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판사, 나쁜 판사
류기인 지음 / 펜타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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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서는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소년부 재판은 한 아이의 인생과 미래가 걸려 있기에 일반 형사 재판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류기인 부장판사의 착한 판사 나쁜 판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년사건을 처리하는 창원지방법원의 현장 속에서 아이들의 비행과 상처를 온몸으로 마주해 온 한 법관의 고뇌를 담아낸 책이었다. 법의 엄격한 잣대 뒤에 숨겨진 아이들의 결핍과 지워진 흔적을 읽어내려 애쓰는 저자의 글은 첫 장부터 깊은 감동을 준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드라마 속에서는 처벌을 앞세우는 판사와 온정을 베푸는 판사가 대립하며 마치 세상에 착한 판사와 나쁜 판사가 따로 존재하는 듯한 이분법적인 구도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하지만 현실의 법정은 결코 단순한 흑백논리로 나눌 수 없음을 깨달았다. 소년원에 보내지 않는 것이 과연 아이를 위한 길인지 아니면 단호한 처벌로 멈추게 하는 것이 진짜 선처인지 매 순간 살얼음판 위에서 고뇌하는 저자의 모습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현실의 무게를 전해주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 중에서도 여섯 번의 멈춤이라는 파트는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판결을 내리기 전 몇 번이고 숨을 고르며 번민했을 판사의 고뇌가 문장마다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 대목에서 마주한 9월 17일이라는 날짜는 공교롭게도 나의 생일이기도 했기에 유독 각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바로 그 날짜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아이의 무너진 삶을 붙잡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았다.

평소 소년재판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선고가 끝난 뒤 법정 문을 나선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지 늘 궁금했다. 판결 이후의 아이들 파트는 교화시설과 소년원에서 도착한 편지와 변화의 소식을 전해주며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판결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정 문을 나선 뒤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착한 판사 나쁜 판사는 아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잘못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어른의 참된 역할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준 책이다. 낙인과 혐오를 거두고 아이 곁에서 함께 걸어줄 사회적 울타리와 연대가 얼마나 절실한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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