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
최일남 지음 / 현대문학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고종석씨의 <말들의 풍경> 을 읽던 중 최일남 선생에 대한 꼭지가 인상에 남아 결국 집어 든 책이다.

읽는 내내 어떻게 하면 이렇게 글을 맛갈나게 쓸 수 있을까 부러웠고 또 부러웠다. 글로 먹고사는 직업들중 서로 전혀 안 어울리는 두 가지. 저널리스트와 소설가. 저자는 그 두 직업의 경계선에서 각각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감히 따라잡기 힘든 능력이다.

우리말로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국어사전을 떠들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우리 말의 깊고 오묘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선생께 감사드린다. 매일 한정된 단어의 조합으로 팍팍한 비즈니스 보고서를 생산해대는 한 팩돌이(파워포인트를 활용하여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기획서나 보고서 작성에 보내는 회사원을 일컫는 말, 관련어-팩질, 팩사)에게 달디 단 한 모금의 샘물과 같았던 책이다.

대가의 저작에 토를 다는 것이 한편 불경스럽고 또 한편 부끄러워 긴 말은 삼가야겠다. 책 3부에 '냄새, 냄새'라는 꼭지가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구수한 숭늉 냄새가 나기도 하고, 갓 볶은 커피향이 나기도 한다. 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향기로운 글을 읽는 경험을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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