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울에 풍덩 - 제2회 소원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ㅣ 소원라이트나우 12
이재은 지음 / 소원나무 / 2026년 10월
평점 :
나 역시 8년 가까이 꾸준하게 수영장을 다니며 자유수영을 해왔기에 물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온몸을 감싸는 서늘한 물살과 숨을 고르고 난 뒤 찾아오는 상쾌한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때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말끔히 사라지고 내 호흡과 물의 흐름에만 집중하게 되는 그 개운함은 수영을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수영이라는 운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찾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첫 장부터 내가 해왔던 운동이라서 그런지 가깝게 다가왔다.
소설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월미도에서 자란 열다섯 살 소녀 하도란의 이야기를 다룬다. 바다에서 헤엄치던 도란은 오빠의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경성으로 올라왔다가 우연히 서양식 수영장인 푸울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글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도란은 푸르고 투명한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사람들을 보며 난생처음 가슴 뛰는 설렘을 느낀다. 강습료를 벌기 위해 설렁탕집에서 고된 일을 하면서도 도란은 검은 수영복을 입고 매일 수영장에 나가 피나는 연습 끝에 평영 에이스로 거듭난다. 식민지와 여성이라는 시대의 무거운 한계 속에서도 조선 최고의 수영 선수를 꿈꾸며 세상의 벽에 당당하게 부딪히는 주인공의 분투가 펼쳐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근대라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과 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엮어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하고 답답한 시절에 경성의 근대식 수영장이라는 색다른 공간을 무대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 구성이 무척 신선하고 인상 깊었다.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시대를 극복한 여성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청연 같은 영화가 떠올랐다. 수영을 통해 남의 시선이나 집안의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는 도란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나 역시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며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듯 주인공이 물속에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떤 것일지 상상해본다.
푸울에 풍덩은 차가운 물살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의 용기와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희망적인 소설이다.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힘든 현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소설이라 추천하고 싶다.
<르온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gbb_mom 단맘 @sowonnamu 소원나무출판사
#푸울에풍덩 #소원나무 #이재은작가 #르온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