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
신도 후유키 지음, 장하나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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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해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피할 수 없는 이별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는 강아지의 시계를 바라볼 때마다 내 곁의 빵글이가 언젠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과거 아내의 전 반려견이었던 루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내 손으로 직접 땅을 파서 묻어주었던 기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아픈 흔적으로 남아 있다. 루이를 보내며 느꼈던 그 막막한 슬픔을 알기에 훗날 빵글이가 떠날 때가 찾아오면 과연 내가 어떤 감정의 상태로 무너져 내릴지 두렵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신도 후유키 작가의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는 이처럼 반려인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상실의 고통과 치유의 가능성을 담담하면서도 깊은 온기로 위로하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자신의 오랜 반려견 브렛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고백했듯 소설 속에 담긴 사랑과 교감의 무게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오직 눈앞의 이익만을 좇으며 차갑게 살아가던 주인공 미나미노가 골든리트리버 파스텔을 만나 서서히 얼어붙었던 심장을 녹여가는 과정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짐짝처럼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음에도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기어이 자신에게 돌아온 파스텔의 무조건적인 사랑 앞에서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꾼 주인공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나 역시 빵글이를 입양한 뒤 매일 산책을 챙기고 밥을 먹이며 삶의 수많은 루틴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놀라운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등을 돌려도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드는 작은 생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눈부시게 구원해 내는지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진실이다.


하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들 역시 생로병사의 냉혹한 굴레를 결코 피할 수는 없다. 맑고 투명했던 강아지의 눈동자가 흐려지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며 찾아오는 병마와 이별의 순간을 묘사한 대목은 읽는 내내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유퀴즈에 나왔던 배우 이준혁이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 팝콘을 기리기 위해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그림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던 것처럼 사랑하는 존재를 기억하고 떠나보내는 추모의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 안녕 베일리에서 베일리가 몇 번이고 다른 생으로 환생하면서도 끝끝내 첫 주인 이든을 다시 찾아갔던 모습처럼 나 역시 빵글이가 삶이 다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내 곁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환청이 아니라 분명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파스텔의 흔적과 무지개다리의 세계는 남겨진 이들에게 펫로스의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희망을 전해준다. 죽음이란 영원한 단절이 아니라 사랑했던 기억을 품은 채 서로를 기다리는 또 다른 약속의 공간이라는 위로는 큰 안도감을 주었다. 언젠가 그 서글픈 이별의 순간이 오더라도 빵글이는 푸른 들판이 펼쳐진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씩씩하게 뛰놀며 나와 이나를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는 지금 내 곁에서 고르게 숨 쉬고 있는 작은 존재의 체온이 얼마나 소중한 기적인지를 일깨워주며 오늘도 후회 없이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르온서평단(단단한맘&레이첼)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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