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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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인 사회의 질서 속에서 한 평생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 세대의 삶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편에는 늘 뭉클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곤 했다. 장미킴 작가의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라는 책은 칠십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비로소 남의 시선과 희생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당당히 선언한 참으로 통쾌하고 가슴 찡한 기록이었다. 일흔의 나이에 시니어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세상과 거침없이 소통하며 딸과 같은 인생 후배들에게 생생한 조언을 건네는 저자의 이야기는 첫 장부터 남다른 깊이와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머릿속에는 우리 어머니의 지난 세월과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작가님과 동년배인 우리 어머니 역시 지독한 가부장적 분위기 속에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자신의 욕망과 꿈을 끝없이 양보하며 살아오신 분이었다. 하지만 자식들을 다 키워내고 어느덧 황혼에 접어든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해외여행을 다니시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마음껏 누리며 비로소 자신의 계절을 만끽하고 계신다. 가족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삶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어머니의 밝은 얼굴이 책 속에서 춤을 배우고 새로운 일상을 개척해 나가는 장미킴 작가님의 모습과 닮아 있어 읽는 내내 깊은 공감과 감동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장미킴 작가님이 지금처럼 여성의 선택과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에 태어나셨다면 얼마나 더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생을 즐기며 사셨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스쳤다. 가족과 시월드를 위해 참고 견디며 37년이라는 긴 세월을 인내해야 했던 그 시절의 무게가 고단했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에 머물며 억울해하거나 남 탓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이혼 도장을 찍고 자신만의 삶의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저자의 결단력은 70이라는 숫자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눈부시게 빛났다.


​수많은 현실적인 이야기들 중에서도 착하게 참고만 살다가 호구가 되지 말고 가끔은 한 성깔도 부리며 내 몫의 행복을 챙기라는 조언과 인간관계의 과감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와닿았다.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정작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던 지난날의 나약함을 되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70대 인생 대선배가 오랜 풍파를 직접 겪어내며 건네는 이러한 조언들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라 살아남아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지혜이자 용기였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주저하기보다 내 인생의 주권을 챙겨야한다는 가르침을 배웠다.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는 지나간 세월의 희생을 위로하는 동시에 나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언제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을 전해주는 책이다. 우리 어머니처럼 오랜 인내 끝에 마침내 자신만의 빛나는 삶을 꽃피우고 있는 모든 부모 세대에게 깊은 존경을 표하며 나 역시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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