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순의 나이에 접어들 무렵이면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이자 평균 나이가 60대에 육박하는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된다는 이야기를 접하곤 한다. 세상의 무게중심이 고령화로 급격히 기울어가는 흐름 속에서 과연 미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늘 막연한 호기심이 머물러 있었다. 이동우 저자의 거부세대는 과거 우리가 관성처럼 떠올리던 힘없고 수동적인 어르신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수며 스스로 소비와 삶의 주권을 쥐고 일어서는 새로운 인류의 등장을 짚어낸 책이었다. 단일 최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는 사회가 규정해 둔 낡은 노년의 틀을 단호하게 거부해 나가는 모습은 첫 장부터 새로운 시야를 넓혀준다.그동안 은퇴나 노후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드나들며 소일거리를 하거나 촌스러운 실버 상품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책 속에서 해부해 낸 거부세대는 호칭부터 상품과 공간 그리고 은퇴와 이동 및 상속에 이르기까지 기성세대가 씌워둔 굴레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포르쉐 매장에는 시니어가 없다는 말처럼 나이의 경계를 지운 에이지리스 브랜드를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디지털 문해력을 바탕으로 세상의 중심에 서려는 이들의 에너지는 파격적이었다. 거부세대의 기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나 역시 나이가 들어 먼 훗날 노년의 계절을 맞이하게 된다면 바로 저들처럼 내 삶의 방식과 취향을 당당하게 지켜내며 살아가고 싶다는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특히 책의 제3장 공간의 거부를 읽어 내려갈 때는 과거 유상호정형외과에서 일하던 시절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시 병원 건물 1층에 자리한 카페를 지나칠 때마다 항상 멋스럽게 옷을 차려입으시고 커피와 브런치를 주문해 우아하고 고고하게 즐기시던 한 어르신이 계셨다. 젊은이들이 가득한 세련된 공간 속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책이나 신문을 펼쳐 든 채 자신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시던 그분의 자태는 지금 돌이켜보아도 깊은 잔상을 남긴다. 경로당이나 노인 전용 공간으로 격리되기를 거부하고 힙하고 활기 넘치는 도심의 일상 한가운데서 타인과 자연스럽게 섞이기를 원했던 그 어르신의 모습이야말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공간의 거부를 일상에서 증명해 낸 세대의 모습이다.거부세대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빈털터리가 되거나 사회의 복지 대상자로 전락하는 낡은 관습에 당당히 거부한다. 환갑이라는 숫자에 갇혀 무기력하게 은퇴하지 않고 골든 루키로서 앙코르 커리어를 개척하며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적인 안방불패의 일상을 지켜내려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준다. 나 역시 다가올 미래의 노후를 두려워하거나 남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확실한 취향과 존엄을 지켜가며 나이 들어가는 단단한 노년기를 맞이하고 싶다. #초고령사회를읽는법 #이동우 #소비 #트렌드 #초고령사회 #북클럽 #거부세대 #시니어 #노후 #에이지리스 #2차베이비부머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출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