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경영 - 휴넷 조영탁 대표가 말하는 21세기 대한민국 비즈니스 성공방정식
조영탁.정향숙 지음 / 김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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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현대 경영학의 고전들과 세계적인 CEO들의 어록이 거의 모두 집대성 되어 있다. 그것도 마구잡이로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행복경영'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기존의 경영이론들을 엮어 놓은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아도, '한솥밥 경영', '지식경영', 'Fun 경영', '인재경영', '주주 중심 경영', '고객만족', '열정과 몰입' 등, 지난 수십년간 경영학의 주요 이슈로 자리잡았던 개념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그저 생각없이 읽을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것이다. 경영현장에서 쉽게 잊고 지나쳤던 핵심 경영기법과 개념들을 다시 한번 자신의 일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평소 독서광으로 소문난 저자의 엄청난 독서량이다. 저자가 대표로 있는 '(주)휴넷'의 직원을 통해 들은 바로도 그 사실은 입증된다. 단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는 날이 없다는 사장, '세상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회사'라는 모토 아래, 서로 경쟁적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직원들... 그러한 토양 속에서 바로 이 책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인 조영탁 사장은 2003년부터 본인이 평소에 읽었던 책들 속에서 크고 작은 의미들을 캐어 냈고, 그것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이제는 120만명 이라는 엄청난 사람이 매일 받아보는 메일링인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寓公離山'이라 했던가. 처음에는 한 교육전문 중소기업 사장의 마케팅 수단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던 메일링이 몇달이 거듭되고 몇 년이 거듭되자, 이제는 단순한 메일링을 넘어서서 한 경영자의 철학으로 정립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2004년에 저자는 1년 동안 보내왔던 메일링 내용을 단순히 모아서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판한 적이 있다.(현재 절판됨) '행복경영'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그 책에 다 들어있다. 다른 점은 '행복경영'이라는 주제 하에 그 내용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신의 경영학 이론과 성공사례 등을 '행복경영'이라는 주제 하에 한 권의 책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책의 매력이다. 하지만, 過猶不及.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핵심경영개념과 성공한 CEO들의 어록들은 책을 읽어나갈 수록 독자를 좀 질리게 한다. 초반에는 '그래, 그렇지, 내가 그걸 잊고 있었네...' 하면서 자신을 반추하게 만들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저 훌륭한 사람들의 그럴싸한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이다. 이는 시중에 넘쳐나는 자기개발서들이 갖는 함정과 맥을 같이 한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자꾸만 들으면 질리는 법. 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영이론들을 '행복경영'이라는 주제어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욕심을 부렸고 (그것이 세속적인 욕심은 아닐 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식의 소화불량'에 걸리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서점가의 그렇고 그런 자기개발서와 동급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책의 중간중간에 소개되는 '행복 컴퍼니, 휴넷 스토리'라는 꼭지 때문이다. 저자가 남의 이야기만 빌려서 책을 펴 냈다면 나는 이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회사의 대표로 실제 경영활동을 하면서, 본인의 회사를 '행복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살아있는 사례로 들어 놓은 것. 이것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경쟁력이며,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행복경영'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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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
최일남 지음 / 현대문학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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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씨의 <말들의 풍경> 을 읽던 중 최일남 선생에 대한 꼭지가 인상에 남아 결국 집어 든 책이다.

읽는 내내 어떻게 하면 이렇게 글을 맛갈나게 쓸 수 있을까 부러웠고 또 부러웠다. 글로 먹고사는 직업들중 서로 전혀 안 어울리는 두 가지. 저널리스트와 소설가. 저자는 그 두 직업의 경계선에서 각각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감히 따라잡기 힘든 능력이다.

우리말로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국어사전을 떠들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우리 말의 깊고 오묘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선생께 감사드린다. 매일 한정된 단어의 조합으로 팍팍한 비즈니스 보고서를 생산해대는 한 팩돌이(파워포인트를 활용하여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기획서나 보고서 작성에 보내는 회사원을 일컫는 말, 관련어-팩질, 팩사)에게 달디 단 한 모금의 샘물과 같았던 책이다.

대가의 저작에 토를 다는 것이 한편 불경스럽고 또 한편 부끄러워 긴 말은 삼가야겠다. 책 3부에 '냄새, 냄새'라는 꼭지가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구수한 숭늉 냄새가 나기도 하고, 갓 볶은 커피향이 나기도 한다. 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향기로운 글을 읽는 경험을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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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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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잘 나가는 강사이자 저자인 정진홍. 그가 또한권의 경영경제 부문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다. 제목도 매력적이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우리나라 평균적인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콤플렉스로 느끼는 영역인 인문학을 경영학과 접목했다는 의미다. 정말 그가 안내하는 인문의 숲을 걷다보면 경영자로서의 통찰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저히 책을 집어들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제목짓기의 기술이다.

내용을 보았다. 역시 정진홍이다. 평소 엄청난 독서량과 폭넓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역사에서부터 창의성, 스토리텔링, 전쟁영웅, 남극탐험대, 로마제국 흥망사까지, 그야말로 한권의 책에 어떻게 담았을까 믿기지 않는 분량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야기를 푸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CEO 대상 강의에서도 그렇듯이 저자 정진홍은 어려운 개념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울러 저자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주요 고객의 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즉, 인문학을 전면에 내세워 시중에 넘쳐나는 자기계발 실용서들과 격을 달리 하면서도, 골치 아픈 원리와 논리 위주의 접근은 철저하게 배제함으로써, 고급스러운 자기계발도서로서의 자리매김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무언가 허전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문학을 통해 경영자에게 색다른 통찰을 주고 싶었겠지만, 나는 책읽는 내내 저자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짜집기 기술에 휘둘리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안내하는 '인문의 숲'은 인공적인 산책로를 따라 계획적으로 조림된 숲이었다. 산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걷는 상쾌한 느낌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다분히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걷는 따분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그 산책로도 끝으로 갈수록 점점 어설프게 조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6장 '유혹-소리없는 점령군'까지는 저자의 목소리가 군데군데 드러나면서 힘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7장 '매너' 부분부터 짜집기가 좀 엉성해 지더니, 8장의 '전쟁'에 이르러서는 미국 군인들인 맥아더와 패튼 장군이 인문학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급기야 9장 '모험'과 10장 '역사' 부분은 내용의 대부분이 단순한 인용과 뻔한 교훈으로 마무리되기에 이른다.

우려되는 것은 저자가 만든 산책로를 따라 반나절 걸었다는 것으로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숲에서 3박4일 야영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부천에 가면 아인스월드라는 곳이 있다. 세계 각지의 유명 건출물들을 축소한 모형물을 곳곳에 이쁘장하게 배치해 놓은 테마공원이다. 젊은 연인들이 날씨 좋은 날 사진찍기에는 좋을 지 모르나, 실제 건축물의 아우라에는 한참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성질 급하고 단순한 사람들은 부천 아인스월드에 있는 모형건물만 보고 실제 건축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바라건대 이 책을 읽고 난 이들이 책 뒷편의 참고도서 목록을 유심히 살피어 그중의 한두권이라도 독파하면서 원저작물의 풍부한 의미를 바탕으로 진정한 통찰력을 얻었으면 한다. 이 책이 가지는 본연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인문학 다이제스트로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이라는 통찰의 숲으로 비즈니스맨들을 이끄는 안내서의 역할을 할 때 이 책의 가치는 극대화 될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적 소양과 담쌓고 살아온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인문학이라는 쓴 약에 당의정을 입힌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쓴 약을 그대로 삼켜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때마다 누군가가 당의정을 발라 줄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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