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눈부신 성공을 거둔 영웅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거대한 성과를 낸 이들의 이름만 알려지곤 한다. 학교든 일터든 끝없는 등수와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 속에서 남들보다 눈에 띄지 않거나 뒤처져 있다고 느낄 때마다 설명하기 힘든 초라함과 자괴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전 세계의 환호를 받으며 지구를 지켜내는 거대한 히어로 언니 정승아와 달리 고작 이십 볼트라는 초라한 전류만을 품고 태어난 열여섯 살 정윤아의 상황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라는 만화가 생각났다. 닿는 전자기기마다 고장을 내며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했던 윤아가 남의 방구석에서 고장 난 리모컨을 만지고 차가운 김밥을 데우며 스스로를 보잘것없다고 쥐어뜯던 모습은 왕도물 만화에서 자주 보았다. 남들과의 끝없는 비교 속에서 스스로를 낙오자처럼 여기며 작아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눈물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이 소설이 가장 뭉클하게 다가왔던 지점은 20볼트라는 보잘것없어 보이던 그 작은 불씨가 마침내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진짜 온기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세상을 구하는 거창한 능력은 아닐지라도 홀로 계신 할머니의 고장 난 텔레비전을 켜내고 라디오와 선풍기를 싹 다 고쳐드리겠다며 활짝 웃는 윤아의 모습은 진정한 히어로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만 볼트나 십만 볼트의 화려한 번개가 아니라 할지라도 일상의 시린 자리를 묵묵히 덥혀주는 소박한 체온이야말로 세상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아름다운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결국 20볼트로도 충분히 짜릿한은 남들의 화려한 성공에 주눅 들지 않고 내 몫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홀로 숨죽이며 분투하고 있을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선물해 준다.#20볼트로도충분히짜릿한 #이현준 #말그릇출판사 #한국소설 #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