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의 독서 - 지극히 사적인
최경옥 지음 / 북도슨트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억의 한 자락이 조금씩 흐려지는 쓸쓸함을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나온 날들과 남은 삶의 무게를 느끼는 와중에 최경옥 작가의 오십의 독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기억이 날아갈까 두려워 글을 쓰고 삶의 온갖 모순을 책으로 끌어안는다는 저자의 고백은 첫 장부터 마음을 울렸다. 이 책은 세상의 지식을 뽐내거나 어려운 담론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책이라는 공간에서 과거의 자신을 다정하게 돌아보는 사적인 고백록이다.


마음이 와닿았던 대목은 마흔의 허물을 벗고 오십을 맞이하며 건네는 위로들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까닭 없이 눈물이 쏟아질 만큼 벅찬 날도 있고 고단한 싸움을 홀로 견뎌내야 하는 시절도 찾아온다. 저자는 그럴 때마다 책 속으로 숨어들어가 울고 싶을 때 읽는 책들을 통해 상처 입은 내면을 보듬었다 고백한다. 특히 조지 오웰이 예견한 암울한 통제의 해였던 1984년에도 어린 시절 저자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은하철도 999가 달리고 있었다는 회상은 깊은 뭉클함을 안겨준다. 세상이 아무리 차갑게 굴러갈지라도 순수했던 유년의 기억과 각자의 방식으로 꿋꿋하게 버텨낸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저자는 조지 오웰이나 올더스 헉슬리의 거대한 고전들을 자신의 소박한 일상들과 연결한다. 거창한 철학 대신 매일 마주하는 작은 풍경과 라면 한 그릇 속에서 삶의 정의와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시선이 무척 따뜻했다. 타인의 존엄을 바라는 아픈 기록을 읽으며 눈물로 인쇄된 것 같았다며 함께 슬퍼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에 먹먹함이 전해졌다. 책상 앞이라는 작은 영토에서 독서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세워가는 저자의 태도는 책을 읽는 나의 자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읽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을 품어 안는 사랑의 실천이었다.


오십의 독서는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으려 애쓰는 중년의 기록이자 삶의 모순을 기꺼이 끌어안는 아름다운 성찰의 책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무심코 흘려보냈던 내 삶의 지난 페이지들과 잊고 지냈던 인연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이 듦에 대한 불안에 쫓기기보다 지나온 시간을 소중히 어루만지고 오늘 내 곁의 작은 순간들에 더 깊은 애정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십의독서 #최경옥 #북도슨트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