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처음 논어를 접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사주 신 만화 중국 고전 시리즈가 먼저 떠오른다. 어린 나이에 다소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공자의 사상이었지만 만화라는 친숙한 형식을 통해 한 줄씩 읽어 내려가며 논어를 경험 했다. 세상의 기준이나 물질적인 잣대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어떻게 바르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주었던 논어는 혼란스러웠던 사춘기 시절 내 인격을 형성하는 데 있어 뼈대가 되었다. 김한수 저자의 청소년 논어 한문장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며 오늘날 경쟁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책이다.
박제된 옛 한자어에 갇혀 다가가기 힘들었던 논어의 문장들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풀어냈다. 2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건너온 고전이지만 학이편부터 요왈편까지 스무 편의 정수를 추려내어 오늘날 학교와 일상에서 매일 부딪히는 현실적인 고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 친구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나 남들에게 쉽게 인정받지 못해 느끼는 서운함 그리고 실수 앞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하는지 묻는 질문마다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적인 언어로 친절하게 해설해줘서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책 속의 수많은 가르침 중에서도 바른 사람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맥락의 이야기들은가장 기억에 남았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넉넉하지 못했고 늘 가난이라는 그림자가 곁에 머물러 있었지만 물질적인 부족함이 결코 내면의 가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고전의 가르침이었다. 남들이 가진 화려한 물건이나 겉모습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는 대신 바른 태도로 매일을 살아가며 작은 것에서도 충분한 기쁨을 찾아내는 마음의 힘을 배웠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내 실력과 인성을 닦아나가면 그 자체로 흔들리지 않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가난 속에서도 자존감을 지켜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본문 끝자락마다 마련된 논어 명언 한 문장 필사 코너는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가벼운 독서에 머물지 않고 손끝으로 한 자 한 자 눌러쓰며 문장의 깊은 뜻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 있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손으로 직접 생각을 기록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짧은 멈춤의 시간이야말로 디지털 화면의 자극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귀한 순간이 되어준다.
청소년 논어 한문장은 시험 점수와 성적 서열만을 강요하는 차가운 세상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존엄과 바른 인성을 지켜낼 수 있도록 돕다. 어린 시절 만화 고전으로 만났던 공자의 지혜가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듯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이 소중한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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