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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차근차근 행복해지는 나라 - 대만 전문 저널리스트의 강소국 대만의 전체와 디테일
최창근 지음 / 리수 / 2026년 10월
평점 :
예전에 아내와 함께 대만을 2번 여행하면서 느꼈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한 아내는 대만이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 대륙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사회이며 사람들도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인으로 불리기를 원한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실제로 타이베이 거리를 걸을 때 도시 곳곳에 과거 일본 통치 시절의 건축 양식과 문화적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며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우리나라의 역사와 묘하게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대만 전문 저널리스트로 20년 넘게 현장을 기록해 온 최창근 저자의 대만 차근차근 행복해지는 나라라는 책을 읽었다. 단순한 여행지의 풍경을 넘어 대만이라는 나라의 디테일을 다야한 분야로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책의 2장에서 다루는 대만의 역사 이야기는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물려 더 재밌게 읽혔다. 예전에 대항해시대 오리진이라는 게임을 즐길 때 정성공이라는 제독 캐릭터로 플레이하면서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내고 대만을 거점으로 삼았던 역사를 대략적으로 접한 적이 있었다. 게임 속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정씨 왕국의 건국과 대만의 태동 과정이 이 책을 통해 훨씬 더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정리되었다. 서구 열강의 각축장에서 청나라의 정벌과 50년간의 일본 식민 통치 그리고 국민당의 38년 계엄령을 거쳐 오늘날의 민주주의로 도약하기까지의 굴곡진 세월을 사진과 역사적 사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정말 유익했다.
정치와 경제를 다룬 3장과 5장에서도 시야를 넓혀주는 중요한 정보가 가득했다. 쑨원의 삼민주의에서 비롯된 행정원과 입법원과 사법원과 고시원과 감찰원으로 이루어진 세계 유일의 5권 분립 통치 구조는 대단히 신기하고 독특하게 다가왔다. 선거 개표 현장에서 칠판에 바를 정 자를 한 획씩 그어가며 투명하게 표를 집계하는 사진 자료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대만 사람들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5장에서 다룬 TSMC 라는 거대한 반도체 기업의 패권과 그 이면에 자리한 청년 저임금 문제 역시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자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어 깊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대만 차근차근 행복해지는 나라는 단순한 관광지의 인상에 머물러 있던 대만을 역사와 정체성의 깊은 맥락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들어준 책이다. 중국과 다른 대만 고유의 자부심과 굴곡진 현대사를 배우며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시야를 한층 더 넓힐 수 있었다. 앞으로 대만 관련 뉴스를 접하거나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더라도 그들의 독특한 정치 제도와 사회적 고민들을 한층 더 세밀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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