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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커피
김나은 지음 / 아작 / 2025년 11월
평점 :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보통 좀비가 나타나거나 전쟁으로 도시가 무너지는 내용이 많다. 그런데 게임 회사에서 시나리오를 썼던 김나은 작가의 말세커피는 식물로 인해 세상이 망한다는 설정이라 처음부터 신선했다. 어느 날 서울에 보랏빛 꽃가루가 날리면서 사람들의 머리에 커다란 꽃이 피어나는 무서운 병이 퍼진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해를 따라 움직이며 산 사람을 공격하는 괴물로 변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철역으로 숨어들어 13년 동안 살아간다.
책의 줄거리는 지하철역 사이를 오가며 장사를 하는 주인공 말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말세는 위험한 지상으로 올라가 식물을 구해오는 채집꾼이면서 동시에 작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차를 파는 말세커피의 사장이다. 커피콩이 사라진 세상에서 말세는 춥고 배고픈 지하 사람들에게 보리로 만든 구수한 대체 커피와 달달한 풀차를 건넨다. 언젠가 진짜 커피꽃과 전설의 바리스타를 만나겠다는 꿈을 품고 살던 말세에게 어느 날 수상한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예상하지 못한 모험이 시작된다.
내가 매일 아침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출근해서 피곤할 때나 주말에 아내와 쉬면서 아무렇지 않게 마시던 따뜻한 커피가 사실은 얼마나 평화롭고 소중한 일상인지 새삼 깨달았다. 또한 역마다 다른 세력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지하철의 모습이나 지상의 괴물들을 피해 식물을 구하러 가는 장면들이 아주 생생해서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게임을 만들던 작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장면 하나하나가 눈앞에 보이듯 자세해서 나중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세커피는 무섭고 어두운 배경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정을 따뜻하게 그려내서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단순히 괴물과 싸우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절망적인 순간에도 서로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는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어서 읽고 나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뻔한 재난 이야기에 질렸거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한국 소설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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