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단위로 쏟아지는 숏폼 영상과 밤낮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림 속에서 오늘날 현대인들은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만성적인 피로감에 시달리곤 한다. 나 역시 평소 일상이나 업무를 볼 때 편리하게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손에 잡히는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늘 그리웠다. 모니터 속 전자 문서나 화면 대신 종이의 질감을 직접 만지고 종이를 넘기는 손맛이 그리워서 항상 종이책을 찾아 읽어왔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과거 오마이뉴스에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 분투기를 연재해 큰 사랑을 받았던 김정은 저자의 좀비 알고리즘에서 로그아웃하는 중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디지털 문명의 속도감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의 온기와 아날로그의 가치를 작가님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첨단 전자기기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솔직한 일상과 손끝에 닿는 그리운 사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동문 센서 앞에서 서성거리며 기계의 눈치를 보거나 날마다 바뀌는 복잡한 비밀번호와 씨름하다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싶었던 순간들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파트 2 손으로 만지는 세계의 다정함에서는 치매 어르신의 연필과 아버지의 누런 월급봉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따뜻한 기억들을 작가님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20여 년간 어린이집과 요양원을 직접 운영해 온 저자답게 아이들의 순수한 숨결과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쌓아온 깊은 인간애와 따뜻한 마음이 책 전체에 고스란히 나타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참 훈훈해졌다. 기술이 사람을 앞지르는 세상에서도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손을 맞잡는 온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화면 너머로 연결될수록 오히려 더 깊은 고립과 외로움에 빠져드는 디지털 피로사회의 이면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한다. 새벽부터 잠을 깨우는 스팸 알림과 익명성 뒤에 숨어 휘두르는 차가운 칼날 그리고 좋아요와 구독의 수치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는 강박을 짚어낸다. 특히 인공지능에게 생각과 글쓰기를 통째로 떠넘긴 채 화면 앞의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전락해 가는 세태를 꼬집은 대목은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했다. 기술이 주는 편리함에 무비판적으로 길들여지다 보면 정작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간 고유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경고는 나 역시 같은 의견이다. 기계의 알고리즘에 영혼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때로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과감히 끄고 로그아웃한 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해야 한다.좀비 알고리즘에서 로그아웃하는 중입니다는 디지털의 편리함 뒤편에 가려져 있던 사람의 체온과 아날로그적 휴식의 가치를 일깨워준 에세이다. 끝없이 질주하는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고 내 일상의 전원 버튼을 스스로 켜고 끄는 주체적인 태도가 소중하다고 배웠다. 도구의 편리함에 안주하지 않고 나만의 생각과 아날로그적인 사색의 시간을 정성껏 지켜갈 것이다. 편리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서도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그리워하며 종이책을 고집해 온 내 습관은 죽기전까지 유지될 건이다. 작가님의 깊은 인간애가 느껴지는 에세이였다.#좀비알고리즘에서로그아웃하는중입니다 #김정은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추천 #책추천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1565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