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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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치 독일의 비극적인 종말을 다룬 영화 다운폴을 보면서 패망 직전 벙커 안에서 광기와 파멸을 향해 치닫던 인물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특히 그 참혹한 지하 벙커 속에서도 끝까지 히틀러를 향한 맹목적인 신념을 놓지 않고 기어이 어린 자식들의 목숨까지 앗아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요제프 괴벨스의 광기는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공포로 남아 있다. 영화를 통해 괴벨스라는 인물이 품었던 뒤틀린 내면과 선전 선동의 잔혹한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는데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는 그러한 대중 조작의 메커니즘을 파헤친 어느면에서는 무서운 책이었다.


흔히 역사는 아돌프 히틀러라는 한 명의 절대적인 독재자가 독일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갔다고 기억하지만 그 거대한 악의 우상을 무대 위에 세워 올린 진짜 기획자는 바로 괴벨스였다고 생각한다. 라디오라는 당대의 첨단 매체를 장악하고 제복과 거대한 깃발 그리고 잘 짜인 군중 집회를 통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 배후에는 괴벨스의 치밀하고 정교한 심리 조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중은 복잡하고 어려운 진실보다 단순하고 감정적인 거짓에 훨씬 더 쉽게 반응한다는 냉혹한 법칙을 간파했던 그의 기획에 나치즘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완성되었다. 진실은 결코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기획되고 포장될 수 있음을 증명한 부분이 읽는 내내 무서웠다.


괴벨스의 행적이 단순한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습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보인다. 정보가 넘쳐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괴벨스처럼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부추기며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장악해 사람들의 생각을 쥐고 흔들려는 교묘한 세력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극적인 가짜 뉴스와 알고리즘의 확증편향을 무기로 집단을 편 가르고 상대를 악마화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현대의 선동가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100년 전 베를린에서 울려 퍼지던 괴벨스의 확성기 소리가 오늘날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부활했다.


결국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라는 책은 악마의 기술을 찬양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추악한 속임수의 모습을 알아채도록 해준다. 대중이 생각하기를 멈추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순간 누구든 권력자의 손쉬운 장기말로 전락할 수 있음을 책은 경고한다. 세상이 던져주는 매끄러운 구호나 자극적인 프레임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그 이면에 도사린 의도와 조작의 흔적을 냉철하게 의심하는 주체적인 시선이야말로 오늘날 민주주의와 인간다운 존엄을 지켜내는 힘이다.


요란한 선동의 파도 속에서 내 생각의 온전한 주권을 지켜내도록 돕는 책이다. 영화 다운폴에서 봤던 괴벨스의 끔찍한 파멸을 잊지 않고 세상의 모든 거짓된 우상과 교묘한 언론 플레이를 분별해 내는 이성의 눈을 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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