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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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무슨무슨 칼럼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잠시 표절을 했다거나, 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럴 수도 있다. 단지 새 작품이 뛰어난 완성도와 흥미를 불러일으키면 되는 것이다. 박민규의 아래 칼럼이나, 과거의 그런 소동들에 대한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카스테라'를 사서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작가는 뒷심이 약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뒷갈무리야 어떻게 되든 나는 책임 지지 않는다는.  초반부의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고, 그걸 감당해내지 못해 결국 뒤로 가면 팬터지로 빠져들고 만다는 것이다. 읽기에 따라선 황당하게 느껴진다. 다만 그걸 흥미로 느낄수도 있는데, 그것도 세편, 네편이 그런 식으로 귀결되면, 읽기에 벅차다.

'핑퐁'의 경우 도입부에서 '못'과 '치수'의 지배, 피지배의 관계를 드러내는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박진감 넘친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와닿는 장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치수'라는 악의 존재를 그릴 때 나타나는 힘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치수'의 여친인 마리가 죽고 나서 정도부터 이야기가 좀 이상해진다. 말하자면, 팬터지의 색채가 아주 커져 버리는데 '카스테라'의 그 허무한 단편들에서 느낀 어리둥절함이 다시 생겨나는 것 같다. 2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소설의 격을 깨버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 내가 고르는 책들이 왜 다 이런 지 모르겠다.

그러나 존 메이슨이 썼다는 짧은 이야기들은 재미 있었다. 그건 존 메이슨이 썼겠지. 박민규는 이런 쪽으로 나가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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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 2006-10-08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메이슨'은 가상의 작가죠. 즉, 존 메이슨의 소설이라는 것도 박민규가 쓴겁니다..

뉴튼의 사과 2006-10-0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잘 알고 있습니다. ^^ 소설에도 존 메이슨이 썼다고, 박민규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