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계절의 끝자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이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을 오싹하게 만들어줄 공포 이야기가 땡기곤 한다. 스크린 너머로 마주하는 공포영화처럼 등골을 서늘하게 적셔주는 한국 호러 단편집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셋째 밤은 국내 공포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서스펜스가 한데 모여 끝나가는 올해 여름 밤을 서늘한 긴장감으로 물들여준 매력적인 소설집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결을 지닌 공포의 세계가 펼쳐져 마치 웰메이드 공포 옴니버스 영화를 연속해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수록된 여러 단편들 중에서도 코스모노미콘의 추억은 읽는 내내 과거 극장에서 큰 충격을 주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포영화 여고괴담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고등학교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공간 안에서 오컬트 동아리 부원들이 기이한 학교 괴담과 마주하는 설정은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보았을 법한 어두운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이 작품은 텍스트의 서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구체적인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어서 장면의 분위기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몰입하기가 훨씬 더 수월했다. 순식간에 벗어날 수 없는 폐쇄적인 악몽의 장소를 보여주는과정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독특하고 기억에 오래 남았던 작품을 꼽는다면 호러 심청이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배워온 전래동화 심청전의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과감하게 비틀어낸 저자의 발상은 재밌었다. 효심과 희생이라는 전통적인 미덕으로 포장되어 있던 고전의 뼈대를 서늘하고 잔혹한 호러 스릴러의 세계로 재해석해 낸 전개는 읽는 내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옛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는 피비린내 나는 비극과 공포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마주하며 공포를 체감할 수 있었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셋째 밤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귀신이나 유령 같은 전형적인 소재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의 다양한 틈새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광기를 입체적으로 다루었다는 사실이다. 학교와 바다 그리고 현대적인 공간과 고전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삶의 무대 어디에서든 공포가 불시에 피어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나가는 올해 여름 밤을 짜릿한 공포의 세계 속에서 마무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완벽한 선물이 되어준다.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숨을 죽이며 영화를 관람하듯 생생한 묘사와 상상력으로 서늘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르온서평단(단단한맘&레이첼)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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