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이 괴로움도 무상하다니 - 장자와 함께 불안을 걷는 법
염세철학가 지음, 허유영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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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도서협찬)

동양 철학이나 고전이라고 하면 늘 현실과 동떨어진 어려운 한문 구절이나 고리타분한 옛이야기 정도로만 여겨져 다가가기 어려웠다. 장자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었지만 제갈건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장자가 말하는 자유와 삶의 유연함에 대해 흥미롭게 접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당시 영상을 보며 세상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흘러가는 생각의 틀이 참 신선하다고 느꼈는데 염세철학가 저자의 다행이야 이 괴로움도 무상하다니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그때의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2300년 전의 낡은 사상으로 머물러 있던 장자의 지혜를 오늘날 번아웃과 비교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일상 언어로 보여주는 저자의 설명은 첫 장부터 몰입감을 준다.


삶의 고통을 억지로 없애려 하거나 긍정의 힘으로 무조건 덮어두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익했다. 고통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고통을 꽉 붙잡고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괴롭다는 지적은 머릿속을 맑게 비워주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모든 괴로움 역시 잠시 머물다 흘러가는 무상한 에너지에 불과하다는 부분은 불교의 교리와도 비슷해 보였다. 순풍이 불면 날고 역풍이 불면 선회하며 바람이 불지 않으면 가만히 쉬어가라는 격언처럼 인생의 풍파를 억지로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내 몸을 맡기는 유연한 태도가 무엇인지 차분하게 일깨워준다.


책의 여러 내용 중에서도 제2부 세상 속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룬 부분이 가장 유익했고 실질적인 가르침을 줬다. 사회생활을 하며 일에 쫓기다 보면 늘 남들보다 더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짓눌리기 십상인데 침착하고 여유롭게 일하는 마음의 기술과 10가지 알아차림 연습은 당장 일상에 적용할 수 있어서 훌륭했다. 올바르게 살기보다 온전하게 살아가라는 조언과 세상이 매기는 쓸모의 기준에서 벗어나 무용의 태도로 외부의 평가를 흘려보내는 법은 남의 시선에 매여 스스로를 갉아먹던 나약함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세속을 벗어난 초연한 마음을 품고 매일의 밥벌이와 일상을 담담하게 마주하는 방식이야말로 지치지 않고 오래 걸어갈 수 있는 진짜 힘임을 깨달았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는 성적 서열과 자산 비교 그리고 남보다 뒤처지면 낙오자가 된다는 극심한 불안감이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럽고 서글픈 현실 역시 정해진 하나의 성공 궤도에서 벗어나면 인생이 끝난 것처럼 몰아붙이는 사회적 분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잣대로 평가받고 스스로를 쓸모의 도구로 증명해 내야만 살아남는 이 숨 막히는 환경 속에서 장자의 철학은 그 어떤 위로보다 필요하다. 세상이 정해둔 좁은 시야를 훌쩍 뛰어넘어 나라는 존재 자체의 온전함을 지켜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타인의 욕망에 휘둘려 스스로를 해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이야 이 괴로움도 무상하다니는 세상의 혼란에 휩쑬려 내면의 중심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서두르지 않고 온전히 나답게 걸어갈 수 있는 책이다. 제갈건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어렴풋이 맛보았던 장자의 사유가 내 삶의 구체적인 문제들과 맞물려 철학적 마인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앞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불안이나 압박이 밀려올 때마다 이 괴로움 역시 영원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내 삶의 안정을 지켜내고 싶다.

이키다서평단을 통해 유노북스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개인소견을 담은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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