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하기 전 보바스병원에서 뇌출혈 환자분들의 재활치료 보조를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매일 땀 흘리며 굳어가는 관절을 움직이고 환자의 손발을 부축하던 그 시간 동안 병실과 치료실 복도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보호자들의 표정은 지금도 뇌리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권혁 저자의 나는 엄마의 목숨이었다를 읽어가면서 담담하게 써 내려간 면회 기록과 간병의 날들이 과거 병원 현장에서 지켜보았던 수많은 가족들의 모습과 겹쳐져 남다른 경험적 공감으로 다가왔다.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를 살려내기 위해 온 가족이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거쳐 재활 병원의 문턱을 넘기까지 버텨낸 87일간의 생존 기록이다. 단순히 슬픔과 눈물에만 머물지 않고 간병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막막함이나 보험과 병원비 문제처럼 벼랑 끝에 선 보호자가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무게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세상의 행정과 돈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기에 보호자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버텨내야만 한다. 환자가 겪는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 역시 매 순간 살얼음판을 걷는 또 다른 투병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사실 치료사의 입장에서 환자의 재활이 무사히 끝나고 기적처럼 두 발로 걸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임상 현장을 지켜보며 품게 된 더 간절한 바람은 바로 환자의 곁을 지키는 보호자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무사하기를 바라는 일이었다. 오랜 간병 속에서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해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고 끝내 우울증과 자책감으로 무너져 내리는 보호자들을 워낙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목숨을 짊어진 채 매일 눈물을 삼키며 버텨냈을 저자의 글을 읽으며 어머니의 쾌유만큼이나 저자 자신의 안녕과 일상이 제발 부서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게 되었다.나는 엄마의 목숨이었다는 병마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버텨낸 기록이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보호자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익숙했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축복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홀로 눈물을 삼키고 있을 모든 보호자들에게 그리고 묵묵히 어머니의 곁을 지켜낸 작가님에게 응원을 보낸다.#나는엄마의목숨이었다 #권혁 #미다스북스 #뇌출혈간병 #간병일기 #환자보호자 #중환자실 #재활병원입원 #간병에세이 #가족에세이 #뇌졸중재활 #기관절개술 #간병인문제 #간병기록 #87일간의사투 #부모님간병 #효도에세이 #책추천 #서평단