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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마운틴의 사랑 1
찰스 프레지어 / 문학사상사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프레지어가 마흔살이 넘어 쓴 이 소설의 성공은 참으로 경이롭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아주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 결국 700만부가 넘게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고, 쥬드 로가 나오는 영화로 되고, 전미도서상까지 타게 되다니. 현대의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 같다.
지난해인가. 프레지어가 10년만에 두번째로 펴낸 소설 '열 세번째 달'이 선인세로만 800만달러에 팔려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자로서 부러웠다. 그같은 대형 작가를 키워내는, 그래서 문화의 거대한 장관을 이뤄내는 미국적인 풍토가 부럽고, 아름다웠다.
'콜드 마운틴'이 내가 읽은 중국의 '한산시'에서 가져온 제목이라는 걸 알고 미국 문화의 흡수성과 진화성에 대한 어떤 걸 본 것 같다. 남북 전쟁, 한 여자를 사랑하다가 전장의 부름을 받고 떠난 남자, 그러나 전장의 현실은 무참하고 비극적인 것을 넘어서서 인간을 비워버리는 어떤 것이었으니.
그가 야간 병원 텐트에서 나와, 기차를 타고, 다시 거기서 탈출해서 고향으로 가, 사랑과 재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근저에는 어린시절 꿈꾸던 인간다움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 복받쳐 와서 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그리는 프레지어의 손길은 섬세하면서도 능란하다. 고여있는 것 같으면서도, 찬찬히 풀어나가는, 그러다가 갑자기 질주하는. 마흔 살이 되기 전까지는 소설을 써보지 않았다는 이 작가의 글에는 이런 놀라운 서사의 경이로움이 있다.
같은 미국 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글을 읽은 때, 느끼는, 뭔가 잘 짜여져 있고, 정밀하지만, 답답한, 그런 느낌이 완전히 사라진 시원하면서도 깊숙한 인간의 비경을 보여주는 책이 '콜드 마운틴'이다. 읽다보니, 압권이란 생각이 절로 들지만, 글쎄, 이런 책의 한국판을 펴내면 과연 몇 명의 독자들이 볼까. 미국이 얄미워 보이다가도, 독자대중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거룩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