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
오사지마 마사오 지음, 박현아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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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며 모태신앙의 울타리 안에서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풀리지 않는 갈증과 교리에 대한 답답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 우연한 계기로 반야심경을 공부하면서 종교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송두리째 바뀌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적 존재의 심판이나 엄격한 규율에 매달리기보다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불교와 동양철학의 유연한 이치가 내 성향에 훨씬 더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러한 마음가짐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던 차에 오사지마 마사오 저자의 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이라는 책은 그동안 공부 해 온 부분을 정리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인이 겪는 치열한 고통과 번뇌에 대한 해답이 이미 2500년 전에 완성되어 있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첫 장부터 깊은 호기심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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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부터 잇큐에 이르는 10명의 동양 사상가들을 통해 맹목적인 성취와 채움에 쫓기던 우리에게 비움과 평온의 길을 알려준다. 특히 반야심경을 공부하며 익혔던 공과 연기의 사상이 용수의 가르침을 통해 일상의 언어로 되살아나는 대목은 반가웠다. 세상 만물은 영원하지 않으며 서로 기대어 머무는 하룻밤의 쉼터에 불과하다는 설명은 물질과 관계에 얽매여 있던 집착의 끈을 풀어주었다. 붓다가 일깨워준 제행무상의 흐름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달이 차고 기우는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받아들이고 세친의 유식 철학을 빌려 타인을 내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배운 점도 인생에 위안이 되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한 껍데기 같은 수단에 얽매이지 말고 사물의 본질을 똑바로 응시하라는 가르침은 내면의 조급함을 가라앉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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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 그리고 신란과 잇큐로 이어지는 사유의 장들은 나 자신을 온전히 긍정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더 많은 숫자와 스코어를 증명해야만 가치 있는 인간이 된다는 세상의 압박 앞에서 이미 충분함을 아는 지족의 태도와 호접지몽의 여유는 삶에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스스로 욕망 덩어리이자 부족한 존재임을 담담하게 인정한 신란의 고백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짓눌려 자책하던 나를 응원해준다. 좋은 사람이라는 허상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갉아먹지 말고 나부터 먼저 지켜내야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는 자리이타의 균형 감각도 기억에 남았다. 세상 사람들의 제각기 다른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구부러진 소나무는 구부러진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보라는 잇큐의 지혜는 타인의 인정욕구에서 벗어나라는 교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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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은 끝없이 더 잘해야 한다는 세상의 압박 속에서 고민하던 나에게 참된 내면의 평온을 선물해준다. 모태신앙의 울타리를 넘어 반야심경과 동양철학을 통해 배운 비움의 지혜가 내 삶을 얼마나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제는 남들과의 비교나 세속적인 성공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게 주어진 하루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쥐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다가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삶의 거친 파도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마음의 중심을 세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좋을 동양철학 모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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