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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 흔들리는 시간을 지혜롭게 건너는 마음의 철학
나디 미리안 지음, 김지유 옮김 / 북파머스 / 2026년 10월
평점 :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실패나 상실을 겪으며 마음이 크게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고통을 어떻게든 피하거나 빨리 없애야 할 나쁜 것으로만 여기곤 한다. 이 책은 흔들리는 감정의 파도를 억지로 억누르거나 억지 긍정으로 덮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슬플 때는 온전히 슬퍼하고 아플 때는 아파할 수 있어야 비로소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해 준다. 쇼펜하우어나 카를 융 같은 철학자들의 생각과 임상 현장의 지혜를 알기 쉽게 알려줘서 삶의 흔들림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의 지난 어린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남달랐다. 나 역시 어릴 적에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며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몹시 힘들고 팍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시에는 부모가 겪는 삶의 무게와 힘겨운 감정들이 고스란히 자식인 나에게 전해져 하루하루가 무겁기만 했다. 집안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오직 내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어 독립하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목표였다. 그 시절 내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마음의 상처와 괴로움은 유년시절 내내 가슴속 깊은 흉터로 남아 괴롭히곤 했다.
하지만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그때의 고단했던 기억들이 그저 나를 갉아먹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삶을 꾸려온 그 혹독한 과정이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회복탄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처가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과 힘을 길러준다는 책의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다룬 고통에서 배움을 얻는다는 대목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자책하기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고통을 삶의 배움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앞으로 살아가며 지켜야 할 중요한 기준점이 되어주었다.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삶 속에서 길을 잃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건네주는 책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거나 억지로 괜찮은 척 웃을 필요 없이 내 안의 아픔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힘든 시절을 묵묵히 버텨낸 내 삶의 모든 흔적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순간들도 씩씩하게 걸어갈 힘을 얻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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