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식물을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다. 초록빛 화분은 그저 공간을 장식하는 무생물 소품에 가깝게 느껴졌고 물을 주고 흙을 갈아주는 수고로움도 왜 키울까 생각 했다. 하지만 결혼 후 아내가 애지중지 돌보는 반려식물들의 관리를 조금씩 곁에서 거들면서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플랜트숍 서서히를 운영하며 원예 치료를 공부해 온 한진아 작가의 신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식물은 그런 내 마인드를 바꾸게 도와줬다. 식물을 키우며 알게 된 자연의 섭리와 그 곁에서 서서히 깊어지는 삶의 온기를 담은 작가의 글은 첫 장부터 공감대를 형성해 주었다.식물 곁을 천천히 걷는 일이라는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내를 도와 베란다의 화분들을 살피다 보면 며칠 사이에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없어 조급해지거나 행여 시들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이 앞서곤 했다. 하지만 작가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정적의 시간 속에서도 땅 밑에서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묵묵히 뻗어 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화려하게 꽃을 피우거나 잎을 무성하게 키워내지 않더라도 제자리에서 성실하게 계절을 건너가는 식물의 침묵은 매일 성과와 속도에 매달려 살아가던 나에게 쉼표를 선물해 준다. 식물 곁에 머물며 비로소 발걸음을 늦추고 삶의 여유를 되찾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빛이 부족해 줄기가 가늘고 약한 식물을 보며 자책하기보다 아무렴 어때라고 털어내는 유연한 태도 역시 기억에 남았다. 완벽한 환경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허락된 햇빛과 바람의 자리를 찾아 조금씩 몸을 기울이는 식물의 생명력은 결핍조차 삶의 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세상에 똑같은 초록이 하나도 없듯이 저마다 자라나는 속도와 모양이 다를 뿐이라는 통찰은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던 내 마음을 안심시킨다. 식물을 잘 돌보려던 마음을 내려놓고 잎이 피고 지는 자연스러운 순환을 믿어주는 과정은 결국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도 비슷했다.내가 좋아하는 것들 식물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익어가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식물을 만지며 손끝에 묻어나는 흙 내음과 푸른 잎사귀들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맑게 비워내고 오늘 하루를 단단하게 살아갈 내면의 힘을 길러주었다. 앞으로도 아내와 함께 베란다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식물들이 알려주느 조용한 사색과 위로를 느끼고 싶다. #내가좋아하는것들식물 #한진아 #스토리닷 #식물에세이@storydot @hyejin_book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