이 남편의 불치병이다.

그래, 그런 쓸데없는 인간은 버리고 가는 것이 맞다.

 

w.169:10 가벼운 벌을 받아 편해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굳이 내가 거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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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낙관주의자 - 심플하고 유능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옌스 바이드너 지음, 이지윤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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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심플하고 유능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

책을 펼치면 머리말 대신 만나게 되는 것이

자신이 낙관론자인자 비관론자인지 평가해 볼 수 있는

자가체크리스크가 나온다.

극현실주의자이자 네거티브인인 나의 결과는

아무리 슬슬 체크를 해봐도

당연히 이보다 더 비관적일 수 없다였다

저자는 살아가는데 있어

비관적인 것보다 낙관적인 것이

두루두루 도움이 되니

여러 가지 낙관주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발을 담아보라 권한다.

하지만 비관적인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상기시켜 주는데 이것은 민감한 사람들과 일맥상통한다.

비관주의자 본인들은 스스로 파는 무덤에 괴롭겠지만

비관적인 성향이 도움이 되는 직군은 반드시 존재하며

일부 그런 사람들이 전체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세상의 주류는 낙관주의이며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한 낙관주의자들에 의해

말도 안 되는 통계사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경제와 가정이 굴러간다.

자신의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유형,

세상을 위하는 이타적인 유형,

긍정마인드로 무장한 유형 등

저자는 여러 낙관주의자를 소개해하며

불평쟁이를 따돌리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아무리 봐도 돌려까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낙관주의자가 되라는 건가 싶지만 당연히 아니다.

뭐든 과하면 아니한만 못한 법.

낙관에도 레벨이 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자는 어리석다.

이런 허풍쟁이들 때문에 낙관주의 이미지가 흐려지는데

진정한 낙관주의자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깊이 고민하고 모든 가능성을 재고해본 이후에

성공할 확신이 들면 망설이지 않고

긍정적인 결과만을 향해 나아가는 자이다.

이것은 가정과 사회에서 분리될 수 있는 종류이며

인간의 성장단계에게 여러 차례 학습할 기회가 주어진다.

어릴 적에는 어쩔 수 없이 부모와 가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본인의 의지에 의해 낙관주의의 이상적인 고지인

지적인 낙관주의가 될 기회는 있다.

우선 비관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향한 엄격한 잣대대신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사업의 리더는 아니더라도

소확행을 즐기는 낙관주의자 정도는 되어보자.

-

w.225:5 낙관주의자는 레몬이 시다고 불평하는 대신, 레몬에이드를 만드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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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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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술집을 운영하는 부유한 가정의 뚱땡이 개브,

청소부 홀어머니를 둔 호포,

천성적으로 못됨을 장착한 미키,

몸에서 멍이 떠날 날이 없는 니키,

집에서 일하는 잘 안나가는 글쟁이 아빠와

항상 바쁜 엄마를 둔 주인공 에디 5인조.

별 다른 재미꺼리가 없는 동네에 돌아 온 일 년 만의 축제에서

에디는 지갑을 잃어버려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돌아다니다 사고를 목격한다.

무너진 놀이기구에 깔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소녀를 외면하고 도망가려는 순간

곁에 있던 하얀 남자를 도와 소녀의 생명을 구한다.

후에 그 남자가 새로 부임할 선생님이란 걸 알게 되고

조금의 호의를 갖게 된다.

개브의 생일선물로 들어 온 초크를 계기로

한동안 5인조는 초크 암호놀이에 열중한다.

그리고 갑자기 초크놀이는 종말을 맞이한다.

아이들이 초크로 그려진 막대사람을 쫓아간 그곳에

소녀의 시체조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숲 속에 버려진 그 시체조각은

에디가 축제에서 구한 소녀임이 밝혀지지만

어디에도 소녀의 머리는 없었다.

정황상 하얀 남자가 소녀의 살인범 초크맨으로 지목되고

하얀 남자의 자살과 그의 집에서 소녀의 소지품이 발견되며

사건은 그렇게 종결된다.

30년이 흘러 에디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

그 속엔 막대사람그림과 초크가 들어있었다.

세월을 거슬러 돌아온 초크맨.

초크맨과 함께 마을을 떠났던 미키가 등장하며

30년 전의 진실이 드러날 때가 다가온다.

하얀 남자는 진짜 초크맨이었을까.

과연 진범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에디는 꽁꽁 숨겨둔 자신의 보물들을 꺼내어

어린 날에는 몰랐던 어른들의 사정을 이해할 나이가 되어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그날의 진실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아이들은 참으로 무서운 존재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곤 하는데

딴에는 상대방을 배려한 순수한 행동이

얼마나 잔혹한 짓이 될 수 있는지

되돌아보면 스스로 소름이 끼칠 날이 오고야 만다.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는 없기 때문이다.

착각과 오해로 점철된 초크맨의 진실이 밝혀지고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던 아이가

평화로이 마을을 떠나는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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