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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지나 예수의 길로 - 신의 개념을 다시 묻는 평신도 신앙인의 질문과 발견
이재기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9월
평점 :
모태신앙으로 자라나 오랜 세월 교회를 다니며 기독교 신앙생활을 이어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의문과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교단에서 가르치는 교리와 답을 그저 의심 없이 믿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질문을 던지는 일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학에서 4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정년퇴임한 경제학자 이재기 교수의 하나님을 지나 예수의 길로라는 책을 읽었다. 유년 시절 보수적인 재건파 교단부터 미국 한인 이민교회에 이르기까지 50년 넘게 정통 신앙의 길을 걸어온 평신도 지식인의 진솔한 고백이라는 부분이 호기심이 생겼다.
각 장의 첫머리마다 던지는 명확한 한 문장 질문과 솔직한 도입 고백 방식으로 글을 풀어낸다는 점이 좋았다. 복잡한 신학 각주나 현학적인 교리 논쟁에 갇히지 않고 평신도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품어온 질문을 던진 뒤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구조 덕분에 저자의 의견을 이해하기가 대단히 수월했다. 기독교 신앙이 왜 역사적 예수의 삶보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개념에 먼저 매달리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과정을 차분하게 알려준다. 고대 히브리의 야훼 신앙이 그리스 철학과 로마 제국의 공의회를 거치며 어떻게 거대하고 차가운 절대자의 옷을 입게 되었는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제19장에 실린 원죄론 재검토였다. 나 역시 모태신앙으로 기독교를 오랫동안 믿어오면서도 태어날 때부터 모든 인간이 아담의 죄를 물려받아 죄인이라는 원죄의 개념은 늘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영역이었다. 저자는 7부에서 어거스틴이 확립한 원죄론과 펠라기우스와의 치열한 논쟁을 되짚으며 인간의 책임과 자유의지 그리고 현대 과학의 유전 개념 앞에서 이 교리를 정직하게 다시 묻는다. 편리한 교리 용어 뒤에 숨어 생각을 멈추어버린 신앙을 비판하며 남의 말만 앵무새처럼 따라 외우는 신앙에서 벗어나 삶 속에서 예수의 길을 살아내는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은 정말 중요했다.
하나님을 지나 예수의 길로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질문을 억누르던 오랜 답답함을 해결해 준 책이다. 신앙이란 정답을 맹목적으로 외우는 종착역이 아니라 정직한 질문을 품은 채 예수의 사랑과 실천을 묵묵히 따라 걸어가는 여정임을 배웠다. 이제는 굳어진 교리의 틀이나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내 삶의 현장에서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실천에 한층 더 집중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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