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냄새
박윤선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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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작가의 수영장의 냄새를 읽으며 가장 먼저 영화 4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예체능인 수영에서조차 무조건 1등만을 바라는 부모님들의 지독한 교육열이 소설 곳곳에 나오기 때문이다. 1980년대 강남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수영장에 다녀야 했던 주인공 민선의 모습은 차가운 소독약 냄새만큼이나 짜증이 났을 것이다. 물속에서조차 숨죽이며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아이들의 팍팍한 현실이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도 8년 동안 수영을 해오면서 수영장 안팎의 다양한 풍경을 지켜봐 왔기에 소설 속 상황들이 더욱 남일 같지 않았다. 책에 묘사된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미묘한 관계나 수영장 특유의 분위기가 무척 실감 나게 다가왔다. 특히 어린 선수반 아이들을 아주 혹독하게 가르치던 코치의 모습과 관람석 창문 너머로 그 과정을 뚫어져라 지켜보던 부모님들의 눈빛이 내 오랜 기억 속 장면과 완벽하게 겹쳐졌다. 물살을 가르는 아이들의 고통 뒤에는 어른들의 맹목적인 욕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보였다.


소설은 단순히 수영장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아이들 세계의 권력 관계와 내밀한 상처를 파고든다. 뭐든 잘하는 완벽한 언니 아래서 민선이 느꼈을 열등감과 은밀한 대장 놀이의 폭력성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감정들이다. 무엇보다 와이키키 수영장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고 이후 아무도 모르는 물 아래의 진실을 혼자 간직해야 했던 주인공의 힘든 마음이 전해졌다. 서툴러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비겁해서 진실을 외면했던 그 시절의 부끄러운 감정들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물속의 비밀을 고백하고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결말은 깊은 생각을 남긴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일이 결코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뒤늦은 미안함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주인공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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