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금동대향로 ㅣ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8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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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동네 도서관 역사 코너를 보면 황윤 저자의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마주치곤 했다. 경복궁부터 경주와 가야 그리고 분청사기까지 우리 땅 곳곳의 유적과 유물을 답사기 형식으로 풀어낸 제목들이 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읽지 못하고 지나쳤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번에 마주한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금동대향로는 그동안 표지만 스쳐 지나쳤던 저자의 안목을 제대로 경험하게 해 준 흥미롭고 지적인 책이었다. 백제금동대향로라는 단 하나의 위대한 문화재를 중심에 두고 고대 동아시아의 사상과 역사를 엮어내어 첫 장부터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얼마 전 대만을 여행했을 때 현지의 사원과 박물관을 둘러보며 수많은 도교 문화재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불교나 유교와는 사뭇 다른 신비로운 신선 사상과 화려하면서도 기묘한 도교 특유의 도상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역사 속에는 도교의 흔적과 유물이 어떻게 스며들어 남아 있을까 늘 마음 한구석에 호기심이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일상에서 접하는 한국사 이야기들은 대부분 유교의 예법이나 불교의 사찰 문화에만 치우쳐 있어 도교의 실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에서 백제와 도교라는 챕터를 통해 향로의 뚜껑에 겹겹이 새겨진 험준한 산봉우리와 다섯 악사 그리고 신선과 상상의 동물들이 바로 도교의 이상향을 형상화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 도교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그동안 삼국시대 문화재라고 하면 학창 시절부터 익숙하게 접해온 경주의 화려한 금관이나 거대한 고분 그리고 불국사와 석굴암 같은 신라의 유물들만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뿐 백제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백제는 패망한 비운의 왕조라는 단편적인 인상에 갇혀 있었기에 그들이 남긴 예술을 느껴볼 생각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백제금동대향로의 발자취를 하나씩 따라가며 마주한 백제의 수준은 상상 이상으로 세련되고 압도적이었다. 불교의 수미산 세계관과 연꽃의 형상 위에 도교의 신선 사상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거기에 왕실의 유교적 제사 시스템까지 고스란히 녹여낸 유물이 백제라는 나라를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1993년 부여 능산리 절터의 차가운 진흙 구덩이 속에서 1400년의 세월을 뚫고 녹 하나 슬지 않은 채 기적처럼 발견된 출토 비화와 단 한 번도 해외 전시를 허락하지 않고 오직 대한민국 부여 땅을 찾아와야만 실물을 볼 수 있게 묶어둔 문화유산위원회의 단호한 결정이 대단해 보였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금동대향로는 박물관 유리창 너머에 박제되어 있던 차가운 청동 유물에 대해 더욱 깊게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대만에서 품었던 도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신라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백제의 독보적인 품격과 아름다움을 알려줬다. 앞으로 국립부여박물관을 찾아 백제대향로관의 어두운 조명 아래 홀로 빛나고 있을 금동대향로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면 그 속에 담긴 향연의 연기를 훨씬 더 깊고 오래도록 감상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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