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타이거의 포효
이상철 지음 / 시공사 / 2026년 10월
평점 :
예약주문


어릴 적부터 한국전쟁에 관한 역사 자료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수많은 우방국들이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태국군이 참전했다는 사실은 과거 어느 방송 다큐멘터리를 통해 어렴풋이 접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태국이라고 하면 방콕이나 푸켓 같은 아름다운 휴양지나 여행지로만 주로 떠올릴 뿐 그들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피를 흘렸던 혈맹이라는 사실은 점차 잊혀가는 것이 현실이었다.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쌀 4만 톤과 함께 6326명의 장병을 파견했던 태국의 숭고한 헌신을 기록한 책이라 시작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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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의 파병 결정부터 1972년 철수까지 22년에 걸친 태국군의 발자취를 차분하게 알려준다. 2장과 3장에서는 낯선 이국땅의 혹한 속으로 뛰어든 열대 청년들의 첫걸음을 보여주고 4장과 5장에서는 중부전선의 참호전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한다. 특히 6장에서 다룬 폭찹고지 전투 이야기가 나올 때는 예전에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고지전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한 치의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목숨이 스러져 가던 영화 속 참혹한 전장처럼 연천 서북방 255고지에서 쏟아지는 포탄 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진내사격과 백병전까지 감행했던 태국 제21연대의 사투는 가슴을 웅장하게 했다. 미군 사령관이 왜 그들에게 작지만 맹렬한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는지 그 치열한 희생의 무게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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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 깊이 와닿아 진한 감사함을 느끼게 만든 대목은 8장의 마지막 소제목인 마지막 부탁 잊지 말기를 그리고 기억하기를 이었다. 자국민도 아니고 말도 통하지 않는 먼 타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피를 흘려준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당당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참전 이후 10년 동안 포성과 피비린내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기억하는 노병들의 증언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은혜를 아는 국가라면 이제는 우리가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먼저 손을 내밀고 든든하게 함께하는 따뜻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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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타이거의 포효는 화려한 관광지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핏빛 연대의 역사를 알려주는 뜻깊은 책이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며 지구 반대편 청년들의 고귀한 헌신 위에 세워졌음을 배웠다. 이제는 태국이라는 나라를 대할 때 단순히 여행지의 시선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 은혜를 간직한 형제의 나라로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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