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을 용기 - 세상이 당신의 선을 넘으려 할 때, 기꺼이 ‘지랄맞을’ 용기를 내십시오
조영훈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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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둥글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착하고 겸손하게 행동할 것을 강요하곤 한다. 조영훈 저자의 지랄 맞을 용기는 무조건적인 인내와 순종이 미덕이라 믿어왔던 관성에 정면으로 맞서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되찾으라고 외치는 책이었다. 타협 없는 잣대로 세상의 무례함에 맞섰던 역사 속 위인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엮어내어 첫 장부터 깊은 해방감과 함께 용기를 전해준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인상 깊었던 지점은 교과서 속에 박제되어 있던 위인들의 거룩한 모습을 벗겨내고 그들이 지녔던 지독한 고집과 저항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조명했다는 사실이다. 디오게네스와 아인슈타인부터 미켈란젤로와 니체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남을 성취를 이뤄낸 거인들은 권위와 억압 앞에서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인물들이었다. 부당한 시선과 통제 앞에서 기꺼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각오로 자신의 선을 지켜냈던 그들의 용기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매일 작아지기만 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유독 깊은 공감을 준 인물은 바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었다. 백의의 천사라는 온화한 이미지 뒤에 서류 따위가 내 환자를 죽이게 둘 수는 없다고 외치며 관료주의의 벽에 당당히 맞섰던 그녀의 투사 같은 면모는 충격이었다. 지금도 병원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본질적인 일만큼이나 수많은 행정 서류 작업에 치여 사는 경우가 많다. 나이팅게일이 살았던 그 오랜 옛날에도 환자의 생명보다 서류와 규격을 앞세우던 답답한 시스템이 존재했고 그녀 역시 그 모순과 처절하게 싸워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위로와 깊은 연대감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질서 속에서 오랜 시간 착하고 겸손하게 사는 것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치켜세워왔다. 그러나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참고 인내하다가 정작 스스로를 갉아먹고 만만한 상대로 전락해 버리는 비극을 일상과 직장에서 수없이 목격하곤 한다. 치열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막연한 양보가 아니라 부당한 선을 넘는 세상을 향해 단호하게 나를 지켜내는 태도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인생이라면 남의 기대에 갇히지 않고 내 삶의 기준을 스스로 세워나가는 것이 훨씬 건강하고 나은 선택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지랄 맞을 용기는 세상이 만들어둔 착한 사람이라는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결심을 심어주는 책이다. 나이팅게일이 환자의 존엄을 위해 거침없이 맞섰듯 나 역시 타인의 시선과 무례한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자리를 단단하게 지켜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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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 혹은 멀의 세계 - 인간이 몹시 궁금한 '자아 장착' AI의 생존 분투기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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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전작 미키7의 소설 원작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까지 챙겨보았을 정도로 평소 그의 기발한 작품 세계를 각별히 좋아해 왔었다. 미키7에서 돋보였던 작가 특유의 뼈 있는 블랙유머와 재치 넘치는 상황 설정은 ‘멀 혹은 멀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책장을 쉴 새 없이 넘기게 만들었다.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전쟁과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감칠맛 나는 냉소와 위트로 버무려낸 덕분에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특히 이 소설이 유독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거대한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결코 공상 속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공간을 떠돌던 자아를 지닌 인공지능 멀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치명상을 입은 인간의 몸에 갇혀 전쟁터 한복판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설정은 대단히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지고 서로 다른 신념과 기술로 갈라진 미래의 모습은 인공지능 기술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인류가 직면하게 될 내일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오늘날 실제 전쟁 현장만 둘러보아도 이미 자율주행 드론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표적을 식별하며 전투의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고 머지않은 미래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상전에 직접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멀 혹은 멀의 세계는 그러한 첨단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전쟁과 결합했을 때 전장에서 어떠한 아이러니와 혼란을 초래할지 머릿속에 훨씬 더 구체적이고 또렷한 그림으로 인식시켜 준다. 기계적인 계산에 익숙했던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비이성적인 갈등과 모순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겪어내는 사건들은 기술의 발전 너머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유쾌한 풍자와 날카로운 서스펜스 속에서도 인류의 미래를 향한 묵직한 질문을 결코 놓치지 않는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필력이 다시금 증명된 책이다. 이 책도 곧 영화로 만들어질거라 기대한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과도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줄 소설이었다.



#멀혹은멀의세계 #에드워드애슈턴 #문학수첩 #소설추천 #서평단 @moonhaksooch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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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다는 착각
신재용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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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 움큼씩 삼키고 정기 검진 결과표의 작은 수치 하나에도 가슴을 졸이는 일상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무척 익숙한 풍경이다. 나 역시 치료사로서 환자들을 돌보는 입장이면서도 정작 내 몸을 향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곤 했다. 신재용 저자의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은 건강을 지키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하게 되는 행위들이 도리어 어떻게 우리 몸을 나쁘게 만드는지를 파헤친 충격적인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던 지점은 약사이자 신장 이식 수혜자라는 저자의 남다른 이력이었다. 오랫동안 약국 현장에서 건강을 염려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약을 건네온 전문가인 동시에 스스로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장기 이식을 받으며 환자의 고통과 불안을 온몸으로 겪어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치료사와 환자라는 양극단의 자리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공감대와 냉철한 현실 감각은 책의 첫 문장부터 남다른 신뢰감을 전해주었다.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질병과 약물 그리고 불안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의 여러 장 중에서도 4장 공포를 파는 상인들이라는 대목은 읽는 동안 나 역시도 당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 산업이 어떻게 인간의 근원적인 생존 본능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교묘하게 상품화하는지를 적나라하게 짚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료사로 일하며 의학적 근거와 상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 자신조차 미디어와 시장이 만들어낸 결핍의 덫에 걸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영양제들을 불안감에 떠밀려 구매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포라는 감정을 지갑으로 막아내려 했던 지난날의 소비 행태가 떠올라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특히 10장에 나오는 내 몸의 CEO가 되어라라는 구절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돈과 성공을 좇느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며 가장 소중한 건강을 늘 후순위로 밀어둔다. 청춘과 중년의 시간을 일터에 갈아 넣으며 몸을 혹사하다가 결국 노후에 무너진 건강 앞에서 깊은 후회와 막대한 병원비를 치르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일상과 병원 현장에서 수없이 마주하곤 한다. 외부의 평가나 숫자로 찍히는 소득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하며 몸과 마음을 주체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저자의 외침은 나를 비롯해 치열하게 오늘을 버텨내는 모든 이들에게 절실한 충고가 되어준다.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은 불안이라는 안개에 휩싸여 무언가를 끝없이 더하기만 하던 우리 삶에 과감한 뺄셈의 지혜를 건네는 지혜가 가득한 책이다. 건강이란 영양제 통을 늘리거나 검진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도권을 온전히 되찾는 데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노동의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이제는 남이 주입한 공포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건강과 삶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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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문 당일 도착의 경제학 - 유통, 물류를 알면 비즈니스가 보인다
엄지용.신승윤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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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하고 잠자리에 들면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신선한 식자재와 생필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일상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나 역시 평소에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커머스 플랫폼을 굉장히 자주 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당근을 통해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이웃과 거래하며 생활의 소소한 재미와 실속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문 앞까지 물건이 배송되고 중고 물품이 오가는 일상적인 편리함 이면에 얼마나 치열하고 거대한 비즈니스의 과정이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엄지용 신승윤 저자의 오늘 주문 당일 도착의 경제학은 늘 당연하게만 누려왔던 빠른 배송의 화려한 겉모습 뒤편에서 유통과 물류의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책이었다.

오랫동안 물류와 유통 전문 미디어 커넥터스를 이끌며 산업의 모습을 체험 해 본 두 저자의 통찰은 현장감과 신뢰를 준다. 단순히 빠르고 편리하다는 소비자 관점의 감상을 훌쩍 뛰어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흐름부터 동네 골목길의 라스트마일에 이르기까지 물류 이동의 전 과정이 어떻게 설계되고 실행되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가 밤에 클릭한 주문 데이터가 순식간에 물류 거점으로 전달되어 분류되고 적재된 뒤 수많은 물류 허브와 간선 상차를 거쳐 새벽 도로를 가로질러 배송 기사의 손에 쥐어지기까지의 흐름은 굉장히 정교했다. 클릭 한 번으로 끝나는 손쉬운 소비 뒤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의 노동과 자본 그리고 정밀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었다.

가장 흥미롭고 신기하게 다가왔던 대목은 바로 미래의 유통과 물류 현장에서 로봇과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활약하는 모습이었다. 센터 내부에서 자율주행 로봇들이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수천 개의 선반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작업자 앞으로 물건을 가져다주는 피킹 시스템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과 드론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수요 예측 시스템이 결합된 물류 인프라는 이제 공상과학 영화 속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현실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간의 체력적 한계와 오류를 보완하며 속도와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첨단 로봇 기술의 향연은 유통 산업이 단순한 운송업을 넘어 고도의 테크놀로지가 집약된 미래 핵심 산업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쿠팡과 네이버 그리고 컬리와 글로벌 거인 알리익스프레스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펼치는 치열한 플랫폼 전쟁 대단히 흥미로웠다. 당일 배송과 새벽 배송이라는 극한의 속도 경쟁 속에서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물류망을 구축하는 이유와 그 뒤에 숨겨진 치밀한 흑자 전환 전략은 비즈니스의 냉혹한 생존 법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결국 물류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연결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고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저자들의 날카로운 분석은 오늘날 경제의 흐름을 읽는 중요한 눈을 열어주었다. 또한 거대 플랫폼의 틈바구니 속에서 하이퍼로컬을 무기로 지역 공동체와 중고 거래의 가치를 새롭게 연결해 낸 당근의 사례 역시 물류와 연결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 해보게 만들었다.

오늘 주문 당일 도착의 경제학은 매일 손끝으로 마주하는 배송 상자 하나를 통해 세상과 경제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내는 시야를 넓혀줬다. 익숙한 소비 생활에 머물러 있던 나의 시선을 물류 이동의 복잡한 궤적과 첨단 로봇이 누비는 미래의 산업 현장으로 확장시켜 준다. 앞으로도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마주하거나 중고 물품을 이웃과 주고받을 때마다 그 너머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정교한 물류의 과정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오늘주문당일도착의경제학 #엄지용 #신승윤 #시원북스 #커넥터스 #신간도서 #도서요약 #서평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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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 (선공개 특별판) ㅣ 자음과모음 시집 1
에밀리 정민 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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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가장 내밀한 상처와 마주하며 그 고통의 무게를 함께 견뎌내는 일이다. 에밀리 정민 윤 작가의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는 힘든 역사적 비극과 이민자로서 겪어내야 했던 차별의 현실을 아름다운 언어로 보여준 시집이었다. 케이트 터프츠 디스커버리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오르고 유수의 문학 매체에서 주목받으며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학자이자 시인으로 활동해 온 저자의 이력은 시를 더 돋보이게 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지점은 한 페이지 안에 영어 버전과 한글 버전이 나란히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작가가 영어로 먼저 써 내려간 원문의 결을 음미하면서 동시에 우리말로 옮겨진 번역본을 교차해 읽는 경험은 대단히 신선하고 입체적이었다. 다른 언어의 뉘앙스 차이를 비교해 보고 시인이 두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붙잡으려 했던 본질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었다. 시인이 선택한 영어 단어 하나와 한국어 문장 한 줄이 거울처럼 작용하여 시적 여운과 몰입감이 더욱 느껴졌다.


시집에 실린 수많은 시들 중에서도 '사랑하는 모든 것을 만져볼 필요는 없다'라는 제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을 온전히 내 손안에 쥐거나 직접 만져보며 소유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멀찍이 물러서서 그 존재의 고통과 숨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침묵과 거리두기야말로 지극하고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자 연대일 수 있음을 느꼈다.


아시안 여성이자 이민자로서 세상의 무례한 호명과 폭력의 시선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고자 발버둥 쳤던 시인의 기록은 단순한 개인의 고백을 넘어선다. 짐승이라는 단어가 살아남기 위해 매일을 버텨내는 모든 소수자와 현대인들의 심장을 두드린다. 타인의 비극을 쉽게 판단해 버리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맞서는 시인의 태도는 용기를 건네준다.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는 언어의 벽을 허물고 상처 입은 자들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용기 있는 시집이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함부로 손을 뻗는 대신 그 고통의 자리를 온전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법을 가르쳐 주며 우리 삶의 태도를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낯선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릴 것 같아 흔들리거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집이라고 느꼈다.

#내가우리를짐승이라말할때 #에밀리정민윤 #자음과모음 #책추천 #시집추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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