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권력의 법칙 - 감정과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조직을 움직이는 법 ㅣ 서가명강 시리즈 46
이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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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고전이나 제자백가를 떠올리면 흔히 공자나 맹자가 말하는 도덕과 인의예지 같은 따뜻한 덕목들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의 복잡한 인간관계나 조직 사회를 마주하다 보면 착한 마음과 선의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냉혹한 갈등과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서울대학교 이강재 교수의 한비자 권력의 법칙은 이러한 막연한 도덕주의적 환상을 걷어내고 난세의 치열한 생존 철학이었던 법가의 지혜를 통해 오늘날 조직과 리더십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2000년도 더 지난 옛 고전을 빌려 현대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조직을 이끌어갈 진짜 리더의 모습을 알려준 점이 첫 장부터 몰입감을 준다.


인격이 훌륭한 리더가 왜 실패하는가라는 서늘한 질문을 던지며 리더십을 사람의 됨됨이가 아닌 시스템의 설계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 독특했다. 흔히 사람들은 리더가 도덕적이고 선량하면 구성원들이 저절로 감화되어 따라올 것이라 믿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한 온정주의가 도리어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불공정을 낳는 원인이 되곤 한다. 저자는 사람의 선한 의지에 기대기보다 명확한 신상필벌과 제도적 울타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구성원 모두를 지켜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임을 한비자의 시선으로 명확하게 짚어준다.


특히 책의 중반부에서 다룬 사람이라는 변수를 제거하는 기술과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원칙에 대한 대목은 오래도록 깊은 생각을 남겼다. 조직이 무너지는 결정적인 순간은 거창한 외부의 위기가 아니라 사사로운 친분 관계나 정에 이끌려 작은 예외를 하나둘 눈감아주기 시작할 때 찾아온다는 경고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진 문공의 구운 고기 일화처럼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 말이나 현상에 속지 않고 사건의 이면에 도사린 이해관계와 이익의 방향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는 통찰 역시 도움이 되었다. 리더가 침묵 속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응시할 때 비로소 조직의 균형이 잡힌다는 가르침은 오늘날 수많은 리더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었다.


결국 한비자 권력의 법칙은 리더 한 사람의 카리스마나 영웅적인 능력에 기대는 조직이 아니라 내가 없어도 저절로 굴러가는 단단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리더쉽의 완성임을 일깨워준다. 춘추전국시대라는 극한의 혼란기를 뚫고 나온 한비자의 현실주의 통치술이 오늘날 복잡한 인간관계와 조직 갈등 속에서 분투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 된다는 사실이 무척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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