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다. 일과 사람에 치여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잠시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를 여유를 잃어갈 때가 있다. 오랜 시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해 온 작가님의 글은 첫 장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하루가 끝나기 직전인 23시 59분이나 멈춰 서 있던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찰나처럼 인생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음 방향을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책은 총 7개 부로 나뉘어 가족과 인간관계 행복과 상처 그리고 나이 듦과 삶의 가치까지 우리가 살아가며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질문들을 짧고 쉬운 글로 담아내고 있다. 거창한 철학 이론이나 어려운 학술 용어를 늘어놓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법한 평범한 사건들 속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알려주는 구성이라 술술 읽혔다. 그중에서도 2부에 실린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라는 글은 기억 속에 깊게 남게 되었다. 책을 읽지 않는 현 시대의 문제를 안타까워 하면서 작가님의 바람은 나 역시 동감했다. 차분하게 읽으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보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만 길들여져 깊은 생각을 멈추어버린 오늘날 사람들의 메마른 풍경을 짚어낸 대목은 큰 공감과 함께 깊은 반성을 안겨주었다.지나온 내 일상을 되돌아보아도 언제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책장을 넘기기보다 손쉬운 영상이나 자극적인 뉴스에 시간을 빼앗기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내 안의 생각은 점점 얕아지고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하고 빠른 세상일수록 잠시 멈추어 서서 사유의 바다에 빠져 수많은 생각을 스스로 일깨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남들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내면의 단단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저자가 오랜 세월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몸소 깨달은 인생의 원칙과 가르침들은 앞으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이 책의 또 다른 큰 장점은 글의 호흡이 길지 않고 산문 사이에 넉넉한 여백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다 읽어치우려 욕심을 내기보다 잠들기 전이나 조용한 아침 시간에 하루에 한 편씩 골라 명상하듯이 천천히 음미하기에 정말 좋았다. 한 편의 글을 읽고 나서 가만히 눈을 감고 오늘 하루 만났던 사람들과 내가 내뱉었던 말들을 되돌아보는 시간 자체가 지친 마음에 커다란 쉼표가 되어주었다. 쉼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지쳐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거나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23시59분신호등이바뀔때 #고경수 #책과나무 #책추천 #교양으로읽는 #교양으로읽는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