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내 인생
레이데르 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책콩(책과콩나무)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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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님이 심하게 다투며 이혼 문제로 집안이 위태로웠을 때 나는 친할머니 집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지내던 그 시절 주말의 명화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개 같은 내 인생이라는 영화를 처음 보았다. 어린 마음에도 그 제목이 마치 내 처지를 그대로 가리키는 것만 같았고 화면 속에 나오는 잉에마르라는 소년에게 깊은 동질감이 생겼다. 청년이 된 이후에야 레이데르 욘손 작가가 쓴 원작 소설을 찾아 읽었고 오랜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되어 이 책을 읽게 다시 읽게 되었다. 거친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채 결핍과 상처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던 소년의 모습은 지나간 내 유년의 기억도 떠올리며 시작부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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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958년과 1959년이라는 2개의 시간을 교차하며 12살 소년 잉에마르 요한손의 위태로운 방황과 성장을 다룬다. 어머니의 폐결핵이 갈수록 악화되자 형제는 서로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되고 잉에마르는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의 시골 마을에 있는 외삼촌 군나르의 집으로 보내진다. 혼자 감당하기 벅찬 비극 앞에서 소년은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져 차가운 우주 궤도에서 굶어 죽어간 개 라이카를 떠올리며 자신의 불행은 그래도 견딜 만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낯선 시골 마을에서 매일 지붕 위에 올라가 망치질을 하는 프란손 할아버지와 권투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오르는 소녀 사가를 만나며 소년은 투박한 이웃들의 온기를 배운다. 끝내 들려온 어머니의 죽음과 소중한 강아지 식산과의 이별로 보육원의 침묵 속에 갇히기도 하지만 소년은 슬픔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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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훌쩍 흘러 어느덧 중년이라 불리는 나이가 된 지금 내 곁에서 숨 쉬는 반려견 빵글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고 보니 이 소설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깝고 애틋하게 다가왔다. 매일 맑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빵글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작은 생명이 건네는 온기가 외로운 사람에게 얼마나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주는지 온몸으로 실감하곤 한다. 그렇기에 소설 속 어린 잉에마르가 사랑하던 강아지와 강제로 헤어지며 겪어야 했던 참담한 슬픔과 우주를 떠도는 라이카를 그리워하던 절박한 심정이 남일 같지 않게 읽혔다. 냉혹한 세상에서 상처 입은 인간을 끝내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지식의 말이 아니라 곁에서 조용히 체온을 나누어주는 살아있는 존재와의 교감이라는 사실을 빵글이를 통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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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내 인생은 가혹한 현실 앞에서도 결코 자신을 비하하거나 나약하게 주저앉지 않고 삶을 살아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값싼 동정이나 어설픈 위로 대신 엉뚱하고 솔직한 유머로 비극을 정면으로 통과해 낸 소년의 태도는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용기를 선물해 주었다. 삶이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꼬이고 힘겨운 순간이 닥치더라도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인간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중년이 된 잉마르도 나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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