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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경찰 외근수첩
한상대 지음 / 밥북 / 2026년 9월
평점 :
우리는 보통 수사 영화나 범죄 드라마를 통해서 경찰의 삶을 접해보곤 한다. 스크린 속 형사들은 화려한 액션으로 범인을 쫓거나 멋진 추리로 거대한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영웅처럼 그려질 때가 많다. 하지만 화면 뒤편에서 매일 이웃들의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진짜 경찰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에 35년 동안 오직 지구대와 파출소 같은 외근 현장에서 발로 뛰어온 한상대 저자의 불량경찰 외근수첩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영화 속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민생 치안의 맨 앞자리에서 땀 흘려온 현장 경찰관의 삶을 진지한 글로 접할 수 있어서 남달랐다.
책은 저자가 젊은 시절 처음 순찰복을 입고 현장에 뛰어들던 신참 순경 때부터 정년퇴직으로 제복을 벗기까지의 긴 세월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거창한 무용담이나 실적을 자랑하는 대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위험한 사건들과 차가운 유치장 주변에서 마주했던 이웃들의 눈물을 이야기한다. 강력 범죄의 참혹한 현장을 수습하며 겪었던 인간적인 고뇌와 술 취한 사람들의 주정이 난무하는 파출소의 밤 풍경을 특유의 담담함과 해학으로 풀어내어 깊은 몰입감을 주었다. 화려한 영웅의 모습 뒤에 숨겨진 평범한 한 인간의 성실한 경찰관의 모습이 느껴졌다.
3부에 실린 112 신고가 비추는 우리 사회의 이면이었다. 이웃 간의 사소한 시비와 가정 폭력부터 삶의 벼랑 끝에 몰려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는 사람들의 다급한 부름까지 온갖 신고 전화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밤낮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신고 상황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동안 내가 알던 경찰의 업무가 얼마나 좁고 단편적이었는지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경찰관이란 단순히 범인을 잡는 직업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가장 어둡고 아픈 구석까지 맨몸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의 고통을 받아내는 버팀목이었다.
불량경찰 외근수첩은 차가운 법과 제도 너머에서 사람의 온기를 지켜온 한 경찰관의 따뜻한 인생 기록이다. 매일 밤낮으로 위험과 피로를 견뎌내며 우리 동네의 평온을 지켜주는 일선 경찰관들의 숨은 헌신에 대해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경찰이라는 직업의 진짜 무게와 현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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