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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교양
후지하라 유타카 지음, 조성웅 옮김 / 벤치워머스 / 2026년 10월
평점 :
청바지는 오늘날 누구나 옷장에 서너 벌쯤 가지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옷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태어나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는지 그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아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유명 빈티지 매장 디렉터인 후지하라 유타카가 쓴 데님 교양이라는 책을 읽었다. 19세기 골드러시 광부들의 작업복에서 출발하여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대 문화의 상징이자 예술품으로 거듭난 청바지의 변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다.
데님의 기원부터 미디어를 통한 유행 그리고 세부적인 부분들과 현대의 가치까지 단계별로 다룬다. 1장과 2장에서는 19세기 미국 서부 광부들을 위해 질긴 텐트 천으로 작업복을 만들던 시절의 이야기와 말론 브랜도나 제임스 딘 같은 배우들을 거치며 반항과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단순히 옷의 역사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와 미디어의 영향 속에서 작업복이 어떻게 패션의 중심이 되었는지 문화의 변천사를 차분하게 알려준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색바램을 즐기는 가치를 분석하는 대목도 옷을 오래 입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3장에 실린 디테일의 묘미 파트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평소에는 그저 멋으로 달아둔 줄 알았던 주머니 모서리의 리벳이 찢어짐을 막기 위한 광부들의 특허 기술이었다는 사실부터 가죽 패치와 뒷주머니의 스티치 하나에도 기능적 이유가 숨어 있다는 설명은 정말 중요한 정보였다. 특히 리바이스의 상징인 레드 탭 외에도 화이트와 오렌지와 블랙 그리고 당근 마크에 이르기까지 라인업과 시대를 구분하는 다채로운 탭의 디테일은 청바지라는 옷에 이렇게까지 깊은 세밀함이 숨어 있을 줄 몰랐다. 원단을 짜는 방식이나 나만의 핏을 만드는 세탁과 관리법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며 옷을 고르고 입는 안목을 넓혀주었다.
데님 교양은 매일 무심코 다리 한 짝을 꿰어 입던 청바지를 150년 문명사와 산업 디자인의 시각에서 재조명 해주는 책이다. 단순한 기성복 한 벌에도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세밀한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배웠다. 이제는 외출할 때 옷장에서 청바지를 꺼내 입을 때마다 작은 라벨과 스티치 그리고 자연스러운 주름 하나까지 눈에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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